'홀란드 분노폭발 그날' 맨시티, 토트넘전 판정 항의했다가 '억!소리' 벌금 처분... 선수 징계는 없었다 [공식발표]

[스타뉴스 | 박재호 기자]

엘링 홀란드. /AFPBBNews=뉴스1

엘링 홀란드(왼쪽)가 사이먼 후퍼 주심에게 분노를 나타내고 있다. /사진=더선 캡처

엘링 홀란드. /AFPBBNews=뉴스1

맨체스터 시티가 판정에 항의했다가 '억' 소리 나는 벌금을 내게 됐다.

영국 매체 디애슬레틱은 19일(한국시간) "맨시티 선수들이 토트넘전에서 사이먼 후퍼 주심의 판정에 강하게 항의해 제재금 12만 파운드(약 2억원)를 내게 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잉글랜드축구협회(FA)는 맨시티를 징계 대상에 올렸다. 소속 선수들이 경기에서 판정에 불만을 품고 부적절한 행동을 했는데 이를 통제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제재금 징계 선에서 일단락됐다.

맨시티는 지난 4일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과 '2023~2024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14라운드 홈 경기에서 3-3으로 비겼다. 1골1도움으로 활약한 손흥민을 제대로 막지 못한 게 패착이었다.

손흥민. /AFPBBNews=뉴스1

손흥민. /AFPBBNews=뉴스1

당시 손흥민이 전반 6분 만에 선제골을 터트렸다. 클로셉스키의 로빙 패스를 받아 상대 진영 중앙에서 페널티박스 안까지 드리블 돌파해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어 손흥민에게 불운이 찾아왔다. 골을 넣고 불과 3분 뒤 훌리안 알바레즈의 프리킥을 잘못 걷어내 자책골을 기록했다. 이후 맨시티는 더욱 공세를 가했고 완벽한 패스 플레이 끝에 포든의 득점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맨시티는 손흥민에게 또 당했다. 후반 24분 손흥민이 후방에서 올라온 볼을 원터치로 지오바니 로셀소에게 내줬고 로셀소가 박스 바깥에서 디아스를 제치고 왼발슛을 때려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이 수비를 달고 뛰어준 덕에 공간이 발생했고 로셀소가 그 자리에서 슈팅 기회를 가져갈 수 있었다.

이후 맨시티는 후반 34분 엘링 홀란드의 땅볼 크로스를 받은 잭 그릴리시의 오른발 논스톱 슈팅이 골망을 가르면서 재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토트넘은 포기하지 않았다. 후반 45분 클루셉스키의 극장 헤더골로 경기는 동점으로 끝났다.

주심에게 강하게 화내는 엘링 홀란드(가운데). /AFPBBNews=뉴스1

논란은 경기 종료 직전 판정에서 나왔다. 3-3으로 맞선 후반 추가시간 맨시티의 공격 상황에서 홀란드가 센터서클 부근에서 공을 잡았고 이어 에메르송 로얄이 태클에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하지만 후퍼 주심은 반칙 선언 대신 경기를 그대로 진행하라는 어드벤티지 사인을 보냈다. 그러자 홀란드가 전방의 그릴리시에게 패스했고 그릴리시가 토트넘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어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이 되는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다. 하지만 후퍼 주심은 돌연 에메르송의 반칙을 선언했다. 후퍼 주심의 안일한 판단으로 맨시티의 마지막 공격이 날아간 것이다.

화가난 맨시티 선수들은 후퍼 주심을 향해 강하게 항의했다. 홀란드, 후벵 디아스, 마테오 코바치치, 로드리 등은 후퍼 주심을 에워싸고 고함을 쳤다.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도 이해할 수 없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 과정에서 홀란드는 옐로 카드를 받았다.

홀란드는 경기장을 빠져나오며 로셀소와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먼저 도발한 건 로셀소였다. 로셀소는 화가 나 걸어가는 홀란드에게 다가가 어깨를 밀치며 도발했다. 이에 홀란드도 욕을 하며 맞섰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과 양 팀 선수들이 이를 말리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엘링 홀란드. /사진=엘링 홀란드 SNS

홀란드의 분노는 멈추지 않았다. 경기 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당시 영상을 올린뒤 'wtf(what the f***)'이라는 욕설을 게재했다. 그러자 ESPN 등 외신들은 해당 게시물이 FA의 규칙을 위반한 것으로 간주될 경우 홀란드가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은 홀란드의 행동을 감싸고 나섰다. 그는 "홀란드의 행동은 '정상이었다. 나머지 10명의 선수들도 (그런 상황에서) 똑같은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라며 "심지어 심판도 선수로서 그 상황을 맞이했다면 똑같이 실망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난 홀란드를 비판하고 싶지 않다"며 "나도 경기장 벤치에서 적절하지 않은 행동을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우린 무승부를 위해 그렇게 하지 않는다. 토트넘은 만족할지 모르겠지만 맨시티는 행복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엘링 홀란드가 분노하는 모습을 희화화한 밈. /사진=더선 캡처

엘링 홀란드의 밈. /사진=더선 캡처

엘링 홀란드의 밈. /사진=더선 캡처

이에 토트넘 팬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홀란드를 조롱했다. 게임 FC24의 메인 커버에 홀란드가 화내는 모습을 합성해 올리며 '홀란드가 화가 나서 골을 못 넣었다', '루브르 박물관 액자에 넣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후 토트넘 팬들은 홀란드가 당시 화내던 모습을 희화화해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을 만들어 이슈가 됐다. 이른 바 '분노의 밈'은 SNS와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번졌다. 팬들은 에드바르트 뭉크의 작품 '절규'에 홀란드의 얼굴을 합성했다. 또 TV 리얼리티쇼 '베버리힐즈의 진짜 주부들', 영화 '나홀로 집에'의 명장면에 홀란드가 분노하는 모습이 들어갔다.

당사자 홀란드도 웃음 짓게 만든 밈이었다. 그는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화제의 해당 밈을 올리며 "wtf(what the f***), 오늘 처음으로 날 웃게 만드네"라고 유쾌한 반응을 보였다.

엘링 홀란드. /AFPBBNews=뉴스1

홀란드는 토트넘전 다음 아스톤 빌라전에서 무득점에 그친 뒤 발 부상으로 이탈했다. 토트넘전 이후 이래저래 풀리지 않는 모양새다. 맨시티도 홀란드 없이 치른 직전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도 2-0으로 이기다가 후반 두 골을 허용하며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시즌 초 선두를 내달리던 맨시티의 순위는 어느새 리그 4위로 내려앉았다.

최전방에서 득점을 해결해 줄 홀란드가 꼭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시즌 맨시티는 홀란드를 데려와 리그와 FA컵,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까지 모두 석권하며 EPL 팀으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이어 역대 두 번째 '트레블'을 이뤘다. 홀란드는 올 시즌 14골로 득점 부문 선두를 달리며 맨시티 공격의 핵심으로 활약 중이다. 현재 생체역학 전문가인 존 하다드에게 부상 회복 특별 관리를 받는 것으로 전해진 홀란드가 복귀 후 맨시티의 상승세를 이끌지 팬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엘링 홀란드(오른쪽). /AFPBBNews=뉴스1

경기장에 입장하는 엘링 홀란드(가운데). /사진=엘링 홀란드 SNS

박재호 기자 pjhwak@mtsta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