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비대위’ 2012년 ‘박근혜 비대위’처럼 성공할 수 있을까
국민의힘 친윤석열(친윤)계에서 연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하는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한 장관은 보수의 차기 대선주자로 높은 인기를 누리지만, 대표적인 국민의힘 계열 정당의 비대위 성공 모델인 ‘2012년 박근혜 비대위’의 성공 조건을 갖추진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검사 출신 정권 2인자로 대통령과 차별화하기 어렵고, 보수 강경파의 지지를 받는 터라 중도 확장이 힘들다는 것이다. 반면 친윤계에선 대통령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당정관계를 새롭게 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나 “2012년 ‘박근혜 비대위’가 어떻게 성공했나 보면 (국민의힘 비대위의) 답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박근혜 비대위’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지고 지도부가 무너지면서 지금처럼 총선을 앞둔 연말에 꾸려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대립했던 사이라 여당이 직면한 정권심판 구도를 깰 수 있었다. 당 이름을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경제민주화 등 중도 확장 정책을 폈다. 김종인·이상돈·이준석 비상대책위원 등 변화를 상징하는 새 인물도 선보였다. 그 결과 총선에서 과반 득표에 성공했다.
이와 비교하면 한 장관은 윤 대통령과 다수의 수사 경력이 겹치는 검사 출신에다 민정수석 역할을 포괄하는 정권 2인자 실세 장관이다. “대통령 아바타로 총선을 어떻게 치르냐”(홍준표 대구시장)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비대위원장 임기를 시작하면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건의부터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 뒤에는 친박계라는 당내 거대 계파가 있었고, 다수의 선거를 이끈 경험도 있었다. 이에 비해 한 장관은 정치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총선 공천이라는 정치권 ‘킬러 문항’을 풀 수 있을지, 기존의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들에게 휘둘릴 것이란 걱정이 나온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정치를 한 번도 안 해봤던 사람인데 갑자기 와서 뭘 할 수 있겠냐”며 ‘한동훈 비대위’의 성공 가능성을 일축했다.
박 전 대통령은 보수층 내 지분이 단단해 중도 확장이 쉬웠지만, 한 장관이 보수 강성 지지층의 자장에서 이탈해 중도 전환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부호가 찍힌다. 윤희숙 전 의원은 19일 SBS라디오에 나와 “중도로 확장하려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야 하는데, 대통령의 면을 너무 깎으면 대통령의 지지기반에 있는 분들이 한 장관이 저럴 수 있나 이럴 것”이라며 “이건 당에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한 장관을 밀고 있는 쪽에선 한 장관의 높은 대중적 인기와 대야 투쟁력에 주목한다. 가는 곳마다 주목을 받아 여권 이슈를 띄우고, 야당과 ‘검사 대 피의자’ 구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지도부 인사는 “관리형 비대위면 무난하게 진다”며 한 장관 같이 주목도 높은 인사가 당권을 쥐어야 한다고 했다.
정치 경험이 없다는 점이 오히려 신선한 개혁 이미지를 줄 수 있다고도 한다. 장예찬 최고위원은 전날 YTN 라디오에서 “여의도 문법이나 정치 관습이 없어 파격적인 변화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전날 SBS 라디오에서 “한 장관이 대통령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더 주도적으로 메시지를 낼 것”이라고 했다. 오히려 수직적 당정관계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당내에선 김 여사 특검 국면에서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으로 사과나 입장 발표를 요구하고 윤 대통령 부부가 수용하는 모습을 연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한 장관은 대통령 아바타가 아니다. 대통령과는 엄연히 다른 이미지를 구축했다”고 평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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