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오타니, 이치로[뉴스와 시각]

김인구 기자 2023. 12. 19. 11:3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16일 새벽(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이정후의 입단식은 여러모로 메이저리그(MLB) 최고 몸값의 스타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와 비교됐다.

그러나 올해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오타니와 이정후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분명 무리가 있다.

오히려 이정후가 목표로 설정해야 할 상대는 오타니보다는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활약했던 스즈키 이치로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인구 체육부장

16일 새벽(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이정후의 입단식은 여러모로 메이저리그(MLB) 최고 몸값의 스타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와 비교됐다. 오타니가 하루 앞서 입단식을 했는데 300명 가까운 취재진이 몰렸다. 관심이 너무 커서 메이저리그닷컴에서 입단식을 생중계할 정도였다. 이정후에게 쏠린 관심도 이에 못지않았다. 100명이 넘는 취재진이 출동했고, 톱기사로 다뤄졌다. 각자의 반려견도 화제가 됐다. 오타니 입단식에선 그의 반려견 이름이 뭐냐는 질문이 두 차례나 나왔다. 오타니가 “영어로는 데코이(Decoy)”라고 답하자 웃음과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정후의 반려견 ‘까오(Kao)’도 이목을 끌었다. 샌프란시스코는 오타니의 데코이를 의식한 듯 아예 SNS에 까오의 영상을 올려 홍보했다.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의 입단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은 그만큼 그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뜻일 것이다. 동시에 내년 시즌부터 곧바로 같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소속으로 자주 부딪치게 될 것이기에 ‘맞수’로 포지셔닝하기 위한 포석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올해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오타니와 이정후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분명 무리가 있다. 오히려 이정후가 목표로 설정해야 할 상대는 오타니보다는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활약했던 스즈키 이치로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치로는 이정후가 여러 차례 밝혔듯이 그의 어릴 적 우상이다. 등번호 51번을 달고 있는 것도 이치로 때문이다. 실제로 이정후는 여러 면에서 이치로와 닮아 있다. 우선 체급이 비슷하다. 이정후는 185㎝에 88㎏, 이치로는 현역 당시 180㎝, 79㎏이었다. 그리고 빠른 발을 가진 1번 타자에, 수비 포지션이 외야수라는 점도 같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 입단식 직후 SNS에 내년 라인업을 공개하며 이정후를 맨 위인 1번 타자로 배치했다. 이치로는 최고의 1번 타자로 빅리그에서 아시아 선수로서 전인미답의 기록을 세웠다. 빅리그 데뷔 해였던 2001년 242안타, 56도루에 성공하며 MVP와 신인상을 휩쓸었다. 첫 시즌 타율 0.350으로 시작해 이후 10년간 3할대 타율을 유지했고, 아시아 선수 최초로 통산 3000안타를 넘었으며, 골드글러브를 10회나 받았다.

투수가 아닌, 야수로서 게다가 상대적으로 왜소한 체격의 이치로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날카롭고 정교한 타격과 빠른 발이었다. 이치로는 부단한 노력으로 신체적인 열세를 극복하고 최고의 타격왕이 됐다. 이정후가 빅리그에서 살아남으려면 KBO리그 타격 5관왕다운 면모를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다행히 이정후는 기자회견에서 재치 있는 답변으로 많은 호감을 샀다. 특히, 영어로 각오를 밝히며 박수를 받았다. 전날 철저하게 통역을 거쳤던 오타니에 비해 훨씬 신인다운 패기가 돋보였다. 선배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영어 공부하라”는 조언을 잘 새겨들었던 모양이다. 빠른 적응을 위해서는 동료들과 직접 소통하며 친해지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었다. 이치로도 영어 표현엔 서툴렀다. 이정후는 일단 첫 단추는 잘 끼운 것 같다.

김인구 체육부장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