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북 당국자 연이은 '중국行' 눈길… 3자 연대 '예열' 나섰나

노민호 기자 2023. 12. 19.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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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중러·중북 수교 75주년… "우호협력 지속"
"우크라戰 상황이 '북중러 연대' 관건" 분석도
ⓒ News1 DB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러시아와 북한 고위 당국자들의 연말 중국 방문이 이어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우리나라와 미국·일본 3국 간 안보협력 강화 기조에 맞서 내년 이후 중국·러시아·북한 간 '3자 연대'를 본격화하기 위한 '예열' 작업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중국 외교부 등에 따르면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가 19~20일 이틀간 중국 베이징을 방문, 리창(李强) 총리와 회담하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예방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박명호 북한 외무성 부상도 15일 베이징에서 쑨웨이둥(孫衛東) 외교부 부부장과의 중북 외교차관회담에 임한 데 이어 18일엔 왕이(王毅) 외교부장을 예방했다.

중북 양측은 이번 내년 중북 수교 제75주년을 앞두고 이번 박 부상 방중 과정에서 '지속적인 우호 협력관계'를 다짐했다. 중국 측은 러시아 미슈스틴 총리의 이번 방중 또한 내년 중러 수교 75주년을 맞아 '상호 협력 심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와 북한이 저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핵·미사일 개발'로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제재를 받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러북 당국자들의 연이은 방중엔 "중국과의 양자 간 협력 이상의 목적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중국 당국은 올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간 회담을 전후로 급진전된 러북 간 군사협력이나 러시아발(發) 3자 연합 군사훈련 제의 등에 대해 그간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국제사회로부터 '미국과 대등한 대우'를 받고자 하는 중국 입장에선 러시아·북한과 '한 묶음'으로 여겨지는 경우에 대한 부담을 컸을 것이란 게 관련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게다가 중국 외교가 그간 미국 중심의 '소(小)다자주의'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온 점을 고려할 때, 러시아·북한과의 '3자 연대'를 공식화하는 순간 이른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념 불륜)이란 지적을 피할 길이 없어진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이 때문에 중국 당국은 그간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일방적 제재엔 찬성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는가 하면, 북한의 군사적 도발과 관련해선 그간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등에서 '미국 책임론'과 '제재 무용론'을 주장하며 애써 두둔하면서도 러시아 및 북한과의 협력 틀은 양자 차원에 국한하는 모습을 유지해왔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이번 러시아·북한 당국자들의 방중과 관련해서도 "중국이 이른바 '북중러 3각 협력 구도'에 엮이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서로 '급'(級)이 다른 인사들이 시차를 두고 중국을 방문토록 했단 점에서다.

박 교수는 "'북중러'가 하나로 묶이면 러시아가 일으킨 우크라이나 전쟁까지도 연계되기 때문에 중국 입장에선 상황이 복잡해진다"며 "대신 철저히 양자 차원의 관리를 통해 올 한 해를 마무리하고 의미에서 러시아·북한 인사들의 연이는 방중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이나 내년 11월 미 대통령선거 결과 등과 관련해 국제정세가 다시 한 번 급변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중국이 러시아·북한의 '구애'에 선뜻 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박 교수 또한 "만약 내년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정리된다면 일정 수준에서 상징적 차원의 '북중러 연대' 구도가 그려질 수 있을 것"이라며 "한미일 협력 공고화에 따른 반작용까진 아니더라도 중국이 자체 대응 차원에서 움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게다가 러시아 또한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있기에 국내 정치적인 목적에서라도 미국 등 서방과의 '전선'(戰線)을 분명히 하기 위해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과의 관계 강화를 지속 모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러시아·북한 3자 간 '밀착'이 현실화되기 전에 우리 정부가 한중관계를 보다 적극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제시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 우리 정부는 내년 초 한일중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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