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다빈치’ 뒤러, 27년 만에 한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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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상궂은 얼굴, 이글거리는 눈, 길고 뾰족한 칼끝,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듯 달려드는 용맹한 기세까지.
1㎜가 채 되지 않는 간격의 촘촘한 선으로 묘사된 르네상스 시대의 판화 '요한 계록의 네 기사'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삽화용 판화의 시대가 왜 알브레히트 뒤러 이전과 이후로 나뉘는지 느낄 수밖에 없다.
뒤러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대표 주자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독일 대표 예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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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러리였던 삽화를 예술로 승화
험상궂은 얼굴, 이글거리는 눈, 길고 뾰족한 칼끝,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듯 달려드는 용맹한 기세까지. 인류에게 고통을 안기는 승리, 전쟁, 기근, 죽음을 상징하는 네 명의 전령이 바람을 가르며 거칠게 저돌한다. 1㎜가 채 되지 않는 간격의 촘촘한 선으로 묘사된 르네상스 시대의 판화 ‘요한 계록의 네 기사’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삽화용 판화의 시대가 왜 알브레히트 뒤러 이전과 이후로 나뉘는지 느낄 수밖에 없다.
‘북유럽의 다빈치’로 불리는 뒤러의 작품이 독일 슈바인푸르트의 오토쉐퍼박물관에서 한국으로 왔다. 특히 예술 그 자체가 된 뒤러의 대표적인 3대 목판화와 4대 동판화가 소개된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는 특별하다. 이는 1996년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이후 27년 만이다.
올해 6월 개관한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은 19일 두 번째 기획 특별전 ‘문자와 삽화’를 개막했다. 김성헌 관장은 이날 박물관에서 가진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 문자가 되고, 문자가 예술로 승화될 때, 문자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며 “말과 문자, 문자와 그림의 근본적 관계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전시를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3월 31일까지. 입장료는 무료다.
뒤러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대표 주자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독일 대표 예술가다. 그는 당시 글의 내용을 보완하기 위해 첨부된 삽화를 하나의 예술 장르로 끌어올린 장본인이다. 당초 삽화는 주문자의 의뢰에 따라 그려진 그림으로, 부르주아 계층에게 보급된 기도서 속 삽화도 글의 ‘신성함’을 더하는 보조 장치로 쓰였다.
그러나 15세기 유럽 인쇄술의 발전으로 삽화는 독자적인 판화의 형식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이 과정에서 뒤러는 성경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시선으로 재해석 해 삽화의 품격을 최고의 단계로 높였다. 문자와 그림의 역할이 뒤바뀌기 시작한 순간이다.
뒤러는 목판화에 비해 훨씬 다양하고 섬세한 표현이 가능한 동판화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덕분에 그의 작품은 더욱 역동적이고 세밀한 묘사로 이야기의 서사를 전달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그의 3대 동판화 중 하나이자 유럽 미술사에서 가장 많은 논란과 해석의 여지를 남긴 ‘멜랑콜리아 Ⅰ’에서 강한 자의식을 가진 뒤러를 엿볼 수 있다. 1514년 어머니가 죽고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을 겪은 뒤러는 자신의 정신 세계를 반영한 자화상을 그렸다. 그런데 그림으로 묘사된 그가 침울해 보이지만은 않다. 고대부터 우울증 기질은 예술가가 가진 덕목처럼 해석된다는 점에서, 작품 속 뒤러는 ‘깊이 생각하는 창의적인 사람’으로 해석된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글을 직접 쓰는 행위 자체가 낯설어졌다. 그렇다면 문자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미래의 문맹자는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양진희 학예사는 헝가리 출신의 사진가이며 화가인 라즐로 모흘리 나기의 말을 인용했다. 양 학예사는 “뒤러의 판화를 통해 의사전달 수단으로써 문자 못지 않게 중요했던 그림의 역할을 살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아 기자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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