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학생인권조례 폐지 아닌 보완을"…교육감 9명 반대 성명(종합)
오늘 최교진 세종시교육감과 공동 기자회견
조희연 "천막농성까지 고려…모든 걸 하겠다"
시의회, 불복 시사…'대안 조례'는 수정 가결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9일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추진하는 서울시의회를 향해 "법원이 숙고의 시간을 갖도록 집행정지를 수리한 상태에서 속전속결로 (다른 방법으로 폐지를 추진) 하는 것은 시민이 공감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보수 성향을 비롯한 전국 시·도교육감 과반수도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서울 학생인권조례 사수에 나섰다.
교육감 17명 중 9명 "폐지 반대"…보수도 동참했다
국민의힘 주도로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추진하는 서울시의회에 중단을 촉구한 것으로 전국 교육감 17명 중 과반수가 동참한 것이다. 당초 전북(서거석)은 이름을 올리지 않다가 추후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교육감협) 사무처 등을 통해 동참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학생 인권의 후퇴이자 민주주의의 퇴보"라며 "서울시의회는 시대착오적이며 차별적인 조례 폐지를 중단하길 바란다"고 했다.
교육감들은 국민들을 향해서도 "존중과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들이 다른 사람도 존중하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한다"며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여러분께서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교육감들은 "학생인권조례는 학교 현장의 많은 변화를 이끌었다"며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체벌이 사라졌고 복장과 두발 등 학생생활규칙(학칙)에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게 했으며 어떤 이유로도 학생을 차별할 수 없도록 하면서 학생 인권을 신장시켰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우리는) 국가의 미래와 교육의 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에 인식을 같이한다"며 "그동안 전국의 학교에서 조금씩 발전시켜 온 학생 인권 신장의 가치가 후퇴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분명히 천명하고자 한다"고 했다.
유엔(UN) 인권이사회 전문가들이 서울시의회의 학생인권조례 폐지 추진을 두고 "국제 인권 기준과 차별 금지 원칙을 위반하고 있으며 다른 조례 폐지를 위한 길을 열어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는 점도 전했다.
교육감들은 "(학생인권조례는) 이미 상위 법령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대법원·헌법재판소에서 판결이 난 조례인 만큼 이제는 더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했다.
서명한 교육감은 전국 17명 중 9명으로 서울(조희연)·인천(도성훈)·울산(천창수)·세종(최교진)·충남(김지철)·경남(박종훈)·전북(서거석) 등 진보 성향이 7명이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돼 왔던 김대중 전남도교육감은 참여하지 않았고 대신 보수 성향 김광수 제주도교육감과 중도진보 성향 이정선 광주시교육감이 동참했다. 전남은 학생인권조례가 없고 제주와 광주는 있다.
시의회 "불복·본안서 다툴 것"…충남 사례도 주목
충남은 서울과 유사하게 국민의힘이 주도하는 충남도의회가 보수단체들의 주민발의 청구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발의하면서 논의에 불이 붙었다. 진보 교육시민단체들이 이에 집행정지를 청구하고 법원이 이를 수용하자, 충남도의회 국민의힘 의원 25명이 당론으로 폐지안을 직접 발의해 가결됐다.
서울에서도 시의회의 조례 폐지 추진을 막고자 260여개의 진보 성향 단체들의 모임인 '서울학생인권지키기 공동대첵위원회' 주도로 법원에 행정소송이 제기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최수진)는 전날인 18일 이들이 제기한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안 수리 및 발의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 결정했다.
서울시의회는 이날 오전 성명을 내고 이 같은 법원 결정에 유감을 밝히는 한편 불복 절차 돌입을 시사했다.
조 교육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법원과 소송을 제기한 시민사회에 감사를 표하며 서울시의회에 학생인권조례 폐지 대신 보완에 나서 달라고 밝혔다.
그는 교육감 공동 성명서 낭독 전 전날 법원 결정에 대해 "학생인권조례 폐지가 학생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줄 것이라는 청구 취지를 법원에서 일정 부분 확인해 줬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인권을 보장하자는 데 여야가 있을 수 없다"며 "학생인권 조례를 성급하게 폐지할 것이 아니라 (지난 10월 시교육청이 낸) 학생인권 조례 개정안에 대한 심사를 시작으로 보완에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조 교육감은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충남처럼 의원발의로 직권상정에 나설 경우 대비책을 묻자 "서울시의회도 행정법원 수용의 정신을 받아서 논의 과정을 숙의 과정을 가지면 좋겠다"고 거듭 밝혔다. 폐지가 강행되면 재의 요구 등 불복 절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제가 교육감일 때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된다는 게 너무 참담하다"며 "책임감을 많이 느껴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천막농성까지 고려했으나 주변의 만류로 지난 13일부터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도 조 교육감은 시의회 국민의힘 김혜영 의원이 발의한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가 원안과 달리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면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시의회 교육위원회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갖고 당초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할 경우 이를 대체할 조례로 발의했던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안'을 수정해 본회의로 넘겼다. 원안에 담겨 있던 '학생인권조례는 폐지한다'는 부칙을 삭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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