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기 “여벌 속옷 들고 다녔다”… 국내 환자 1만명 ‘화농성 한선염’ 뭐길래

박선민 기자 2023. 12. 1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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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농성 한선염 증상을 설명하고 있는 가수 이홍기. /유튜브 '화농성 한선염에 빛을 비추다'

“곪아서 피가 철철 나고, 고름이 철철 났어요. 여벌 속옷을 들고 다닐 정도로 심각했어요.”

가수 이홍기가 한국노바티스와 진행한 ‘화농성 한선염’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 영상에서 자신이 겪었던 증상을 털어놨다. 화농성 한선염은 희귀 만성 염증성 피부 질환으로 주로 엉덩이, 사타구니, 겨드랑이와 같이 피부가 접히는 부위에 통증을 동반한 결절을 유발한다. 그러나 국내에 1만여 명 정도만 앓고 있고 인지도가 낮아 제대로 된 진단조차 받지 못한 채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노바티스는 18일 유튜브 채널 ‘화농성 한선염에 빛을 비추다’에 화농성 한선염 인식 개선 캠페인 영상을 공개했다. 이 캠페인은 증상은 있지만 적절한 진단·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에 피부과 전문의를 통한 진단의 중요성을 알리고, 질환으로 신체·정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응원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기획됐다.

중학생 때부터 화농성 한선염을 앓았다는 이홍기는 “(통증이 심해지면) 방송 도중에 나오거나 콘서트가 취소되는 등 움직일 수 없어 많은 일이 취소된 적 있다”며 “걷지도 못하고, 움직일 수도 없고, 노래도 더 이상 할 수 없고, 비행기도 타지 못했다”고 했다.

이홍기는 ‘종기’라는 단어에서 오는 거부감에 이 같은 증상을 주변에 쉽게 털어놓지도 못했다고 한다. 그는 “’종기’라는 단어에서 오는 부정적인 이미지에 수치스럽고 창피해서 말을 못 했던 것 같다”며 “지금은 화농성 한선염이라는 정확한 질병명이 있지만, 어렸을 때는 이 질병에 대해서 고통받고 있다고 말하면 주변에서 ‘종기야’라고 불렀다”고 했다.

이홍기는 화농성 한선염 고통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정말 작은 여드름처럼 나는 것도 있지만, 점점 부피가 커지면 말로 설명이 안 되는 고통이 온다”며 “고통이 끝나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결절이) 곪아서 터져 있는데, 이때 피와 고름이 철철 난다”고 했다. “산타 할아버지가 있다면 엉덩이 선물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아팠다”고도 했다.

한국 노바티스 유튜브 공식 개정에 게재된 '화농성 한선염에 빛을 비추다' 영상. /한국노바티스

이홍기는 이런 아픔을 방송에서 여러 번 이야기하고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명도 ‘홍기종기’로 지을 정도만큼 현재는 증상을 말하는 것이 편해진 상태이지만, 여기까지 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자신과 같은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주변 사람들에게 이 고통을 설명하는 게 어렵겠지만, 한번 문을 열면 많이 편해진다”며 “누구나 다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오히려 질환을 모르고 있는 사람들에게 잘 설명을 해주면 마음 편히 진료와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진짜 별거 아니니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한번만 열면 된다”고 했다.

서울대병원 희귀질환센터에 따르면, 화농성 한선염은 과도하게 생성된 각질이 모낭 입구를 막으면서 생기는 염증이다. 발병 원인은 아직 불분명하지만 유전적 소인이나 면역계 이상, 호르몬 불균형, 환경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상 사춘기 이후에 시작돼 성인기까지 계속되는데, 얼핏 심한 여드름과 증상이 비슷해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적절한 시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증상이 악화해 만성적인 궤양이나 심한 흉터를 남기고, 방광·요도에 누공이 생기는 등 합병증이 일어날 수도 있다.

피부과 전문의를 통해 조기 진단·치료를 받으면 추가적인 피부 손상과 동반 질환 등을 예방할 수 있으며, 삶의 질 개선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유병재 한국노바티스 대표이사 사장은 “이번 캠페인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화농성 한선염이라는 질환을 알게 되고, 숨어 있는 환자들이 용기를 갖고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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