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병 얻고 다친다... ‘환자 안전’ 어디에?
아픈 사람은 병원에 가면 안정감을 느낀다. 위급한 환자와 가족은 응급실에 도착하면 "이젠 살았다"며 안도하기도 한다. 첨단 시설에 우수한 의료진이 많은 병원은 입원실 구하기도 어렵다. 100세 시대에 건강수명(건강하게 장수)의 필수 요소는 '좋은 병원' 가까운 곳에 사는 것이다. 멀리 떨어진 공기 맑은 곳에서 '자연인'처럼 살면 위급 상황에 대처하기 어렵다.
한 해 환자안전 사고로 인한 사망... 교통사고 사망 12배
건강을 지키는 병원에서 오히려 병을 얻고 다치면 어떤 심정일까?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말이 떠오른다. 병원 치료 중 약물이 잘못 투여되거나 병상에서 떨어지는 등 환자안전 사고로 인한 사망이 한해 3만 5천여 건(2021년)이라는 추산이 나왔다. 교통사고 사망보다 12배나 많다.
환자안전 사고는 의료사고와 다르다. 의료진 실수로 인한 투약 오류나 감염, 낙상 등의 사고를 모두 포함한다. 보건복지부는 14일 의료기관 내 사고를 줄이기 위한 '제2차 환자안전종합계획(2023~20237)'을 국가환자안전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발표했다.
번듯한 종합병원에서도 안전사고 끊이지 않아
병을 고치러 병원에 갔다가 오히려 죽어서 나오면 가족들은 피를 토하는 심정일 것이다. 이는 지난 코로나19 유행 중 전체 사망자 절반 정도가 발생한 요양병원-시설 얘기가 아니다. 번듯한 종합병원에서도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평소에도 병원은 '위험한 곳'이다. 교통사고 골절로 입원했던 환자가 '병원성 폐렴'을 얻어 사망하기도 한다. 노약자에게 폐렴은 매우 위험한 병이다. 많은 병원에서 병문안을 막는 등 감염 차단에 나서고 있다.
조심하면 막을 수 있는 안전사고... 쉬쉬하면 부작용 더 커진다
환자안전 사고는 의료진이 조심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들이다. 정부는 병원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이미 '환자안전보고 학습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2020년 개정된 환자안전법에 따라 200 병상 이상 병원급 의료기관이나 종합병원은 사망 등 중대 환자안전 사고가 생기면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각 병원이 외부로 노출하지 않던 사고를 정부 기관에 보고하는 과정을 시스템화 하여 비슷한 사고를 막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환자안전 사고 사망 추정치에 비해 보고 시스템은 만족할 수준이 아니다. 중앙환자안전센터의 '2022년 환자안전 통계연보'에 따르면 병원 측의 자율 보고는 1만4736건, 의무 보고는 84건에 그쳤다. 환자가 안전사고로 중증·사망 위험에 처했다고 보고한 것은 1792건(12.1%)에 불과했다. 병원의 자율 보고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수 있다.
이런 단점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자율 보고 주체를 보건의료인 단체나 환자단체 등으로 넓히기로 했다. 환자안전 전담 인력을 둬야 하는 병원급 의료기관 기준도 200 병상 이상에서 50 병상 이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지금의 전체 병원급 25% 수준에서 40% 이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9세 정종현 군의 사고 이후 환자안전법 제정
환자안전법은 지난 2010년 5월 백혈병을 앓던 9세 정종현 군이 항암치료를 받던 중 정맥주사가 척수로 잘못 주사되어 목숨을 잃은 사건이 계기가 됐다. 어머니는 어린 아들이 겪었던 일이 다시는 일어나면 안 된다는 신념으로 환자안전법 제정에 발 벗고 나섰다. 그 결과 법 제정 뿐만 아니라 척추내강에 투여하는 주사와 정맥에 투여하는 주사 방법을 다르게 만드는 등 세부 지침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병원, 환자 모두 경각심 필요..."내 몸은 내가 지킨다"
병원은 환자의 건강을 지키는 곳이지만 먼저 환자의 안전이 보장돼야 한다. 질병 치료를 잘 하기로 소문난 병원이라도 안전 사고율이 높다면 신뢰도가 떨어진다. 의료진의 주사 실수로 중환자-사망자가 자주 나온다면 수술 성공의 빛이 바랜다.
병원 경영진은 모든 직원들에게 환자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켜야 한다. 안전 전담 인력을 더 고용해 시스템 구축 및 교육에 신경 써야 한다. 병원에서 감염되는 폐렴을 줄이기 위해 직원 위생 교육, 환기 장치 등 시설도 보완해야 한다. 환자 안전에 가장 큰 독은 사고 발생 시 내부에서 쉬쉬하는 풍조다. 사고를 투명하게 공개해 안전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환자나 가족들도 마스크 착용, 낙상에 주의하는 등 '내 몸은 내가 지킨다'는 생각이 중요하다. 신발이 미끄럽다면 빨리 교체하고, 잠시 이동하더라도 손잡이, 안전대를 잡는 습관이 필요하다. 큰 수술에 성공해도 병원 낙상 사고 한 번으로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면역력이 약해진 환자는 호흡기 감염병에 특히 취약하다. 요즘 독감 등 각종 호흡기질환이 유행하고 있다. 귀찮더라도 마스크를 쓰는 게 환자 안전, 아니 내 몸을 지키는 지름길이다.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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