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훈의 배구칼럼] 매년 1만영 운동선수가 은퇴한다
많은 사람들이 운동선수들의 은퇴 이후 어떤 삶을 사는지 알기란 쉽지 않다. 뛰어난 외모와 입담을 가지고 있다면 축구선수 안정환 처럼 방송 활동을 한다거나 패션에 관심이 많고 몸매가 좋다면 모델도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은퇴 선수들 중 극히 드물다. 인지도가 매우 높은 운동 선수들에게만, 또 그 중에서도 굉장히 소수에게만 기회를 받을 수 있는 일이다.
국내에선 연간 약 1만명의 운동 선수가 은퇴를 한다. 평생 운동을 하다가 은퇴를 하면 다른 직업을 찾아 취업 해야하는데 은퇴 이후 취업 실태가 질적 양적으로 매우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도 은퇴 운동선수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은퇴 선수 41.9%가 실업 상태다. 취업을 했다 해도 55.7%는 비정규직으로 살아간다. 또 46.8%는 월 수업이 200만원도 안 된다고 한다.
운동선수는 23세에 대부분 은퇴를 하고 있다. 은퇴를 하는 이유로는 불안한 미래, 부상, 경쟁력 부족 등 다양한 이유들이 있다. 어려서부터 은퇴 직전까지 오롯이 운동만을 해온 탓에 대부분 타 직종에 비해 은퇴 후 직업 및 진로에 대한 정보가 현저히 부족해 경력을 전환하는 과정이 힘들다고 느끼고 있다.
프로배구 역시 남자부 7개 구단에서 신인선수 드래프트를 진행했는데 42명 참가자중 20명만 뽑혔고 나머지 22명의 선수들은 취업을 하지 못했다. 이들은 다른 직업을 찾아나서야 한다. 물론 프로에 취업을 하게 된 선수 20명 역시 얼마나 팀에서 버틸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본인이 선수 생활을 했을 때에도 한 팀에 매년 2~4명의 신인 선수들이 들어오는데 1년이 지나고 나면 1명의 선수를 제외하곤 대부분이 사라지고 없어졌다.
평생의 꿈인 프로팀을 목표로 운동에만 매진 했던 선수들은 그 목표가 좌절되고 나서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운동을 제외하고는 할 줄 아는게 없어 더더욱 사회에서 외면 당하거나 나쁜 사람들에게 표적이 되곤 한다.
실제 운동 선수들 중 은퇴 후 사업을 시작 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그러나 대부분 자기가 잘 알지 못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해당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동업을 시작 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대부분 실패를 하거나 믿었던 동업자에게 사기를 당해 돈을 날려 버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나 역시 은퇴를 하고 무엇을 해야 할 지 알 수 없었으며 알려주는 이도 당연히 없었다. 그야말로 두려움에 휩싸인 채 현실을 부정하며 사회와 벽을 지고 몇 개월동안 밖을 나가지 않은 적도 있었다. 해 본 적이 없으니까, 할 줄 아는게 없으니까라는 두려움이 나를 집어 삼켜 심각한 우울증과 불안감에 잠 못 이루는 밤이 수도 없이 많았다.
운동 선수들은 운동에 관해 누구보다 자부심과 자존심이 강하지만 운동을 관둔 시점의 자존감은 너무나도 빈약하고 위태롭다. 겉모습은 힘 세고 강한 모습이겠지만 내면은 길을 잃어버린 어린아이의 모습과도 같다.
운동 선수라고 하여 운동만이 다가 아니다. 선수를 할 수 있는 나이는 정해져 있으며 그 후에는 다른 직업을 찾아 인생을 살아야한다. 억대 연봉과 더불어 사람들에게 특별한 대우를 받던 시절은 그저 운동 선수였을때 잠깐 뿐이다. 운동을 하면서도 운동에만 치우치지말고 한쪽으로는 미래를 조금씩 준비해 두어야 은퇴 후 삶이 조금은 더 수월 할 것이다.
운동 선수들 모두 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 미리 준비해야 하고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이제는 운동만 잘하면 되는 시절은 지났다. 운동과 공부를 같이 해야하며 사회에 대한 폭 넓은 시야와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더 많이 배우고 노력해야 한다.
요즘은 학생 선수들에게 최저학력제라는 제도가 적용되고 있다. 예전처럼 학교 수업을 전혀 듣지 않고 하루종일 운동만 하고 성적에 신경 쓰지 않던 시절과 달리 수업에도 일정 시간 이상 빠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며 성적 또한 기준에 미달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제도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 또는 운동 선수가 운동에 집중하지 못한다 등의 불만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지만 소수의 선수가 아닌 수많은 선수들의 선수 이후의 삶을 생각할 때 중요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또는 프로 이후 언제 선수 생활을 그만두든 자신의 새로운 진로를 찾을 수 있게 그 공백이 너무 크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나의 경험을 이야기 해보면 은퇴 이후 대한체육회 진로지원센터 및 대한배구협회 사이트를 이용하여 채용 공고를 확인 하고 거기에 맞게 공부하고 준비하여 이력서를 넣었다. 처음에는 체육회 취업을 위하여 서울 경기 주변에 있는 모든 체육회에 이력서를 돌렸고 10곳 이상 면접을 보았지만 선수 경력 외에 다른 경력이 없기에 당연히 모두 불합격했다.
다만 나의 경우 몇 가지 희망적인 요소가 있었다. 선수 시절의 경력만이 아니라 선수 시절 획득한 스포츠지도사 자격증과 대학시절 취득한 교원자격증이다. 학교의 특성상 노련함을 필두로 한 안정성이 채용에서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교육 경력이 없는 나에게는 이 역시 녹록치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흘러 면접에서 탈락했던 학교 중 몇 군데에서 연락이 왔었다. 불합격을 준 이유는 역시 학교에서의 관련 경력이 없어서라고 했다. 자기 소개서와 수업 계획서, 본인의 선수시절 이력 등에서 엿보이는 성실함과 여러가지 장점들을 보고 믿고 맡겨 보겠다고 이후 여러 학교에서 다시 연락이 왔고 나중에는 본인이 선택을 하여 학교에 들어 갈 수 있었다.
막막하고 두려웠던 현실에 조금씩 빛이 보이기 시작한 순간이었고 현실을 부정하고 회피하던 과거의 본인을 후회하게 됐다.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알아보고 준비 했다면, 은퇴 전부터 미리 공부하고 준비했다면 더 좋은 기회가 있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다.
본인은 몇 안 되는 교원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대학교로 진학을 했었고, 이 교원 자격증이 이렇게도 유용하게 쓰일 줄 그때는 생각지 못했다. 물론 대학 시절 운동을 병행하며 교직 이수를 위해 다른 학교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했지만 다른 대학교를 졸업한 대부분의 선수들에게 없는 무기를 하나 더 장착해둔 셈이다.
협회 혹은 구단에서도 선수들에게 당장 팀의 성적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은퇴 이후 진로를 위한 여러가지 교육이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은퇴 선수들이 자신의 특기를 살려 사회에 기여할수 있는 연계 사업들을 확대하거나 선수의 재능을 활용할 수 있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해야 하며 현역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진로 설계 또는 다양한 교육들을 통해 선수들의 취업 역량을 높이는 노력을 우리 모두가 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협회 차원에서도 은퇴 선수들의 진로 설계를 위한 다양한 기회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좋겠다.
스포츠한국 김동찬 기자 dc007@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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