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인터뷰] "이순신도 만족할 최후"…김한민 감독, 버벅댔던 '명량'→후회 없는 '노량' 피날레(종합)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10년의 대서사시를 이끈 김한민(54) 감독이 여한 없이 모두 쏟아 부었던 '노량'을 향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전쟁 액션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이하 '노량', 빅스톤픽쳐스 제작)를 연출한 김한민 감독. 그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노량'의 연출 계기부터 약 10년간 이어진 이순신 프로젝트를 끝마친 소회를 고백했다.
2014년 7월 30일 개봉해 무려 1761만명 동원이라는 국내 역대 박스오피스 대기록을 수립한 '명량'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 중 마지막 작품인 '노량'은 1598년 11월 19일 노량 앞바다에서 이순신이 이끄는 조선 수군이 일본 수군과 벌인 마지막 해전으로 알려진 노량해전을 다뤘다. 퇴각하는 왜군을 노량에서 요격하던 중 관음포에서 총탄에 맞아 전사한 이순신 장군이 마지막으로 "戰方急 愼勿言我死(전방급 신물언아사, 싸움이 급하다. 단 한 명의 조선 수군도 동요되어서는 아니 되니,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라는 유언을 남긴 최후의 해전이다.
동아시아 최대 전투 노량해전을 다룬 '노량'은 '명량' '한산: 용의 출현'(22, 이하 '한산')으로 쌓은 노하우를 집대성한 가장 화려한 피날레로 눈길을 끈다. 왜군 수장이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갑작스레 사망한 뒤 힘을 잃고 흔들리는 왜군과 이에 물러섬이 없는 조선, 그리고 조선의 연합군으로 참전한 명나라까지 가세한 확장된 스토리와 약 100분간 펼쳐지는 역대급 해전신 등이 담긴 '노량'은 이순신 프로젝트의 대미를 화려하게 마무리 지으며 12월 관객을 찾았다.
'명량' '한산 '노량'으로 이어진 약 10년간의 대장정을 끝낸 김한민 감독은 "'이런 날이 오는구나' 싶다. 개인적으로 시간이 금방 간 기분이었다. '노량'을 이끌기까지 유종의 미를 잘 거둬야한다는 생각이 컸고 그러기 위해 '한산'과 '노량'은 더욱 영화마다 분명한 의미를 담아야겠다는 생각도 강했다. 이러한 마음으로 영화를 만든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하다"고 소회를 전했다.
그는 "'노량' 시사회 이후 평가가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노량'은 이순신 장군의 최후를 다뤘는데 절제하고 담백, 또 우아하다는 평가도 들었다. 굉장한 호평이지만 상업 영화 감독으로서 과연 상업적으로 관객에게 어필이 될까 반신반의하기도 했다. 이순신 장군의 죽음은 확실히 말하고자 한 목소리가 있다고 봤다. 진실함과 진정성을 최대한 담아내려고 했고 그런 느낌으로 영화적인 톤앤 매너를 잡으려고 했다. 후회는 없다"고 덧붙였다.
시리즈 사상 최장 러닝타임에 대해 "주변에서는 2시간 10분 정도로 좀 더 줄여줄 수 없겠냐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그렇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내게 '노량'은 뺄 장면이 없었다. 나름 압축하고 간결하게 연출하는 편인데 그럼에도 '노량'은 이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적당하다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역사가 스포 그 자체인 '노량'에 대한 고민도 털어놨다. 김한민 감독은 "그게 이순신 프로젝트가 10년 걸린 이유다"며 "'노량'을 통해 어떤 영화를 만들지, 또 어떻게 자리매김 할 수 있을지 고민의 시간이 걸렸다. '명량'이 폭발적으로 흥행을 했다. 단지 후속작으로서의 기능을 원한다면 굳이 '한산' '노량'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순신의 2부, 3부 정도가 됐을 것이다. 혹은 다른 영화를 만들어도 된다. 후속작에 집중한다면 이순신의 3부작을 만드는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속편 우려먹기를 할 생각이었다면 아예 이 프로젝트를 안 하는 게 맞다"며 "'노량'은 반드시 해야 했다고 생각한다. 이순신 장군의 치열했던 정신을 보여주고 싶었다. 도망가는 적을 적당히 돌려보내지 않고 집요하고 치열하게 마지막 전투를 펼쳤다. 완전한 항복을 받아야 한다는 문구까지 담는데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 전쟁을 올바로 끝냈다고 했을 때, 기어이 항복을 받아야 한다는 문구가 이순신 장군에게 누가 되지 않을 문구라고 생각했다. '노량'의 대의를 담기에 충분했다. 마지막 이순신 장군의 최후 장면도 그런 대사를 과감하게 쓰려고 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노량해전 설계가 어떻게 가야할지 연출자로서 중심이 섰고 어떤 의문도 없이 치열하고 성실하게, 지치지 않고 찍을 수 있었다. '노량'은 진정성을 담고 싶었다. 이순신 장군의 맥이 있다. 이순신 장군이 어떤 맥을 가지고 최후를 맞이했는지 담으려고 했다. 이순신 장군이 만약 이 영화를 봤다면 잘했다고 격려를 해줄 것 같았다. 나름의 확신이 있었다"고 자신했다.
'이순신 프로젝트 3부작'의 1대 '용장(勇將)' 이순신 최민식, 2대 '지장(智將)' 이순신 박해일에 이어 3대 '현장(賢將)' 이순신으로 대미를 장식한 김윤석에 대한 신뢰도 상당했다. 김한민 감독은 "'명량'의 이순신은 용장, '한산'의 이순신은 지장, '노량'의 이순신은 현장이라는 표현을 썼다. '한산'의 이순신은 전략전술에 탁월한 지장이었다. '노량'의 이순신은 오히려 '한산'의 이순신보다 더 지혜롭고 현명한 해안을 가진 이순신이다. 김윤석은 용장과 지장의 모습을 같이 겸비한 분위기를 가진 희귀한 배우다. 김윤석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은 아무래도 운명과 인연의 끈이 있나보다"고 애정을 쏟았다.
그는 "김윤석은 너무 훌륭했다. 김윤석은 처음부터 내게 선언을 하고 들어왔다.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월드에 나를 온전히 맡기겠다' 선언했다. 감독을 향한 존경이 대단했다. 연장선으로 감독의 의도를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지 늘 존중해줬다. 이런 경험은 나도 처음이다. 김윤석을 향해 연출도 했고 작품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나와 김윤석이 부딪힌 지점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김한민 감독은 "김성수 감독과 '서울의 봄' '노량'이 한국 영화 점유율을 높여주면 좋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했다. '서울의 봄'의 흥행 기운을 '노량'이 잘 이어받을 것 같아 너무 기분 좋다. '서울의 봄'의 분노 게이지를 '노량'의 완벽한 위로와 위안으로 풀면 좋을 것 같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서울의 봄'의 바통터치가 '노량'으로 됐는데 이 또한 운명적인 인연인 것 같다"고 웃었다.
'노량: 죽음의 바다'는 김윤석, 백윤식, 정재영, 허준호, 김성규, 이규형, 이무생, 최덕문, 안보현, 박명훈, 박훈 그리고 문정희 등이 출연했고 '명량' '한산: 용의 출현'의 김한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0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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