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후 10년 의무' 지역의사제, 정부 '신중' 의료계 '반대'…왜?

강승지 기자 2023. 12. 1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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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헌법상 기본권 침해" 정부 "의대증원부터 하고 정하자"
전문가 "지역의사 길러낼 의대와 병원이 원해야 가능한 제도"
16일 서울 시내 한 대학교 의과대학의 모습. 2023.10.16/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비수도권 의과대학생이 졸업 후 10년간 지역에 남아 의무적으로 복무하는 '지역의사제' 근거 법안이 입법을 위한 첫 관문을 통과했지만 정부와 의료계 그리고 전문가들로부터 회의적인 전망이 나온다.

의무복무 10년이 지난 후에 지역을 떠날 경우 말릴 수도 없고 지역의료에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부터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 등 다양한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 역시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기반으로 논의 검토하자"는 신중한 입장이라 입법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 18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에서 김원이·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지역의사제 근거 법안(지역의사 양성을 위한 법률안)이 야당 주도로 강행 처리됐다.

지역의사제는 비수도권 인재를 지역 의대에 입학시켜 장학금을 주고 의사로 키운 뒤 졸업 후 10년간 지역 병원에서 의무적으로 일하게 하는 제도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대학 때 받은 장학금을 반환하고 면허가 취소된다. 남은 복무 기간에는 면허 재교부도 안 된다.

야당은 정부가 의대증원과 이 제도를 함께 추진해 신규 양성된 의사가 의료취약지 등에 남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지역에 일할 의사를 늘리자는 점에 공감하지만 2025학년도 의대정원 확대 등을 기반으로 사회적 논의와 검토를 거치겠다고 밝혔다.

전날 법안소위에서 국민의힘 의원들과 복지부 관계자는 공청회 등 추가 논의할 기회를 갖자고 요구했지만 민주당 의원 6명의 찬성으로 법안이 처리됐다. 여당 의원 일부는 야당이 법안처리를 강행하려하자 회의 도중 퇴장했다.

이에 대해 제1법안소위 위원장인 고영인 민주당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지역의사제 논의를 미루는 정부와 여당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물을 부으려면 물 그릇 준비는 필수인 만큼 붕괴된 지역의료에 생명을 불어넣으려면 지역의사제 도입을 더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의사들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의대증원 저지를 위한 제1회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12.17./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지역의사제는 공공의대 설립과 함께 문재인 정부가 2020년 의대증원을 추진하면서 함께 내놓은 방안이지만 당시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총파업 등 강한 반발로 사실상 무산된 바 있다. 일부 의료계와 시민단체는 지역의사제 도입을 여전히 요구하고 있다.

반면 의협은 의무복무 조항에 대한 헌법상 기본권 침해 소지, 의사 인력 과잉 공급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의협은 의사인력 수급 정책의 구조적 문제와 지역 공공·민간의료기관에 대한 열악한 환경부터 개선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지역의료를 살려야 한다는 점에 대다수가 이견은 없으나 구체적 방법으로 지역의사제가 다시 부각된 점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역 필수의료를 정치적 이슈가 아닌 정책적 이슈로 접근할 때"라며 "해당 지역 학생을 많이 뽑는 지역인재전형을 검토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제언했다.

꾸준히 지역의사제 도입을 제언해 온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지역의사를 교육 수련할 의대와 병원이 강력하게 원해야 성공할 수 있다"며 "대학과 병원 의견을 수렴해 추진하는 게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 정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나백주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도 "공공의대 설립과 지역의사제가 의대증원과 함께 추진돼야 할 뿐 더러 10년 의무복무가 구체적으로 실현될지 미지수"라며 "법적 취지에 공감하지만 보완책은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 관련 논의가 현재의 의대 체계를 뒤흔드는 큰 변화라며 "정치적 이슈로 적합할지 몰라도 정책적 이슈로는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 교수는 "국내에 적용해서 성과를 얻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10년 기간을 정한 채 정주형 의사를 양성하려 별도 제도를 만드는 것은 현실적 방안은 아니라고 본다"며 "현 제도에서 활용 가능한 방법을 찾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지역의사제보다 비수도권 의대가 입학생을 선발할 때 지역인재전형 50%를 의무 적용하고, 선발 기준도 3년 거주가 아니라 6년 이상 거주로 상향한다면 지역정주형 의사를 충분히 양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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