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로 폭탄 테러’ 계획한 호주 남성, 18년 만에 석방...지역사회 긴장

오사마 빈 라덴의 열혈 추종자로
동시다발 폭탄 테러 준비 중 체포
3년 구금 연장 끝에 다시 사회로
법원 “1년 야간 외출 금지 등 제약”

호주의 연구용 원자로에 대한 폭탄 테러 계획으로 국민들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테러범이 18년만에 풀려나게 됐다.

19일(현지시간) 호주 AAP 통신 등에 따르면 빅토리아주 대법원은 2005년 테러 모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18년간 구속돼 있던 압둘 나세르 벤브리카(63)를 이날 중 석방한다고 밝혔다. 그의 형기는 2020년까지였지만 연방 정부의 구금 연장 요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3년 더 구금됐고, 이날 풀려나게 됐다. 야당은 정부가 그를 감옥에 더 가둬두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며 비난했다.

알제리와 호주 이중 국적자이자 오사마 빈 라덴의 열렬한 추종자인 벤브리카는 2005년 호주 시드니와 멜버른 등에서 동시다발적 폭탄 테러를 준비하다 경찰에 체포됐다. 당시 그는 서방 세력에 의한 이슬람 형제들 죽음에 보복해야 한다며 자신의 조직원들과 함께 호주 풋볼 리그(AFL) 결승전이 열리던 멜버른 경기장과 호주 시드니에 있는 연구용 원자로 등에 폭탄 테러를 가할 계획을 꾸몄다.

이들은 다량의 폭탄 제조 물질과 무기 등을 보유하고 시드니 남서부 한 목장을 테러 훈련 캠프로 만들어 놓고 훈련도 했다. 존 하워드 당시 호주 총리와 그의 가족들을 살해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 도청으로 계획이 발각됐고, 호주 경찰은 대테러 작전을 통해 벤브리카를 비롯한 18명의 테러범을 체포했다.

재판부는 이날 그를 석방하면서 1년간 야간 외출을 금지하는 등 30건이 넘는 제약을 부과했다. 그는 발목에 위치추적 장치를 달고 경찰로부터 전자 통신 감청을 받아야 하며, 승인 없이 이사를 갈 수도 없다. 또 법원이 규정한 사람들이나 유죄 판결을 받은 테러범 등과는 접촉할 수 없다.

엘리자베스 홀링워스 빅토리아주 대법관은 “위험으로부터 지역사회를 보호하기 위해 이런 석방 조건을 부여했다”며 “이는 합리적이며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