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외교, 미국 중심에서 벗어나야 성과 거둬”
인력 부족, 해외 과학자 활용해야
신성철 과학기술협력대사는 “정부가 추진하는 과학기술 외교가 성공하려면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인 과학자들을 적극적인 접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해외 협력의 성공을 위해서는 해외 한인 과학자들을 통한 협력 모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성철 과학기술협력대사는 19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3 과학기술외교포럼’에 기조발표자로 나서 “과학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도움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 출신인 신 대사는 지난해 11월 외교부로부터 과학기술 전문성을 바탕으로 외교 활동을 펼치는 과학기술협력대사로 임명됐다.
신 대사는 국내 과학기술 외교가 국제 사회에서 전문성과 신뢰성을 우선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신 총장은 “현재 한국은 과학과 외교 두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융복합형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 총장은 “한국은 정부 부처의 국제협력 담당자의 근무 기간이 1년 이내로 짧고 후임자에게 업무 인수인계가 잘 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며 “다른 국가의 주한대사를 만나면 한국은 담당자가 왜이렇게 자주 바뀌는지 물어볼 정도”라고 말했다.
신 총장은 “국내와 해외 과학자들 사이의 연결점 역할을 하고 ‘과학 아타셰(Attache)’ 제도 도입해 해외에서 활동하는 과학자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타셰는 전문 분야를 담당하는 외교관을 의미하는 프랑스어로, 과학 아타셰는 과학기술 외교를 전문으로 하는 과학정보담당관을 의미한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과학자를 과학 아타셰로 임명하고 해당 지역과의 과학기술 협력을 이끌어내는 전략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 총장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는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를 비롯해 19개 해외 과협이 활동하고 있다.
신 대사는 “미국에 편중된 국제 협력 연구를 유럽 지역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신 대사는 “유럽은 기초과학 수준이 높은 강소국이 많다”며 “유럽 국가들은 한국과 협력하려는 의지도 있는 만큼 과학자들이 스스로 협력하는 ‘바텀업’ 방식으로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주관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교부가 주최했다. 신 대사가 기조발표를 맡았고 조남중 싱가포르 난양공대 산업처장과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각각 발제를 맡았다.
전문가들은 우수한 과학기술력을 갖추는 것이 한국이 ‘글로벌 중추국가’로 도약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조남준 싱가포르 난양공대 산업처장도 한국이 패스트 팔로워에서 발전한 퍼스트 무버가 되려면 다양성을 갖춰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조 처장은 “전 세계에서 1년에 출판되는 논문이 500만편에 달하는 시대”라며 “사이언스, 네이처처럼 우수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는 것만 추구할 것이 아니라 산업화가 가능한 연구도 다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 처장은 “과학계가 다양성을 갖추면 글로벌 기업이 대학 캠퍼스에 연구개발(R&D) 센터를 만들고 새로운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이라며 “이를 통해 미국과 중국 사이의 과학기술 외교에서 휘둘리지 않을 기술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배 서울대 교수는 “과학기술 외교는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주도권을 잡고 영향력을 펼치기 위한 가장 좋은 수단”이라며 “최근에는 안보의 개념이 과학기술 외교에 더해지면서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1990년대 초반 미국과 일본이 벌였던 패권 경쟁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당시 일본은 반도체, 국방 기술을 바탕으로 미국과의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았다. 미국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기술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하면서 갖춘 기술력으로 일본을 따돌리고 패권국가로 우뚝섰다.
김 교수는 “얼마전 논란이 있었던 화웨이 사태도 이런 사례의 연장선”이라며 “기술력이 안보 외교의 중심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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