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존재 이유
올해 지자체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단연코 고향사랑기부제다. 제도 시행 전부터 지역의 문제를 고향사랑기부금 모금을 통해 해결할 수 있고, 지역경제활성화를 꾀하는 것은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지방자치 발전까지 도모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현재까지 고향사랑기부제 모금액은 신통치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행정안전부 산하에는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이라는 기관이 있다. 이 기관은 지방자치의 항구적인 정착, 발전을 위한 창의적이고 실천적인 조사, 연구 및 정책개발을 추진하는 한편, 급변하는 행정환경 변화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능동적인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시·도지방자치단체가 발의, 출연해 설립한 조직이다. 그런데 최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입장을 보면 과연 지자체와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충분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특히 지난 11월 24일 열린 ‘고향사랑기부금 시도연구원 권역별 협력포럼’에서 한국지방행정연구원 관계자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고향사랑기부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이다.
그러나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그 밖의 공개된 장소’에서 기부금을 접수할 수 있다는 명백한 조문에도 ‘고향사랑e음’이라는 특정 정보시스템만 모금해야 한다고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몇몇 지자체에서 민간 플랫폼을 활용한 고향사랑기부제 모금이 훌륭한 성과를 거둔 사례에도 향후 민간에서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다는 입증되지 않은 가정을 들어 플랫폼 개방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민간플랫폼을 활용한 고향사랑기부제 모금 활성화 방안이 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음에도, 한국지방행정연구원과 이에 동조하는 행정안전부의 편협한 입장을 반복함으로써 고향사랑기부제는 혁신행정을 이뤄내기는커녕 제도적 한계에 봉착해있다. 노인이나 장애인의 기부 편리성도 없고, 계좌이체도 불가능한 이상한 상황까지 지속되고 있다.
지금까지 각 지자체들은 시스템구축 및 운영비로 약 3000만원씩을 부담했다. 그러나 모금실적이 이에 미치지 못한 곳도 부지기수다. 내년에도 지자체들은 시스템 유지관리비로 기본 800만원과 모금실적에 따른 운영비를 차등 분담해야 한다. 행안부는 현재 비용이 초기 부담일 뿐 향후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시스템이 불안정한 상황을 보면 신뢰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른 일례로, 올해 말 운영을 종료하는 정보화 마을의 사안만 살펴봐도 행안부나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의 한계는 명확히 드러난다. 200여 개 남짓한 정보화마을을 활성화하기 위해 운영하던 농수산물과 체험 쇼핑몰도 결국에는 민간에게 이양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수천 가지 답례품과 지정기부 사업 등으로 지자체와 기부자를 연계하는 고향사랑기부제 플랫폼도 결국 같은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이 나서서 지방시대를 이야기하고 지방자치와 분권을 강조하는 마당에 한국지방행정연구원도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고향사랑기부제라는 과업을 두고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해야 할 일은 법이 보장한 지자체의 모금 권한을 통해 기부자가 편하게 기부할 수 있는 다양한 모금 방식을 연구하고, 이를 활성화할 수 있는 민간플렛폼과 공공망의 관계를 분석해서 제안하는 것이다. 중앙정부가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의 예산을 90억 원 넘게 걷어가면서도 수천 건이 넘는 오류가 발생하고, 시스템이 안정되지 않는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국책연구기관으로써 지방자치 발전을 모색해야 할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계속해서 일방적인 고향사랑e음 사용만을 옹호하면서 행안부의 지자체 통제를 정당화하는 일에 앞장서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일이다. 지금부터라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행안부 눈치보기에서 벗어나 지자체의 시각에서 지방자치 실현을 위한 혁신안을 발굴하는데 매진할 것을 권고하는 바이다.
용혜인 국회의원(기본소득당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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