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硏 “100억원은 있어야 부자… 10명 중 6명은 상속형 금수저”
부자가 생각하는 부자 기준은 ‘100억원’
해외국보다 한국 부자 부동산 비중 월등해
높은 수익률보다 잃지 않는 투자 더 중요
하나은행 산하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부자(금융자산 10억원 이상) 연구 10년을 망라한 ‘대한민국 부자보고서(Korean Wealth Report)’ 단행본을 발간했다고 19일 밝혔다. 자산관리 명가로 알려진 하나은행‧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 2007년부터 매년 대한민국 부자보고서를 발간해 왔다. 이번 단행본은 지난 10여 년 동안 우리나라 부자들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하나은행은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자는 스스로 부자라고 인식하지 않고 있으며 10명 중 2~3명 정도만 스스로 부자라고 생각했다. 부의 수준은 절대적 기준이 있다기보다 ‘나보다 많은’ 관점에서 상대적 비교 심리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부자가 생각하는 ‘부자의 자산 기준’도 일관된 흐름을 보이지 않았다. 부자의 기준이 2012년 평균 114억 원에서 2021년 187억 원으로 증가했지만, 매년 변동 폭은 컸다. 그해의 유동성, 경기상황 등에 따른 심리적 요인이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했다.
다만 부자의 자산 기준을 100억 원으로 생각하는 비율이 2020년 28%에서 2022년 46%까지 상승해 의견이 모아지는 추세다. 또한, 2022년부터는 부자의 기준을 300억 원 이상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10%를 넘기 시작해 초고액 자산가가 좀 더 가까이 대두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부자가 보유한 총자산의 절반 이상은 부동산이 차지했다. 해외 부자의 부동산 비중이 15%인 것과 비교하면 3배가량 높은 수준으로, 부자의 95%가 자가를 보유하고 추가 부동산을 보유한 비율도 절반을 훨씬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간 주택가격이 약 40% 상승했고 부동산 펀드 규모도 7배 이상 성장했음을 고려할 때, 부동산 투자가 부를 일구는 데 기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자들에게 부동산은 자산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가장 적합한 투자처이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다른 투자자산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 됐다. 다만 상가·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에서 아파트로 관심이 옮겨가거나 해외 부동산 투자 의향이 높아지는 등 부동산 정책이나 금리 등에 따라 선호하는 부동산 유형은 조금씩 차이를 보인 것으로 분석했다.
부자는 높은 수익률보다는 잃지 않은 투자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에 정부 정책을 비롯한 세제 변화, 국내외 투자 환경 변화 등 외부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10% 이상 수익을 낸 부자는 10명 중 3명꼴로 일반인의 2.4배에 달했다. 부자는 팬데믹 초기 유동자금을 확보하고, 주가가 상승하면서 간접투자를 줄이는 대신 주식 비중을 확대했다. 또 팬데믹이 길어지면서 경기 침체 등 불안이 지속되자 예금, 채권 등 안전자산과 외화자산(달러)으로 관심을 돌렸다.
부자는 수익 변화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시장의 흐름을 읽고 투자를 결정하기 위한 근거 수집에 더 적극적이었다. 이어 투자를 결심하면 주저 없이 과감하게 실행에 옮겼다. 실제로 팬데믹 기간 내 적극적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변경한 부자가 그렇지 않은 부자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10년간 부자의 소득 원천을 보면 근로소득 비중은 점차 증가하고 재산소득 비중은 감소했다. 그렇다고 스스로 부를 일군 자수성가형 부자가 더 많아진 것은 아니었다. 부자 10명 중 6명이 상속형 부자인 것은 지난 10년간 큰 변화가 없었다.
상속‧증여 규모는 과거보다 더 많거나 적어져 양극화되는 모습이었고, 수령시점은 2018년까지 40대 이후로 늦어지는 추세였으나 팬데믹 이후에는 미성년자 주식 보유 비중이 크게 늘어나는 등 일부 변화를 보이기도 했다. 또 2021년 다주택자 대상 세금 부담이 커지면서 증여 수요가 증가하는 등 부자는 세금 공제 한도와 자산 가치 변화 등을 고려해 이전 시점을 계획하고 있었다.
과거 대표적인 상속‧증여 자산의 유형은 부동산이었으나 최근에는 현금‧예금 또는 신탁상품을 활용한 증여도 확산되는 추세였다. 특히, 가족 간 분쟁 없이 안전하게 상속재산을 가족에 물려줄 수 있는 장점을 활용한 유언대용신탁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
부자 중 40대 이하의 영리치는 부동산보다 금융자산 비중이 높고 10명 중 7명 이상이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등 재테크에 적극적이었다. 영리치의 20%는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커뮤니티를 통해 투자 정보를 공유하고 투자 스터디그룹에서 활동하며 외화자산 투자, 현물투자, 프로젝트 펀드 등 새로운 투자에도 주저함이 없었다. 이러한 영리치의 영향으로 부자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훨씬 다양하게 확장되고 있었다.
한편 금융자산 100억 원 이상 또는 총자산 300억 원 이상을 보유한 슈퍼리치는 ‘타고난다’는 표현이 적합해 보였다. 그들은 가정 분위기로 인해 자연스럽게 돈의 가치를 배웠다고 이야기했다. 이들은 경제 상황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더 빠르고 더 과감히 조정하며 일반 부자가 넘볼 수 없는 투자 수익을 확보했다. 이들은 외화자산을 선호하고 미술품 투자에도 높은 관심을 보이며 부의 격을 높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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