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D램은 바닥, 낸드는 잠자는 수준… 내년 상반기 회복 기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지난 18일 반도체 시장에 대해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벗어나는 단계로 보이는데, 회복 단계에 진입하려면 물량이나 가격이 조금 더 올라와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대한상의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내년 상반기 중에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는 상황이 왔으면 좋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회장은 “D램은 나아지고 있지만, 낸드 쪽은 아직 거의 잠자는 수준이다. 로직칩(시스템 반도체) 쪽도 여러 가지 도전들이 계속 있지만, 썩 좋은 형편은 아니다”며 “아직 전체적인 (반도체) 회복보다는 (인공지능 등) 일부의 어떤 수요가 전체 시장을 끌고 있다”고 했다.
D램은 챗GPT 이후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위한 AI 서버 투자가 확대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DDR5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다만 노트북과 스마트폰에 주로 사용되는 낸드는 여전히 수요가 부진하고 재고가 많다.
최 회장은 투자 과잉 문제도 우려했다. 미국은 ‘반도체 지원법(CHIP)’을 통해 전 세계 460개 이상의 기업으로부터 1660억 달러(약 216조원)의 투자 유치를 약속받았다. 일본도 반도체 주권 회복을 명분으로 막대한 인센티브 지급에 나서고 있다.
최 회장은 “(2나노) 기술 경쟁과 각 국가의 공격적인 인센티브 정책에 따라 여러 기업이 막대한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며 “다만 투자가 완료됐을 때 경기가 회복돼서 투자한 만큼 (시장이) 돌아갈 수 있을지 걱정된다. 자칫 과잉투자로 (사업이) 상당히 어려워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했다.
또 “이전에는 하나의 흐름으로 수급 균형을 볼 수 있었지만, 여러 나라의 보호무역으로 수급 균형 확인이 쉽지 않다”며 “보호무역으로 자국에서 만든 것만 쓰겠다는 개념으로 바귀면 시장은 작고 생산은 많은 한국에는 불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최 회장과의 일문일답.
─엑스포 유치 활동 소회는.
“열심히 뛴다고 뛰었는데 결과가 이렇게 돼서 송구스럽다. 다만 유치 활동을 통해서 많은 정보와 네트워크를 쌓았고 이를 지속 유지할 필요성이 있다. 들어간 비용과 노력이 헛되다고 생각할 이유는 없다. 기업가 관점에서 투입된 돈을 건져내는 게 저희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방안들을 찾아서 시장을 개척하겠다.”
─대한상의 회장은 연임하나.
“혼자서만 결정할 수 없다. 아직 기간이 남았으니 다른 분들의 의견을 듣고 저 자신도 돌아보겠다. 연말에 좀 쉬면서 생각을 가다듬어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뭘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고 결정하겠다.”
─내년 경제 전망은 어떻게 보나.
“상반기는 큰 변화가 없고 하반기에는 회복이 될 거라고 예측한다. 다만 많은 변수가 잠복해있다. 제일 큰 변수는 중국 경기 회복이다. 단시간에 회복될 것으로 보이진 않고 내년 말쯤 회복세를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가 많이 의존하는 자동차나 반도체 경기들이 조금씩 회복되는 모습은 긍정적이다.”
─반도체 경기 상황은.
“반도체 경기는 바닥을 벗어나는 단계로 보이는데, 회복 단계에 진입하려면 물량이나 가격이 조금 더 올라야 한다. 또 수급 균형이 제대로 맞아야 한다. 내년 상반기 중에 그런 상황이 왔으면 좋겠지만,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아직도 전체적인 회복보다는 일부의 어떤 수요가 전체 시장을 끌고 가고 있다. D램은 나아지고 있지만 낸드 쪽은 아직 잠자는 수준이다.”
─네덜란드 ASML을 방문한 성과는.
“ASML은 노광장비를 만드는 독점적인 기업이다. 우리와의 협력 관계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반도체 미세 공정 기술은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그러다 보니 노광장비나 모든 것들이 비싸지고 있다. ASML은 그런 기회로 돈을 벌겠지만 반대로 반도체 제조사들은 너무 비싼 장비를 계속 사다가 만들어 봐야 돈이 안 된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러면 반도체를 생산하는 새로운 방법론이나 틀(기술)을 바꿀 수 있다. ASML도 어떻게든 협업을 통해 자기 장비가 계속 잘 쓰이고 반도체 효율이 살아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과제다.”
─한일 경제 협력이 왜 필요한가.
“한국과 일본은 시장, 사회 현상, 안보 문제, 저성장과 고령화 등 공통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 두 국가는 아시아에서 2등~3등의 시장 규모를 가지고 있고 시너지를 낸다면 많은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된다. 자국 주의만 외쳐서는 할 수 없고 이제는 협력할 때가 됐다. 우리는 너무 ‘룰 테이커’다. 누가 결정한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한다. 우리가 경제 규모나 발언권을 더 키우려면 한일 협력 등 덩치를 키워야 한다. 분열된 세상에서는 우리도 룰을 만들거나 룰을 방어해야 한다. 그 차원에서 일본과의 협력은 국익에 도움 될 수 있다.”
─구체적인 협력 모델은.
“예를 들어 한국이나 일본 모두 에너지를 밖에서 의존하고 있는데 공동구매나 공동사용을 통해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할 수 있다. 관광 부문에서는 한국이나 일본을 방문하는 제3국의 사람들에게 공동 비자를 줘서 양쪽을 같이 방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또 국내 스타트업 시장이 작고 투자 사이즈도 작아서 고민이었는데, 한일 마켓을 만들면 더 큰 시너지가 날 수 있다.”
─미국 CES 방문 여부와 인공지능(AI)에 대한 전망은.
“빅테크들이 AI와 관련해 일반 사람들이 체감할 정도로 얼마나 많은 발전을 만들지 저도 궁금하다. 5년 안에는 꽤 많은 변화를 몰고 올 변화의 축이라고 생각한다. 거의 모든 산업에 애플리케이션이 마련 될 것으로 보인다. CES에는 가급적 참석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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