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家 세모녀 "구광모, 합의보다 유산 더 받고 상속세도 몰래···" 주장에, LG "세 모녀의 일방적 주장"
LG "세 모녀 측이 합의와 다른 일방적 주장한 것에 대해 유감"
구광모 LG(003550)그룹 회장의 어머니와 여동생들이 구 회장을 상대로 1조원대의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됐다. 최근 세 모녀는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를 통해 소송 배경에 대해 밝혔다. 이들은 신용카드 발급 과정에서 채무가 너무 많아 발급이 거절됐던 것이 상속의 시작이며 그 과정에서 상속 합의 내용 등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17일(현지시간) NYT에 따르면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가 아버지인 고(故) 구본무 전 회장의 유산 상속 합의 내용에 의문을 갖게 된 것은 지난 2021년이다. 신용카드 발급 신청 과정에서 채무가 너무 많다는 이유로 거절당한 것이 상속 소송을 시작한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당초 구 대표 자신뿐만 아니라 모친인 김영식 여사와 여동생 연수씨 등 세 모녀는 구광모 회장과 차등적인 상속 관련 합의에서 상속세는 구광모 회장이 모두 내기로 했다. 그러나 자신들의 계좌를 확인한 결과, 자신들 몰래 거액의 상속세가 납부된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게 됐다. 특히 이들이 보유한 LG 주식을 담보로 한 거액의 대출이 발생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한다.
지난 2018년 별세한 구본무 전 회장은 LG 주식 11.28%를 비롯해 약 2조원 규모의 재산을 남겼고, 세 모녀는 이 중 5000억 원 규모의 유산을 상속받았다. 세 모녀에 따르면 양자인 구광모 회장은 LG 지분 8.76%를 포함해 더 많은 유산을 상속하는 대신 상속세를 혼자 부담하는 것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합의 내용과 다르게 실제로는 세 모녀가 직접 상속세를 부담하고, 대출까지 받게 됐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구 회장이 당초 자신들이 합의한 것보다 훨씬 많은 유산을 받은 사실도 뒤늦게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 문제에 대해 구 회장은 지난 1월 모친 김 여사에게 편지를 보내 상속세를 낼 현금이 부족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직원들이 모친 등의 계좌에서 자금을 융통했으며 빼낸 자금도 이른 시일 내에 갚을 계획이라고 뒤늦게 해명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구광모 회장은 편지에서 "한국 상속법 체제에서 어른들이 각자 자신의 권리를 주장했다면 LG 경영권이 4대까지 승계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어머니에게 상속권 주장을 포기할 것을 종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 회장의 이 같은 소극적 해명은 오히려 세 모녀를 자극했다. 결국 세 모녀는 지난 3월 그를 상대로 상속 재산을 다시 분할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구 회장의 모친인 김 여사는 “지난 9월 추석 서울 자택에서 열린 LG 가문 모임에 구 회장이 참석했다”며 "우리와 눈을 마주치지도, 말도 하지 않았고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고 말했다.
세모녀 인터뷰에 따르면 구광모 회장은 녹취록을 통해 현재 가장 무서워 하는 것이 여론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자칫 '자신이 (재산에) 욕심을 냈다'거나 '양어머니를 잘 돌 보지 못했다' 는 등의 부정적 여론을 최대 약점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
세 모녀는 또 이번 소송이 어머니가 젊은 시절 아들을 앞서 보낸 슬픔을 가중했고, 자신들 역시 아들로 태어나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LG창업주 손자이자 6남매의 장남인 아버지 구본무 회장이 1995년 경영권을 물려받기 1년 전, 19세 외아들이 고등학교 졸업 후 며칠 만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결국 슬하에 아들이 없던 고(故) 구본무 전 회장은 큰 동생인 구본능의 장남 구광모를 양자로 들였다.
한편 이에 대해 LG 측은 "원고(세 모녀) 측이 합의와 다른 일방적 주장을 하는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원고 측 인터뷰 내용은 이미 법정에서 증거들을 통해 사실이 아님이 입증됐다"며 "재산 분할과 세금 납부는 적법한 합의에 근거해 이행돼 왔다"고 주장했다.
연승 기자 yeonvic@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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