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고교는 4년제”…정시모집 시작도 안 했는데 ‘N수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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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한 고교 3학년에 재학 중인 김모 군은 아직 2024학년도 정시모집이 시작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주변 친구들이 다 N수를 이미 가정하는 느낌이고 나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점수 경쟁이 치열한 강남 학군 특성상 내신에서 높은 등급을 확보하기 어려워 학업 스트레스가 극심했다고 밝힌 김 군은 "(수능 준비를 위해) 1학년 때 자퇴를 희망한 적도 있는데 당시 우리 반 30명 중 2명이 (비슷한 이유로) 자퇴했고, 다른 반에서도 1∼2명씩 학교를 그만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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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학원가 재수반 조기 개강
졸업생 59.5% 재수 택한 고교도
“징역 12개월에 벌금 5000만원”
‘필수 된 재수’에 학부모들 자조
내신 경쟁하느니 빨리 수능 올인
고1은 검정고시 준비 자퇴 행렬
서울 강남구 한 고교 3학년에 재학 중인 김모 군은 아직 2024학년도 정시모집이 시작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주변 친구들이 다 N수를 이미 가정하는 느낌이고 나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점수 경쟁이 치열한 강남 학군 특성상 내신에서 높은 등급을 확보하기 어려워 학업 스트레스가 극심했다고 밝힌 김 군은 “(수능 준비를 위해) 1학년 때 자퇴를 희망한 적도 있는데 당시 우리 반 30명 중 2명이 (비슷한 이유로) 자퇴했고, 다른 반에서도 1∼2명씩 학교를 그만뒀다”고 말했다. 이어 “1학년 때 내신 점수가 떨어지면 대입경쟁에서 일찌감치 도태돼 운명이 정해져 버린다”며 “강남 학군 자체가 학생들의 자퇴를 유도하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학교의 졸업생 재수비율(대학진학·취업 외 기타 비율)은 59.5%에 달했고, 지난해 고1 학업 중단율(자퇴)은 3%로 전국 평균(1.9%)을 웃돌았다. 실제로 올해 서울대 최종등록자를 다수 배출한 강남 3구 고교 중 재수 비율이 높은 고교는 고1 학업 중단율도 전국 평균을 상회했다. 영동고의 경우 지난해 기준 고1 학업 중단율이 5.6%를 기록했고 반포고는 3.9%, 현대고는 3.7% 수준이었다.
19일 교육계 등에 따르면 사교육 1번지라고 불리는 강남 3구에서 고교 공교육을 무력화하는 N수·자퇴가 확산하는 가운데, 올해 특히 ‘불수능’ 여파로 대치동 학원가 재수반 조기 개강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재수학원은 보통 정시 진행 일정에 따라 1월 중하순부터 개강하는데 올해는 메가스터디 등 대형 입시학원과 대치동 중소 입시학원에서 예년보다 이른 12월에 ‘조기선발반’ ‘우선선발반’을 개강해 학생들을 받고 있다. 강남구의 자사고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고3 담임을 맡은 교사 최모 씨는 “한 반에 절반가량은 다음 해에도 수험표를 받으러 오는데, 며칠 전 찾아온 재수생 제자가 같은 반 친구 3명이 학원에서도 같은 반이라고 해 씁쓸함을 감추기 어려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남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강남 고등학교는 올 때부터 4년제(고교 3년+재수 1년)” “자녀를 좋은 대학 보내려면 ‘징역 12개월, 벌금 5000만 원’(재수에 소요되는 기간·비용)이 필수”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고등학교 1학년 중간고사가 끝나자마자 자퇴해 수능 준비에 뛰어드는 최상위권대 및 의학 계열 진학 희망 학생들도 사교육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강남에는 자퇴 시기 등 구체적인 전략을 세워주는 컨설팅 업체는 물론 일반 검정고시 학원과 달리 소수 정예로 최상위권 자퇴생만 가르치는 학원들도 존재한다.
서초구에서 자퇴생 전문 입시학원을 운영하는 원장 A 씨는 “의대를 가려면 재학생들도 어차피 반수 아니면 재수를 하는 추세니 차라리 일찍 자퇴해 수능에 ‘몰빵’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있다”며 “수행평가와 내신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능 대비용 자퇴가 해외 대학 진학을 위한 자퇴보다 많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 통계에는 N수생 및 자퇴생의 사교육비 규모가 잡히지 않고 있어 입시기관이 감시 사각지대서 해마다 몸집을 불리기 쉬운 구조이기도 하다. 고교 학업 중단과 함께 검정고시로 대학에 입학하는 규모도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소위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신입생 중 검정고시 출신은 2018학년 80명(전체의 0.7%)에서 2023학년 155명(1.3%)까지 6년 새 두 배가 됐다. 교육계 관계자는 “강남 3구와 그외 지역과의 교육 격차가 벌어지고 부정적 파급 효과가 확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인지현·이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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