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통합앱 출시 사활 걸리만… 앱 먹통에 민원 처리도 대충

김수정 기자 2023. 12. 1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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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경쟁력 확보하기 위해 통합 앱 출시
미흡한 민원 처리 대응·앱 먹통 등 부작용 발생
단일 앱 대비 구체적인 리스크 대응 체계 필요
왼쪽부터 KB국민은행의 'KB스타뱅킹', 신한은행의 '신한 슈퍼 쏠(SOL)' /제보자 A씨 제공,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직장인 A씨는 최근 KB국민은행의 통합 애플리케이션(앱)인 ‘KB스타뱅킹’에 접속했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앱 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려는데 은행 계좌가 없다고 나오는 것이다. 통합 전 국민은행의 리브앱 때 설정한 계좌 숨김 기능이 서비스가 통합 후에도 유지되면서 계좌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A씨는 이 사실을 모른 채 직접 국민은행 영업점을 찾아가기도 하고 고객센터를 통해 문의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앱 관련 담당자가 없다’였다. A씨는 금감원에 소비자 민원을 넣었고 그로부터 3주 후 은행으로부터 사과와 함께 문제 원인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모바일 금융이 대세가 되면서 하나의 앱에서 여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통합 앱이 금융사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플랫폼 경쟁력을 확보해 비대면 시장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해 빅테크, 인터넷전문은행뿐만 아니라 주요 금융지주도 통합 앱 출시에 뛰어드는 것이다. 다만 기존 앱들을 통합 앱으로 묶어 출시하는 과정에서 여러 부작용도 함께 발생하고 있다. 앞서 제보자 A씨 사례는 통합 앱 출시 과정에서의 미흡한 민원 처리 대응을 보여줬다.

통합 앱 접속이 지연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출시한 신한금융지주의 통합 앱 ‘신한 슈퍼 쏠(SOL)’ 앱에서는 접속 지연 현상이 발생해 앱 접속을 위해 대기시간이 10분 이상 걸리는 일이 발생했다. 해당 접속 문제는 오전 11시쯤 해결되면서 앱 구동이 정상화됐다. 접속자가 일시적으로 몰리면서 벌어진 현상이라고 신한금융 관계자는 설명했다. 신한 슈퍼 쏠은 신한금융의 그룹사인 ▲은행 ▲카드 ▲증권 ▲라이프 ▲저축은행 등 5개사 금융 앱의 기능을 결합해, 관련 금융 서비스를 한 번에 제공한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통합 앱 출시에 집중하고 있다. KB금융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빠르게 2021년 6개 계열사 70개 업무를 통합한 통합 앱 ‘KB스타뱅킹’을 출시했다. KB스타뱅킹은 금융사 최초로 1100만 월간활성사용자수(MAU)를 기록하기도 했다. 우리금융도 내년 하반기 통합 앱 ‘뉴원(WON)뱅킹’을 출시할 예정이다. NH농협금융은 오는 2025년 2월까지 농협은행의 NH올원뱅크를 고도화하는 방식으로 통합 앱을 만든다는 계획이며 하나금융은 하나원큐 플랫폼을 중심으로 비금융 서비스를 넓혀 생활 금융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그래픽=정서희

금융권이 통합 앱 출범에 집중하는 데는 디지털 금융이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소비자들은 한 개의 앱에서 금융 관계사의 다양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원 앱’ 서비스를 선호하고 있다. 우리금융연구소가 지난해 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MZ세대(1980~2004년생)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가 신규 서비스로 기능이 하나로 통합된 통합 앱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MZ를 넘어 X세대(1965~1979년생)와 베이비부머(1955~1964년생)로까지 확대한 설문조사에서는 정도의 차이는 일부 있지만 40% 이상이 통합 앱을 선호했다.

아울러 여러 개로 분산된 앱을 하나로 모으면서 앱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이용자를 모으는 ‘락인(Lock-in)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빅테크와 인터넷전문은행은 발 빠르게 통합 앱을 출시해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의 MAU는 2290만명으로 2000만명을 넘어섰고 카카오뱅크도 1740명으로 은행권에서 1위를 기록 중이다. 토스도 1690만명으로 기존 시중은행과 큰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시중은행 앱을 살펴보면 ▲신한 쏠 923만명 ▲우리 원(WON)뱅킹 712만명 ▲하나원큐 575만명 ▲NH올원뱅크 349만명 순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통합 앱 출시 과정에서 금융권이 소비자 편의를 소홀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지주들이 금융 앱을 한곳에 모으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소비자 편의성을 높인 측면은 있지만, 서비스 오류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책이 없는 이상 전산 오류 발생에 대한 부작용이 항상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 단일 앱과 달리 통합 앱에서 오류가 반복될 경우 모든 핵심 서비스가 마비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지는 점도 통합 앱의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은행, 카드, 증권, 보험 등이 한 앱으로 묶이면서 관련 서비스에 대한 민원이 제기되거나 앱이 먹통이 될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지 소재가 불분명해진 것이다. 고객 민원 처리에 대한 구체적인 시나리오가 없는 이상 위기 대응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대다수 금융서비스가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금융권이 통합 앱을 출시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여러 가지 성격이 다른 업무를 한 번에 모으는 과정에서 프로그램이나 업무상 상충되는 부분이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부작용이 없도록 시나리오를 짜는 게 통합 앱 구현에 있어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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