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반도체 과잉 투자 걱정스럽다··· 내년 하반기엔 경기 회복"

[상의회장 기자간담회]
각국 반도체를 전략적으로 키워
향후 산업 전체 어렵게 만들 수도
D램은 바닥 찍었지만 회복 느려
일부 수요가 시장 끌어가는 형편
국내경제에 가장 큰 변수는 중국
양국 필요한 협력관계 유지해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대한상공회의소

[서울경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전 세계에서 반도체 투자 과잉이 나타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국내 경기는 내년 하반기 이후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봤다.

최 회장은 1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현재 반도체 경기는 록보텀(최저점)을 지나고 있는 단계”라며 이같이 진단했다. 그나마 D램은 나아지고 있지만 낸드 쪽은 아직도 잠을 자고 있는 수준에 불과하며 전체적 회복이 됐다기보다는 일부 수요가 전체 시장을 끌고가고 있는 형편이라는 게 최 회장의 분석이다.

반도체 과잉 투자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내비쳤다. 그는 “최근 전 세계 여러 국가와 기업들이 반도체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데 저 투자들이 다 (공급으로) 나오면 경기가 회복이 돼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고 설명했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각 나라가 전략산업으로 인지하고 있어 보호무역처럼 진행되다 보니 앞으로 과잉 투자 및 생산이 전반적인 산업 전체를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게 최 회장의 지적이다.

실제 올해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유럽연합(EU)·일본 등이 내놓은 전체 반도체 투자 규모는 약 1400조 원에 달해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가 추정한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인 6135억 달러(약 801조 원)의 2배에 육박한다. 여기에 중국이 미국의 견제 속에서도 ‘반도체 굴기’를 이어가고 있어 앞으로 10년 동안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이 생존을 건 치킨게임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대한상의 차원에서도 장기적인 경쟁력이 뒤처지지 않도록 산업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고 정부에 계속 건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이 우리나라에 장기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했다. 그는 “중국 화웨이 최신 스마트폰에 탑재된 7㎚(나노미터·1㎚는10억분의 1m) 칩은 구형 공정으로 만든 것이라 수율이나 가격 측면에서 경쟁력이 없다”면서도 “다만 중국도 미국의 견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돌파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어 언제까지 제재 틀 안에 갇혀 있지는 않는다는 걸 보여준 것은 우리에게 교훈이 되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기술 견제를 이어간다고 해도 언젠가는 중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기술 독립을 이뤄낼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내년 경기 전망에 대해서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겠지만 하반기부터는 회복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조심스러운 기대감을 내비쳤다. 단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가장 큰 변수는 중국의 경기회복 속도가 될 것이라는 게 최 회장의 예측이다. 그는 “중국 경기가 단시간에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한국도 이 같은 추세를 따라간다고 보면 내년 말은 돼야 회복세를 보일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국 대선에 대해서는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결국 미중 갈등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며 “다만 미중 갈등을 떠나 좋든 싫든 중국은 아직도 우리의 최대 교역국인 만큼 필요한 협력 관계는 계속해서 해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가 직접 제안한 ‘한일 경제협력체’에 대한 구상도 거듭 강조했다. 최 회장은 “국민 감정이나 여러 다른 정치적 요소도 있지만 가능한 시너지가 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시장을 키워야 같이 생존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한일 학자에게 양국 경제협력체 구성에 따른 경제효과에 대해 연구를 의뢰했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대한상의 회장 자리에 대해서는 일단 연임 가능성을 열어뒀다. 최 회장은 “혼자 하겠다고 해서 하는 자리도 아니고 우선 제 자신부터 돌아봐야 할 것 같다”며 “1년 6개월 동안 엑스포 유치에 매달리느라 국내 다른 이슈를 제대로 챙기지 못해 연말에는 좀 쉬면서 생각을 가다듬고 회장을 더 하게 된다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생각해보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엑스포 실패에 대해서는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결과가 이렇게 돼 송구스러울 뿐”이라며 “패자는 유구무언이지만 유치 과정에서 여러 나라를 돌며 얻었던 네트워크을 유지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기 위해 기업들이 모여서 지속적인 정보 교환을 하는 방안들을 고민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최근 논란이 일었던 대통령의 빈번한 기업 총수 동행 문제와 관련해서는 “얻어가는 부분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제인 입장에서 보면 중요 나라나 시장에서 저희가 다같이 가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게 브랜드적 효과에서 꽤 괜찮다”며 “다만 특정 인물들만 계속 순방에 가기보다 나눠서 간다던가 또는 꼭 회장이 가지 않더라도 기업의 다른 인물이 갈 수 있도록 방법론적 변화가 있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