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첫 유상증자 카드 꺼낸 이유는? ‘2배로 뛴 금리’

권오은 기자 2023. 12. 19.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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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가 2004년 유가증권시장 상장 이후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유상증자 카드를 꺼냈다. 업황 부진 속에서 LG디스플레이는 그동안 회사채 발행과 차입 등으로 자금을 조달해 왔으나, 고금리 환경 속에서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유상증자에 나서게 됐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전날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했다. 신주 예상 발행가(9550원) 기준 1조3579억원을 조달할 수 있을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는 2024년 2월 29일 확정 발행가를 산정한 뒤 기존 주주와 일반 공모 청약을 거쳐 3월 중으로 유상증자 절차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LG디스플레이가 개발한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 모습. /LG디스플레이 제공

LG디스플레이가 유상증자에 나선 배경은 실적 악화와 맞물려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 기간 누적 순손실 규모가 5조82229억원에 달한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4분기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증권사들은 내년 상반기에도 4760억원 규모의 순손실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투자·운영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애써왔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1월 국내 회사채 시장에서 3370억원을 조달했다. 표면금리가 7.2%~7.25%였다. LG디스플레이가 2021년 5000억원어치 회사채를 찍을 때 표면금리가 2.792%였고, 2022년 445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때 표면금리가 3.306~3.656%였던 것과 비교해 2배 이상 높았다.

LG디스플레이는 최대 주주인 LG전자로부터 지난 3월 6500억원, 4월 3500억원 등 총 1조원 규모의 자금을 차입하기도 했다. 이 차입금 이자율도 6.06%였다.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LG디스플레이의 장기 신용등급이 A+에서 A0로 강등된 영향이다.

LG디스플레이의 부채비율은 2021년 말 158.5%에서 올해 3분기 말 322.2%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순차입금 의존도 역시 22.2%에서 35.9%로 증가했다. 부채가 불어난 가운데 이자 부담까지 커졌다.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선 유상증자 외에 마땅한 자금 조달 창구가 없어진 것이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유상증자설이 꾸준히 제기됐으나, LG디스플레이는 다른 대안으로 극복할 것이라고 밝혀왔다”면서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대비 높아지는 투자·운용 자금을 추가로 확보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경영진 변화로 자금 확보 계획이 빨라진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그래픽=손민균

당장 LG디스플레이 주가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는 이번 유상증자 과정에서 신주 1억4218만4300주를 추가 상장한다. 기존 발행 주식 수의 39.74%에 달하는 물량으로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LG디스플레이 주가는 전날 6.1% 하락한 데 이어, 이날 오후 2시 20분 기준 4%대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유상증자 흥행을 위해 최대 주주인 LG전자는 초과 청약을 약속하고 나섰다. LG전자는 LG디스플레이 유상증자 배정 물량의 120%인 5173만7236주를 청약할 계획이다. 예정 발행가 기준 약 4941억원을 투입한다.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LG디스플레이의 경영 상황이 개선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LG디스플레이의 유상증자 공동 대표주관을 맡은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대신증권은 ‘인수인의 의견’을 통해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 확충이 진행된다면 LG디스플레이의 유동비율, 부채비율, 차입금 의존도가 개선되고 재무 안전성 강화로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경영 상황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달려있다.

LG디스플레이는 유상증자로 조달하는 자금을 활용해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설 구축, 자동차용 OLED 생산능력 확장 등에 나서기로 했다. 2021년 발행한 ESG 채권(2900억원)과 크레디 아그리콜(Credit Agricole)에서 빌린 차입금 8000만달러(약 1045억원)도 상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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