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에즈 운하,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새로운 전선 되나

방성훈 2023. 12. 19.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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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서 이스라엘에 앙심 품은 친이란 후티반군 공격↑
美, 다국적 안보구상 출범…“후티 반군 위협서 보호”
WSJ "무력충돌시 이·팔 분쟁 전선 확대 가능성"
글로벌 물류대란 우려도↑…항행 중단·우회 선택 늘어

[이데일리 방성훈 김정남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분쟁이 수에즈 운하로 전선이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예멘의 이슬람 반군 후티가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주요 항로인 홍해상에서 민간 상선을 잇따라 공격하면서, 미국 주도로 다국적 해상 병력이 이 곳으로 몰려들고 있어서다. 아울러 글로벌 선사들과 석유기업들이 줄줄이 홍해 항행을 중단하거나 우회로를 택하면서 글로벌 물류대란에 대한 공포도 커지고 있다.

(사진=AFP 제공)
美, 홍해서 다국적 안보구상 출범…“후티 반군 위협서 보호”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이날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명의로 성명을 내고 예멘에서 후티 반군이 발사한 탄도미사일과 드론의 공격으로부터 해상 교통을 보호하기 위해 다국적 안보 구상인 ‘번영 수호자 작전’(Operation Prosperity Guardian)을 창설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모든 국가의 항해 자유를 보장하고 지역 안보 및 번영을 강화하는 게 이번 작전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작전은 최근 한 달 동안 홍해를 지나는 최소 10척의 선박이 후티 반군으로부터 공격 또는 위협을 받았기 때문이다. 앞서 후티 반군은 지난달 중순 가자지구에 더 많은 인도주의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스라엘 선박을 표적으로 삼을 것이라고 경고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선 이스라엘로 향하는 모든 선박을 공격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영국, 캐나다, 바레인,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노르웨이, 세이셸 등이 작전에 동참하기로 했으며, 미국이 다국적 함대를 꾸려 역내 배치를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 정부는 또 예멘 내전의 주요 당사자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의 지원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양국이 후티 반군 처리 방식을 놓고 오랜 갈등을 빚어온 탓에 당분간은 입장을 밝히지 않기로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다국적군과 후티 반군 간 무력충돌이 가시화하면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이 수에즈 운하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후티 반군이 하마스나 레바논 무장정파인 헤즈볼라와 같이 이란의 지원 및 지지를 받고 있는 친(親)이란 세력이어서다. 후티 반군은 국제사회에서 테러단체로 분류되며, 이란만이 후티 반군을 예멘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하고 있다.

이날 다국적 함대 파견 추진 소식이 전해진 뒤 후티 반군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이스라엘 소유 선박을 제외하고 홍해와 아라비아해를 항행하는 선박은 안전하다고 강조한다”며 다시 입장을 뒤집었다.

글로벌 물류대란 우려도↑…항행 중단·우회 선택 늘어

수에즈 운하를 둘러싼 전운 고조로 글로벌 물류대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인 영국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은 이날 성명을 내고 “홍해 항로의 안보 상황이 악화함에 따라 홍해를 통과하는 모든 운송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라고 발표했다. 앞서 덴마크의 머스크(Maersk) 등 세계 5대 해운사도 홍해 항행 일시 중단을 선언했다. 스위스 MSC, 프랑스 CMA CGM, 독일 하팍로이드, 한국 HMM 등 주요 해운사들도 수에즈 운하를 통하지 않고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가는 우회로를 택했다.

수에즈 운하는 지중해와 홍해를 연결하는 핵심 글로벌 교역로로 전 세계 컨테이너선 물동량의 약 30%, 원유·천연가스 등 벌크선 물동량의 10~15%를 담당한다. 아울러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지 않고 아프리카 대륙으로 돌아가면 운송 기간은 짧게는 15일에서 길게는 한 달 가량 늘어난다. 물류비용 및 국제유가 상승, 운송 지연 등을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국제유가는 벌써부터 꿈틀하기 시작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내년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72.47달러로 전거래일 대비 1.46% 상승한 배럴당 72.4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홍해 항로의 위험성이 주목 받으면서 최근 배럴당 68달러 안팎에서 저점을 찍고 반등하는 분위기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대니얼 하리드 수석분석가는 “이같은 사태가 며칠 이상 지속한다면 글로벌 공급망의 추가적인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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