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고령고객 ‘지정알림’ 유명무실
일부 銀 ‘투자권유준칙’에 넣어
내부통제 강화에도 늑장대응 시끌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편입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을 앞두고 은행의 ‘불완전판매’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은행들이 부랴부랴 고령투자자 보호 강화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H지수 편입 ELS가 60세 이상의 노인들에게 절반 가까이 팔린 것으로 밝혀지면서 내부통제 강화 등 늑장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지난 2019년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F) 대규모 손실사태 이후, 은행들이 금융당국이 권고한 고령투자자 보호방안을 철저히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 달 23일부터 사내 ‘금융투자상품 투자권유준칙’에 만 65세 이상의 고령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지정알림서비스제도’를 신설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령투자자에게 펀드를 판매할 때 보호자 등 지정인 앞으로 펀드 가입 사실을 안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단기금융펀드(MMF)를 제외한 모든 상품에 해당된다.
지정인알림서비스제도는 지난 2019년 주요 DLF 사태의 여파로 금융당국이 추진한 고령·초고령투자자 보호 실행방안이다. 당시 당국은 금융사가 65세 이상의 투자자에게 상품을 판매할 때 종신보험, 중대질병보험(CI보험), 변액보험 등 보험성 상품 외에도 ELS, 장외파생상품과 같은 투자 상품에 대해 가입자가 희망할 경우 가족 등 지정인에게 가입사실을 안내하도록 권유했다.
당시 금융위는 추진 배경에 대해 “고령층의 경우 온정적 성향 등으로 인해 본인에게 적합하지 않은 상품을 가입하는 경우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본인에게 적합한 금융상품인지 여부를 다시 한 번 판단할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정인알림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4대 시중은행 중 해당 지정인알림제도를 투자권유준칙에 명시해 법제화·공시한 건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이 유일하다. 지정인알림제도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상품 가입자가 서비스 이용 신청서를 작성하고 또 이를 위한 개인정보 수집·이용 동의서도 받아야 하는데, 하나은행은 지난 11월 말이 돼서야 해당 약관을 최초로 투자권유준칙에 명시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정인알림제도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시행되기 전 제도를 합리적으로 시행하기 위한 ‘기본사항’으로 권유한 것”이라며 “법상 의무적인 사항으로 남겨야 과징금, 과태료가 따라붙지만 법 제정도 안 된 시점이라 그런지 잘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지수 편입 ELS의 판매량이 가장 많은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 12월 1일 ‘신탁 표준투자권유준칙에 관한 지침’을 제정했지만 지정인알림제도에 대한 내용은 담겨있지 않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지정알림 서비스는 금융상품판매 매뉴얼에 삽입해 양식도 받고 진행하고 있다”며 “진행 여부가 중요한 것이지 준칙에 공시하는 게 의무는 아니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당국은 H지수 편입 ELS상품 판매 은행들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불완전판매를 확인한 상태다. 특히 금소법에 명시된 6대 판매규제 ▷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불공정영업금지 ▷부당권유금지 ▷광고규제 중 고객정보를 파악하고, 부적합한 상품을 권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적합성원칙’ 위반 여부를 중점으로 불완전판매 여부를 가릴 예정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8개 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SC제일·씨티·제주) 홍콩H지수 판매잔액은 총 14조7828억원으로 그중 60대(4조7489억원)가 32%의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0대와 70대, 80대, 90대 이상을 합친 노인 판매잔액은 7조1359억원으로 전체 대비 비중이 48%에 달했다. 홍승희 기자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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