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란, '오펜하이머'로 드디어 오스카 타나?

아이즈 ize 홍수경(칼럼니스트) 2023. 12. 19.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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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홍수경(칼럼니스트)

'오펜하이머', 사진=유니버설픽쳐스

할리우드 파업이 끝난 뒤 예년보다 조금 느린 스텝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캠페인이 펼쳐지고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팬이라면 귀를 쫑긋 세울 때다. 수려한 필모그래피에도 불구하고 '덩케르크'로 처음 오스카 감독상에 올랐던 그가 '오펜하이머'로 내년 아카데미 감독상의 선두 주자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오펜하이머'가 유력 후보로 조명을 받고 있다. 그는 내년에 오스카가 외면한 감독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낼 수 있을지 모른다.

골든글로브 후보 및 미국내 비평가 협회 수상 결과가 하나 둘 발표되면서 두드러지게 주목을 받는 영화들이 있다. 선두 그룹은 앞서 말한 '오펜하이머'와 '플라워 킬링 문'이다. '디파티드'로 감독상을 수상하기 전까지 오스카 상복 없기로 유명했던 마틴 스코시지가 이제는 아카데미 단골 감독이 되고 있다. 두 작품 모두 미국 역사의 그늘을 담은 미스터리 영화라는 공통점이 있다. '오펜하이머'가 맨해튼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원자폭탄 개발을 추적하며 기술의 악용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담았다면, '플라워 킬링 문'은 미국 원주민의 토지를 수탈한 초기 이민자의 야만적 범죄를 적나라하게 파고든다. '오펜하이머'는 작품상과 감독상 외에 각색상, 남우주연상(킬리언 머피), 남우조연상(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여우조연상(에밀리 블런트), 촬영상, 미술상, 음악상, 음향상 등 기술상에 걸쳐 다양한 부문에 후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플라워 킬링 문' 또한 작품상과 감독상, 각색상을 비롯해, 여우주연상(릴리 글래드스톤), 남우주연상(리어나도 디카프리오), 남우조연상(로버트 드 니로), 촬영상, 미술상, 음악상, 의상상 등에서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플라워 킬링 문', 사진=애플+

올해 박스오피스 흥행 1위에 등극하며 세계적으로 파란을 일으켰던 '바비'도 작품상 후보에 무난히 오를 것으로 보인다. 아이콘적인 인형 캐릭터에 현실적인 여성 이슈를 반영한 영리한 연출과 각본은 그레타 거윅을 감독상과 각본상 후보에 올려 놓는데 무리가 없을 듯 보인다. '바비'는 '오펜하이머'나 '플라워 킬링 문'과 마찬가지로 전 부문에 걸쳐 고른 후보 지명이 예상되고, 특히 빌리 아일리쉬의 주제가 'What Was I Made for'은 유력한 주제가상 후보가 될 듯하다. . 

한국계 인재들이 일궈낸 '패스트 라이브즈'에 대한 성찬도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이미 뉴욕의 독립 영화 시상식 '고담어워즈'에서 작품상을 수상했고, 여러 비평가협회 시상식에서 '획기적인 첫 작품상'을 휩쓸고 있다. 아카데미 시상식 직전에 열리는 미국 독립영화상 시상식인 '인디 스피릿 어워즈'에서도 작품상 수상을 기대하고 있다. '패스트 라이브즈'의 작품상 후보 지명이 거의 확실한 가운데, 이제 막 할리우드에 입성한 셀린 송 감독이 감독상 혹은 각본상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여부가 영화 팬들의 기대 요소가 되고 있다. 주연 배우인 한국계 미국 배우 그레타 리도 유력한 여우주연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패스트 라이브즈', 사진=CJ ENM

거대 스트리밍 서비스 간의 경쟁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애플의 '플라워 킬링 문'이 '코다'에 이어 작품상을 수상하면 애플 스튜디오는 더 영향력 있는 콘텐츠 스튜디오로 거듭날 것이다. 넷플릭스는 올해 '마에스트로''에 승부를 건다. 배우 브래들리 쿠퍼가 연출하고 주연한 '마에스트로 번스타인'은 전설의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의 결혼 생활에 초점을 맞췄다. 호평을 받으며 개봉 후 스트리밍으로 공개되었고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캐리 멀리건), 음향상 등의 후보 지명이 예상된다.

