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식 교수 별세···전세계 ‘작은 사람들’ 편에 최후까지 서려 했던 디아스포라
미술사학자이자 디아스포라 학자인 서경식 도쿄 게이자이대학 명예교수가 별세했다. 최재혁 연립서가 대표는 “서 교수가 지난 18일 오후 7시30분쯤 자택이 있는 일본 나가노에서 숙환으로 세상을 떴다”고 19일 알렸다. 연립서가는 지난해 2월 <서경식 다시 읽기>를 펴냈다.
고인은 1951년 2월 일본 교토에서 재일조선인 2세로 태어났다. 와세다대학 불문과를 졸업했다. 2000년부터 도쿄게이자이대학에서 현대법학부 교수로 일하면서 인권론과 예술론을 강의했다. 2006년부터 2년간 성공회대학에서 연구교수로도 활동했다.
인권과 민주 문제에 대해 각성한 계기는 1971년 ‘재일교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이다. 형인 서승·서준식이 이 사건으로 구속됐다. 고인은 형제가 구속된 뒤 한국 민주화를 위한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어린 시절부터 문재로 이름을 알렸다. 성장기 독서 편력을 다룬 <소년의 눈물>로 1995년 ‘일본에세이스트클럽상’을, <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로 2000년 ‘마르코폴로상’을 받았다. 2012년에는 민주주의 실현과 소수자 인권 신장에 이바지한 공로로 ‘후광 김대중학술상’을 수상했다.
한국에 가장 널리 알려진 건 <나의 서양미술 순례>(1992)다. 서경식은 ‘예쁜 서양미술’이 아니라 ‘추한 진실을 직시한 미술’과 미의식의 뜻을 다시 짚으며, 미술에 대한 관점 자체를 전복했다. <나의 조선미술 순례> <나의 일본미술 순례> <고뇌의 원근법> 등 미술 관련 책을 냈다. <난민과 국민 사이> <고통과 기억의 연대는 가능한가?> <언어의 감옥에서> <다시, 일본을 생각한다> 등의 사회비평, 인문 교양 관련 서적도 냈다. 재일조선인 등 디아스포라 문제를 환기하는 작품들이다.
문학평론가 권성우 숙명여대 한국어문학부 교수는 <서경식 다시 읽기>에서 “소수자에 대한 배제와 억압의 논리가 작동하는 한국 사회의 그늘을 통렬하게 되돌아보게 한다”며 “그가 질문을 했던 2007년 당시 화교, 디아스포라, 난민,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배제가 작동하고 있던 한국 사회를 둘러싼 착잡한 상황이 이 통렬한 질문에 의해 선연하게 드러난다”고 했다.
약자와 소수자를 위한 고인의 관심은 줄곧 이어졌다. 고인은 같은 책에서 “ ‘우리 민족’뿐 아니라 미얀마, 벨라루스, 팔레스타인……. 악몽과 고통은 전 세계에서 이어지고 있다”고 썼다. “본시 땅 위엔 길이 없다. 걷는 이가 많아지면 거기가 곧 길이 되는 것이다”라는 루쉰의 말을 인용하며 “한국의, 그리고 전 세계의 ‘작은 사람들’의 편에 최후까지 서 있고 싶다”고 했다.
고인의 <이탈리아 인문 기행> <영국 인문 기행>에 이은 세 번째 인문 기행 <미국 인문 기행>이 2024년 1월 나온다.
https://m.khan.co.kr/culture/book/article/202202240600001
https://m.khan.co.kr/culture/art-architecture/article/202206091653001
https://www.khan.co.kr/culture/culture-general/article/200802262124392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해를 품은 달’ 배우 송재림 숨진 채 발견
- 한동훈 대표와 가족 명의로 수백건…윤 대통령 부부 비판 글의 정체는?
- [스경X이슈] 반성문 소용無, ‘3아웃’ 박상민도 집유인데 김호중은 실형··· ‘괘씸죄’ 통했다
- ‘훼손 시신’ 북한강 유기범은 ‘양광준’···경찰, 신상정보 공개
- [속보]‘뺑소니’ 김호중, 1심서 징역 2년6개월 선고···“죄책감 가졌나 의문”
- 안철수 “한동훈 특검 일언반구가 없어···입장 밝혀야”
- [단독] 법률전문가들, ‘윤 대통령 의혹 불기소’ 유엔에 긴급개입 요청
- 트럼프, CIA 국장에 ‘충성파’ 존 랫클리프 전 DNI 국장 발탁
- [영상]“유성 아니다”…스타링크 위성 추정 물체 추락에 ‘웅성웅성’
- 가장 ‘작은 아기’가 쓴 가장 ‘큰 기적’…지난 4월 ‘국내 최소’ 260g으로 태어난 ‘예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