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무차별 폭격에서 정밀타격전으로 전략 전환하나
미국, 이스라엘에 총력 압박…가자 북부부터 단계적 공격 축소 전망
인질협상 재개 노력도 분주…하마스는 '공격 중단이 먼저' 선긋기
이스라엘의 계속된 공격에 팔레스타인 사망자 2만명 육박
하마스와 전쟁준인 이스라엘군이 무차별 폭격을 포함한 대규모 지상전 대신 정밀타격전으로 군사전략을 바꿀 조짐이다. 무고한 민간인 희생에 대한 국제 사회의 비난이 쏟아진 데 따른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18일(현지시간) 나란히 기자회견을 열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격이 저강도로 전환될 것임을 시사했다.
미국은 그간 최측근 동맹인 이스라엘 편들기를 고수해오다 국제사회뿐만 아니라 미국 내에서도 비난이 거세지자 가자지구 전쟁이 두달을 훌쩍 넘긴 시점에서 일단 이같은 접점을 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날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는 어떻게 고강도 작전에서 저강도 및 좀 더 외과수술식 작전으로 전환할지에 대한 많은 생각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 나란히 선 갈란트 장관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소탕을 내건 이스라엘 작전이 '다음 단계'로 점진적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특히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그간 기류와 다르게 지난 12일 이스라엘이 "무차별적 폭격"을 퍼붓고 있다고 대놓고 비판해 입장 변화가 감지된 지 며칠 만에 나온 것이라고 NYT는 짚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해 "그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그는 변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 이스라엘 정부는 네타냐후가 움직이기 매우 어렵게 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던지기도 했다.
앞서 지난 수주간 미 장관급 인사가 줄줄이 이스라엘을 찾아가 대규모 지상공격을 '저강도'로 전환하라며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 단계적으로 공격 강도를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갈란트 장관은 "곧 가자지구의 여러 지역을 구분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가자지구 남쪽보다 북쪽 지역에서 주민 귀환을 위한 작업에 더 빨리 착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이 대부분 장악한 가자지구 북부에서 먼저 작전 강도를 조절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이스라엘은 칸 유니스 등 하마스 지도부가 은신한 곳으로 보는 가자지구 남부에 대한 공격에 집중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민간인 희생이 불가피한 대규모 작전보다 정예병력을 활용한 정밀타격을 점차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소규모 특수부대가 하마스 지도부 제거, 인질 구출, 지하터널 파괴 등에서 정밀한 작전을 펴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갈란트 장관은 이스라엘의 '다음 단계' 전환 계획에 관한 구체적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다.
오스틴 장관도 향후 시간표에 관한 질문에 "이것은 이스라엘 작전이며 내가 시간표나 기간을 지시하려고 여기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NYT는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원하는 이스라엘의 저강도 군사작전 전환 시점이 약 3주 이내라고 전했다.
지상 공격을 둘러싼 이스라엘의 기류 변화는 가자지구 내 물품 반입 확대와 맞물려 주목된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상업용 트럭이 지난 16일 라파 통행로를 통해 가자지구에 진입했다면서 더 많은 상업용 트럭이 가자지구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공격 수위 조절에 이어 인질 협상 재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빌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18일 폴란드 바르샤바를 방문해 이스라엘 대외정보기관 모사드의 다비드 바르니아 국장,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와 회동했다.이 자리에서는 카타르 중재로 하마스와 인질석방 협상을 재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동은 특히 이스라엘이 지난 15일 가자지구에서 작전 도중 백기를 들고 다가오는 자국민 인질을 오인 사살하면서 궁지에 몰린 직후 이뤄진 것이다.
지난 10월 7일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기습해 민간인, 군인, 외국인 등 1200여명을 살해하고 240여명을 납치해 인질로 삼았다.
하마스는 짧게나마 이어진 7일간 휴전에서 인질 중 여성과 어린이 105명을 풀어줬고, 이에 맞교환으로 이스라엘도 팔레스타인 수감자 중 240명을 석방했다.
그러나 휴전 연장이 불발되면서 약 130명으로 추정되는 나머지 인질은 여전히 억류된 상태다.
하마스 대변인 오사마 함단은 카타르, 이집트의 인질교환 구상에 열려있지만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공격을 멈출 때까지는 테이블로 올라갈 협상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스라엘 공격에 따른 팔레스타인 사상자는 계속 늘고 있다.
이날 미국과 이스라엘 국방장관 기자회견이 열린 지 몇시간이 지나지 않아 가자지구 중부에서는 이스라엘 공습과 탱크 포격이 오히려 잦아지면서 어린이 2명을 포함해 12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도 이스라엘이 주택에 공습을 가하면서 최소 4명이 숨졌고, 칸유니스의 병원에서는 전쟁통에 다리를 잃고 치료받던 13세 소녀가 이스라엘 탱크가 쏜 포탄에 결국 목숨까지 잃었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민간인의 굶주림을 무기화했다고 비난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고의로 구호품을 막는 등 민간인의 생존에 필수적인 물자를 박탈해 의도적으로 민간인의 굶주림을 전쟁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고 규탄했다.
가자지구 당국이 18일 밝힌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1만9453명으로 2만명에 육박하며 부상자는 5만2286명이다. 강현철기자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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