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힘 주더니 '샤넬'도 로켓 태울까…'명품 큰손' 등극한 쿠팡

김민우 기자 2023. 12. 19.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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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파페치 품고 500조 세계 시장으로... 'K-패션'도 수출 날개 단다

쿠팡의 파페치 인수 의미는 크게 전 세계 온라인 '명품 시장의 성장 잠재력'과 'K-패션 수출 확대', 그리고 '쿠팡 물류와의 시너지 효과'로 압축된다.

쿠팡은 대만 진출 1년 2개월만에 전세계에 뻗은 파페치 플랫폼의 이커머스망을 확보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고 국내 'K-패션' 기업들이 대거 글로벌 수출을 늘릴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시장에서는 전세계 주요 브랜드를 '원샷'에 확보하게된 쿠팡이 물류 인프라를 어느 정도까지 활용할지가 관건이다.

"쿠팡 물류, 파페치와 결합하겠다"...명품도 '로켓'탈까
쿠팡의 모회사인 쿠팡Inc는 19일(한국시간) 파페치 인수 사실을 알리며 "쿠팡의 탁월한 운영 시스템과 물류 혁신을 럭셔리 생태계를 이끈 파페치의 선도적인 역할과 결합해 전 세계 고객과 부티크, 브랜드에 최고의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기적으로 쿠팡의 로켓배송 물류 인프라를 활용해 파페치의 명품 상품이 배송될 수 있게 하겠다는 의미다.

이미 파페치는 한국에서도 이커머스 사이트(직구)를 운영하고 있으며, 오프화이트, 팜 엔젤스 등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당장은 화장품 중심의 '로켓럭셔리'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장기적으로는 백화점의 전유물로 여겨진 명품상품을 로켓배송으로 받아보게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그동안 e커머스 업계는 명품업체와 제휴해 상품 판매 등을 시도했으나 이미지 등을 중요시하는 명품업계는 상품판매를 백화점으로 제한해왔다. 현재 국내 주요 백화점 중에도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뷔통, 샤넬)'가 모두 입점한 백화점은 7곳에 불과하다. 쿠팡이 파페치를 품으면서 백화점 입장에선 강력한 경쟁자를 맞이하게 된 셈이다.

쿠팡 관계자는 "1인당 개인 명품 지출이 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뽑히는 한국의 명품 시장에 파페치의 가치를 선보이게 됐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한국의 명품 소비 지출은 168억달러(20조8000억원)으로 전년보다 증가한 24% 증가했고, 국민 1인당은 325달러로 미국(280달러), 중국(55달러)보다 월등히 높다. 쿠팡이 파페치 인수로 명품 시장에서 주요 플레이어로 올라서게 된 셈이다.

쿠팡, 파페치 품고 글로벌 e커머스로 도약... 'K-패션'도 수출 날개 단다
쿠팡이 e커머스 파페치를 인수한 것은 전 세계 온라인 명품 시장의 성장잠재력을 높이 평가해서다.

베인앤컴퍼니와 이탈리아 명품협회 알타가마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개인 명품 시장은 올해 약 4000억달러(약 520조원) 수준으로 온라인 비중(침투율)은 2022년 약 20%에서 2030년 30%로 성장할 것으로 분석된다.

쿠팡은 특히 파페치 인수로 인해 190개국에 진출한 e커머스를 보유한 글로벌 e커머스로 위상이 달라졌다. 국내 패션기업들도 세계 무대 진출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파페치는 그동안 국내 주요 선진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해외 수출을 위한 핵심 e커머스였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K패션의 인지도 때문에 한국 대표 디자이너 우영미의 '우영미'(WOOYOUNGMI)와 송지오(SONGZIO), 이명신(로우클래식), 스튜디오 톰보이(신세계인터) 등 10개 브랜드 정도만 파페치에 입점해 있던 게 현실이다.

지금까지 트렌비나 머스트잇, 발란 등 명품 플랫폼이 있었지만 아직 글로벌화되지 못했다. 신세계백화점의 패션 수출 플랫폼 '케이패션82'이 생기기도 했지만 파페치처럼 190개국에 광범위한 수출망을 보유한 유통업체는 없었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대만진출을 통해 국내 내수 소비재 기업들의 대만 수출길을 열었던 것처럼 K-패션 분야에서도 파페치를 통해 세계로 진격하는 토종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쿠팡 Inc는 이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파페치 인수 소식을 공시했다. 파페치는 지난 2007년 네베스 창업자가 영국에서 설립한 세계 최대 규모의 명품 이커머스 기업이다.

3대 명품인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등 '에루샤'를 비롯해 글로벌 명품 브랜드 1400개를 총망라한 방대한 라인업으로 전 세계 부티크와 백화점 매장 등이 입점해 있다.

2019년 스트리트 명품기업 '뉴 가드 그룹'을 인수하며 오프화이트를 비롯해 마셀로블론, 팜 엔젤스 등 럭셔리 브랜드 10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영국 명품 부티크 '브라운스'(Browns)와 미국 스타디움 굿즈(Stadium goods)도 운영 중이다.

폭발적인 성장세로 미국·일본·중국·인도 등 세계 190개국에 진출하며 글로벌 명품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으나 최근에는 부도위기를 겪기도 했다.

2018년 뉴욕증시에 상장된 파페치의 시가총액은 2021년 초 230억 달러(약 30조원)에 달했지만 최근 2억5000만 달러(약 3200억원)로 100분의 1토막 가까이 폭락했다. 쿠팡은 파페치를 비상장 회사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민우 기자 minu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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