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유커’ 케세이 손잡은 신세계免...유신열 “홍콩·동남아 공략”
관광 패턴 변화에 수세 몰린 면세업계
개별관광객 선점 목표로 최초 외항사 협약 맺은 신세계면세점
신세계면세점이 외국인 개별여행객 유치를 위해 국내 면세점 최초로 외항사인 캐세이퍼시픽과 손을 잡았다.
약 1000만명 가량의 전세계 회원을 보유한 홍콩 최대 항공사 캐세이퍼시픽 마일리지로 신세계면세점 쇼핑을 가능하게 한 것이 협약의 골자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줄자 이를 대체할 홍콩이나 아시아 지역의 개별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국내 면세점 매출을 책임졌던 중국 단체관광객 수요는 전성기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을 찾는 외국 관광객들 주류 역시 동남아시아와 유럽 등 다양한 국가의 개별 관광으로 바뀌었다.
이에 신세계면세점은 홍콩과 동남아시아에 강점이 있으면서 항공뿐 아니라 자사 마일리지 프로그램을 통해 여행과 웰니스 등 종합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캐세이와 파트너십을 맺고 개별관광객을 끌어모으겠단 각오다.
19일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는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세계 10대 항공사 중 하나인 캐세이퍼시픽을 운영하는 캐세이그룹과 업무 협약식을 체결했다.
이날 업무협약식에는 유신열 신세계디에프 대표이사를 비롯해 캐세이그룹의 폴 스미튼 아시아 마일즈 CEO 등 양사의 주요 관계자들이 함께 참석했다.
국내 면세업체가 글로벌 외항사와 마케팅 협약을 맺는 것은 이번이 최초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캐세이퍼시픽의 항공마일리지로 신세계면세점에서 물품 구매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항공사 마일리지로 면세점 쇼핑은 국내에선 이번이 처음이다.
내년 2월부터 캐세이퍼시픽을 이용하는 약 1000만명의 전세계 회원은 신세계면세점에서 아시아 마일즈 제휴 서비스와 혜택을 이용할 수 있다. 캐세이퍼시픽은 홍콩 최대의 항공사이자 세계 10대 항공사다. 중국인 뿐 아니라 홍콩과 동남아 등 아시아 전역에 다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이를 통해 캐세이 회원이 신세계면세점에서 면세품을 구매할 경우 아시아 마일즈 적립과 쇼핑 혜택이 제공된다. ‘아시아 마일즈’는 캐세이의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에서 마일리지를 적립하고 사용하는 고유의 화폐다.
신세계 면세점 구매 금액 1000원당 1 아시아 마일즈가 적립되며, 30만원 이상 구매할 경우에는 250 아시아마일즈가 추가 적립된다. 적립된 아시아 마일즈는 항공권뿐 아니라 전세계 약 800개 파트너사의 9만여 개 사용처에서도 쓸 수 있다.
또, 캐세이 회원은 신세계면세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쇼핑 지원금 및 각종 쿠폰이 포함된 E바우처 등 약 34만 원의 특별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캐세이 온라인샵에서는 신세계면세점 선불카드를 항공 마일즈로 구매할 수도 있다.
신세계면세점이 캐세이퍼시픽과 협력에 나선 것은 지난 8월부터 중국인 단체관광이 6년 반만에 재개됐지만 외국 관광객의 지배적인 여행 패턴이 개별 관광으로 바뀌면서 면세점 매출이 기대만큼 늘어나지 않아서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내한 외국인 중 개별 여행객의 비중은 지난 2019년 77.1%에서 올해 3분기까지 85%로 상승한 반면 단체여행은 2019년 15.1%에서 올해 9.2%로 낮아졌다.
여행 목적에서도 변화를 보였다. 같은 자료에서 쇼핑은 소폭 하락했지만 식도락, 자연경관, 유적지 방문, 촬영지 방문은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즉, 여행 행태가 쇼핑에서 체험과 경험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신세계면세점은 개별 관광객 선점을 주요 경영 전략 중 하나로 선정하고 이번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다양한 국적을 가진 전 세계 수천만 캐세이 회원을 신세계면세점 고객으로 만든다는 포부다.
신세계면세점은 이번 협약이 연간 1600만달러(약208억원) 이상의 매출 발생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사 면세점을 이용하는 개별 관광객 수도 올해 대비 내년에 30% 증가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유신열 신세계디에프 대표는 “이번 캐세이와의 업무 협약은 신세계면세점의 글로벌 공략의 성공적인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며 “해외여행 수요가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갈 전망인 만큼 신세계면세점은 면세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으로서 앞으로도 새롭고 도전적인 시도를 계속해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내년 4월 만료되는 김포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점 주류·담배 부문 신규 사업자 입찰 참여 여부에 대해서 유 대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입찰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신세계 면세점 해외 진출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면서 “인천공항 4기 면세점 사업이 내년 안정화되면 그곳에서 비축된 힘으로 해외진출을 검토할 것이고 중국이나 동남아부터 시작해 넓혀가는 것으로, 여러 지역들을 모색 중이다”라고 말했다.
유 대표는 “캐세이 협약으로 공략하는 주된 관광객은 미주나 유럽보다는 우선 상대적으로 문화적으로 가까운 홍콩과 동남아 관광객들”이라고 말했다.
캐세이퍼시픽 관계자는 “신세계면세점은 모그룹인 유통기업 신세계와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곳이고, 종합 여행 경험을 제공하는 캐세이의 색깔과도 매우 잘맞는 기업이라 협업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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