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북극서 군사력 확대…美·유럽 10년 앞서가”
美, 동맹과 방위협정 맺어 방어망 구축…“어떤 공격에도 대응 태세 유지”
(시사저널=김민지 디지털팀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극에서 군사력을 대폭 증강하면서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CBS 방송은 최근 미국 정부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들이 북극권 내 러시아의 군사력 증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1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현재 러시아가 북극에서 운영 중인 군사기지 수가 미국과 NATO의 기지를 합친 것보다 많고, 북극에서 서방의 군사적 입지가 러시아에 비해 약 10년 정도 뒤처져 있다고 이 매체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전했다.
특히 NATO의 핵심 회원국인 노르웨이는 러시아의 군사 시설과 근접해 있어 이런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노르웨이 정보기관의 전 부국장인 헤드빅 모에는 "스발바르를 포함한 노르웨이 북부는 러시아에 특히 중요한 지역"이라며 "노르웨이 국경과 매우 가까운 콜라(러시아 북서부)에 핵잠수함이 주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핵잠수함들은 미국과 충돌이 발생할 경우 핵무기를 발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거주지역으로는 위도상 가장 북쪽에 위치한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에서는 1920년대에 체결한 조약 덕분에 러시아 국민이 비자 없이 거주할 수 있게 되면서 러시아가 이미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스발바르의 도시 바렌츠부르크에는 러시아 탄광촌이 구성됐으며, 자체 학교와 대규모 러시아 영사관도 있다. 올해 초부터는 노르웨이 영토인 이곳에서 러시아 군대식 퍼레이드도 진행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로 북극권의 지리적 환경이 급속하게 바뀌면서 군사기지로의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빙하가 녹으면서 새로운 항로가 열렸고,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 지역도 노출됐다.
이에 따라 북극이 향후 군사적인 발화점이 돼 러시아와 서방 국가 간 긴장을 높일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로 러시아는 북극에서 미국의 방어를 우회할 수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 중이며, 올해 8월에는 러시아와 중국 합동 함대가 알래스카 인근 해역을 순찰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고 CBS는 보도했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도 최근 관련 기사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와 서방 간 관계가 악화하면서 북극 지역으로 긴장이 확산할 조짐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미국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보고서를 인용해, 러시아와 NATO 간 전쟁이 일어날 경우 러시아가 노르웨이나 핀란드에 제한적 침공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1일 러시아 북서부 아르한겔스크에서 직접 북극 개발 회의를 개최하고 "북극은 엄청난 경제적 기회가 있는 지역"이라며 "에너지, 물류, 국가 안보와 방위에 중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미 국방부는 러시아의 북극 기지 확대를 인정하면서도 이것이 양국 군사력 범위를 모두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미 국방부 북극·글로벌 복원력 정책팀 대변인 데빈 T. 로빈슨 중령은 CBS에 보낸 성명에서 미군은 "미국이나 동맹국에 대한 어떠한 공격에도 대응할 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 지역에서 러시아와 중국 간의 협력을 지속해서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북극은 국방부에 특별한 도전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이 지역에서 변화하는 지구물리학적·지정학적 환경에 대처할 수 있는 올바른 전략적 접근과 강력한 동맹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미국은 18일 안보 불안을 호소하는 북유럽의 대(對)러시아 방어망 구축을 위해 핀란드와 방위협력협정(DCA)을 체결했다. 방위협력협정을 체결함으로써 미국은 핀란드에 있는 15개 군기지를 포함해 이 지역의 군기지를 활용할 수 있어 러시아의 위협에 대한 대응 능력을 증강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은 이미 작년에 노르웨이와, 지난 5일엔 스웨덴과 각각 방위협력협정을 체결했으며 덴마크와도 조만간 방위협력협정을 맺을 계획이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내와 두 딸 살해한 젊은 강남 엘리트의 추락 [정락인의 사건 속으로] - 시사저널
- 초1 여동생 성폭행해 유산시킨 친오빠…‘징역 12년 무겁다’ 항소 - 시사저널
- 티샷에 30대 여성 골퍼 실명…‘골프장‧타구자’ 불기소한 검찰 논란 - 시사저널
- ‘선당후곰’은 옛말…무턱대고 청약 넣었다간 ‘이렇게’ 된다 - 시사저널
- ‘아내 살해’ 변호사, 119 아닌 국회의원 출신 父에 먼저 전화했다 - 시사저널
- 미성년 의붓딸 13년간 ‘2090회’ 성폭행한 50대…“혐의 인정” - 시사저널
- ‘열선 125도’ 전기장판·‘납 범벅’ 어린이 시계까지…리콜된 제품은 - 시사저널
- “안주 안 만들어줘서”…母 폭행해 숨지게 한 40대 아들의 최후 - 시사저널
- 기름 때 끼기 쉬운 혈관…깨끗하게 청소하는 법 3 - 시사저널
- 추울 때 하는 운동이 살 더 잘 빠지는 이유는? - 시사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