북미지역에선 넷플릭스에서 공개됐지만 국내에선 극장 개봉할 '메이 디셈버'는 토드 헤인즈 감독의 아홉 번째 작품으로 중년 여성과 미성년자 소년의 충격적인 로맨스 실화를 영화화하려는 배우의 행적을 쫓아간다. 두 여성의 미묘한 감정 교류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나탈리 포트먼과 줄리언 무어가 각각 여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 후보가 되리라 예상되고, 또한 '리버데일' 시리즈로 유명한 찰스 멘튼이 '고담 어워즈'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다스 호스가 되었다. 

'메이 디셈버', 사진=판시네마 

입소문으로 성장세를 얻고 있는 영화들도 있다. '더 홀드오버스'는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6년 만의 신작으로, 크리스마스 시즌에 학교에 남아 서로의 상처를 배우고 성장하게 되는 교사, 수석 요리사, 문제 학생이 펼치는 코미디 드라마다. '사이드웨이' 이후 페인 감독의 최고 작품이라는 평을 받은 이 영화는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폴 지아매티), 각본상 등의 후보로 거론되며, 무엇보다 수석 요리사를 연기한 데바인 조이 랜덜프가 이미 여러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독식하고 있다.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화제가 되었던 요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가여운 것들'도 12월에 미국에서 개봉되어 입소문을 타고 있다. 무엇보다 온 몸을 던져 극을 이끈 엠마 스톤이 열정적인 연기로 여우주연상 선두 그룹에 서 있고, 탄탄하게 주인공을 지원하는 윌렘 데포와 마크 러팔로가 남우조연상 지명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시선을 압도하는 독창적인 비주얼로 인해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촬영상, 미술상, 의상상, 분장상 등의 후보에 무난히 안착할 듯하다. 

'가여운 것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영미권 밖 국가들의 최고 관심사인 국제장편영화상 후보는 프랑스 영화이자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인 '추락의 해부'와 유럽 합작 영화인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경쟁전이 되어가고 있다. 두 영화 모두 작품상에도 동시에 후보로 올랐던 '서부 전선 이상 없다'나 '기생충' 사례처럼 두 부문에 후보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 특히 두 영화에 모두 출연한 독일 배우 잔드라 휠러는 '추락의 해부'로 여우주연상 후보 지명이 점쳐지고 있다. 

이외 미국내 출판 구조에서 통용되는 흑인 작가의 스테레오타이핑을 풍자하는 코미디 영화 '아메리칸 픽션'과 동명의 뮤지컬을 영화화한 2023년 버전 '컬러 퍼플'이 12월 하반기에 개봉해 오스카 레이스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모든 영화가에서 느끼는 시사점은 관객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대체로 새로운 시선으로 논란의 역사를 직시하거나 색다른 방식으로 젠더와 인종을 초월한 인간의 복잡성에 대한 탐구를 시도한 작품들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마틴 스코시지 감독의 작품이 시상식 시즌의 선두에 서 있는 가운데 2024년 아카데미 시상식은 '패스트 라이브즈'의 셀린 송이나 '바비'의 그레타 거윅, '가여운 것들'의 요고스 란티모스처럼 할리우드 감독 세대의 세대교체를 가늠할 수 있다. 또한 엠마 스톤, 킬리언 머피, 브래들리 쿠퍼, 마고 로비처럼 이제 중견 시기를 통과하고 배우들의 도전적인 연기를 목격할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다. 또한 시상식 시즌의 '바비'와 '오펜하이머'의 부상은 흥행 영화와 시상식 영화가 나눴던 구분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깨닫게 만든다. 늘 한 해의 외국 수작이 궁금한 영화 팬들에게, 이 시기에 주목을 받는 영화들의 리스트가 영화 관람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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