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이 역대 최저 투표율 홍콩 선거 치하한 날, 반중 매체 ‘빈과일보’ 사주 재판 시작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한 홍콩 구의원 선거에 대해 “구의회 교체 선거를 순조롭게 완성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시 주석이 홍콩의 혼란을 바로잡았다며 리 장관을 치하한 날, 국제 사회는 홍콩 민주진영의 상징적 인물인 지미 라이(黎智英) 전 빈과일보 사주의 재판에 대해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시 주석은 지난 18일 존 리(李家超) 홍콩 행정장관으로부터 특별행정구 업무 현황을 보고 받고 “지난 1년 동안 리 장관이 특별행정구 정부를 이끌며 대담하게 일을 잘해 국가안보를 확고히 수호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인민일보가 19일 보도했다.
시 주석은 그러면서 “중앙정부는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방침을 변함없이 확고부동하게 관철하고 ‘애국자가 홍콩을 다스린다’는 원칙을 전면적으로 실현할 것”이라며 “우리는 홍콩의 밝은 전망을 자신한다”고 말했다. 이에 리 장관은 “제7회 구의원 선거는 ‘애국자가 홍콩을 다스린다’는 원칙을 구 행정에 적용하며 순조롭게 열렸다”고 화답했다.
앞서 지난 10일 치러진 제7회 홍콩 구의원 선거는 27.54%의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했다. 1997년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후 치러진 각종 선거에서 투표율이 30% 미만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민들이 직접 선출하는 지역구 의석이 대폭 축소되고 ‘애국자가 홍콩을 다스린다’는 원칙에 따라 후보들이 친중 일색으로 채워지면서 주민들의 관심이 저조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중국과 홍콩 정부는 구의원 선거가 순조롭게 완성됐다는 평가를 내린 것이다.
앞서 중국은 2019년 홍콩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자 2020년에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한 데 이어 2021년에는 홍콩 선거제 개편으로 ‘애국자가 홍콩을 다스린다’는 원칙을 확립해 민주진영을 사실상 와해시켰다.
한편 시 주석이 구의원 선거 등과 관련해 리 장관의 노고를 치하한 날 홍콩에서는 민주진영의 상징적 인물인 지미 라이(黎智英) 전 빈과일보 사주의 국가보안법 재판이 시작되면서 중국과 서방 국가들 사이의 설전이 벌어졌다.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미국은 중국의 국가보안법에 따라 홍콩에서 민주화 운동가이자 언론 소유주인 라이가 기소된 것을 규탄한다”며 “라이를 비롯해 스스로의 권리를 지키려다 수감된 모든 이를 즉시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부 장관도 “라이는 표현과 결사의 자유를 향한 평화로운 권리 행사를 막으려는 명백한 시도의 표적이 됐다”면서 “기소를 중지하고 라이를 석방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의류 업체 지오다노를 창립한 라이는 홍콩의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는 대표적인 반중 매체인 ‘빈과일보’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그는 2020년 구속된 지 3년 만에 공개 법정에 섰지만, 배심원 없이 재판을 받게 되며 변호사 선임도 거부됐다. 현재 그는 홍콩 보안법 위반, 외세와 결탁, 홍콩 민주화 집회 조직, 선동적 출판물 배포 등의 혐의를 받고 있으며,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대 종신형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라이의 재판은 최소 두 달 이상 이어질 전망이다.
중국은 국제사회의 우려에 대해 내정 간섭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사법 절차에 들어간 사건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하는 것은 법치 정신과 국제법 원칙을 위반하는 것으로, 노골적인 정치적 농간이자 이중 잣대”라며 “중국은 이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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