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군에서 5개월 버텼다, 한 번의 기회를 살린 한화 이적생…KIA 1차지명 재능 꽃피우나
[OSEN=이상학 기자] 5개월 기다린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한 번의 기회를 잘 살리면서 내년에 대한 기대감도 높였다.
한화 우완 투수 이민우(30)에게 2023년은 기나긴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 들지 못한 채 퓨처스 팀에서 시즌을 시작하며 콜업을 기다렸지만 좀처럼 연락이 오지 않았다. 9월 확대 엔트리를 노렸지만 첫 날 올라간 5명의 선수 명단에 이민우의 이름은 없었다. 올해 한화 불펜이 나쁘지 않았고, 이민우의 퓨처스리그 성적도 두 번의 대량 실점으로 5점대 평균자책점(5.40)이라 좋지 않았다.
5개월 넘는 2군 생활. 어린 선수도 아니고, 이제 서른에 접어든 고참이라면 좌절하고 내려놓아도 이상할 게 없다. 하지만 이민우는 포기하지 않았다. 9월 이후에도 퓨처스리그에서 계속 공을 던졌다. 혹시 모를 단 한 번의 기회를 기다리며 버텼다. 7월 이후 퓨처스리그 13경기 평균자책점 2.77로 역투했다.
9월7일 마침내 기다렸던 1군의 연락을 받았다. 이어 9월8일 고척 키움전에서 시즌 첫 1군 등판에 나섰다. 4-3으로 리드한 8회 1점차 상황에 투입된 이민우는 1사 1루에서 2루 땅볼로 병살타성 타구를 유도했지만 정은원의 수비 실책이 나와 아쉬움 속에 강판됐다. 2명의 주자 모두 홈에 들어와 비자책으로 2실점을 안았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키움과의 더블헤더 2차전에 등판해 6회 1이닝 삼자범퇴로 막고 구원승을 거뒀다. 이어 10일 키움전에도 나서 또 1이닝 삼자범퇴로 홀드를 챙겼다. 1군 올라오자마자 3연투에 나서며 지친 불펜에 숨통을 트여준 이민우는 시즌 막판 한화 불펜의 전천후 투수로 활약했다. 두 번의 3연투를 포함해 포함 5번의 연투를 소화했다.
올해 성적은 17경기(13⅔이닝) 2승1패2홀드 평균자책점 2.63 탈삼진 11개. 표본이 크지 않지만 WHIP 1.02, 피안타율 1할6푼7리로 투구 내용이 안정적이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시즌 마지막 날 수확 중 하나로 이민우를 꼽으며 “기대 이상으로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지난해 퓨처스 사령탑 때부터 이민우를 지켜본 최원호 감독은 “그동안 선발이나 롱릴리프로 길게 던지는 역할을 많이 했다. 하지만 잘 던지다가도 갑자기 안 좋아진 모습들이 있었다”며 “짧고 굵게 힘을 쓸 수 있는 불펜이 잘 맞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140km 중반 직구로 구위가 있고, 타점이 좋다. 커터와 커브도 괜찮다. 타이트한 상황에서 긴장감을 갖고 집중하는 게 경기력을 더 끌어낸 것 같다”고 평가했다.
12월 비활동기간에도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개인 운동 중인 이민우는 “후반기에 좋았지만 많이 아쉬운 시즌이었다. 생각보다 1군에 너무 늦게 올라갔다. 올라오자마자 3연투를 했는데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절실하게 열심히 하다 보니 결과가 나왔다”고 떠올렸다.
이어 그는 “퓨처스에서 한두 달 잘하면 1군에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타이밍이 잘 맞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멘탈이 나가고, 성적이 떨어지기도 했다. 확대 엔트리 때도 들지 못해서 실망했지만 ‘한 번만 기회가 오면 된다’는 생각으로 버텼다. 스스로 놔버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효천고-경성대 출신 이민우는 2015년 1차 지명으로 KIA에 입단한 유망주 출신이다. KIA에서 선발로 꾸준히 기회를 받았고, 2020년에는 6승을 거두기도 했지만 잠재력을 완전히 꽃피우지 못했다. 선발로서 지속성이 떨어졌고, 지난해 4월 한화로 트레이드된 뒤 임시 선발을 하다 불펜으로 전환했다.
올해는 1~2군 통틀어 온전히 구원으로만 보낸 첫 시즌이었다. 자신에게 맞는 옵을 입은 이민우는 “불펜이 내게 맞는 것 같다. KIA에 있을 때도 2018년쯤 코치님들이 목표를 물어볼 때 ‘마무리를 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내년에는 개막전부터 1군 엔트리에 들어 올해 후반기처럼 꾸준하게 잘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새해 1월에는 효천고 선배 이태양과 함께 일본 오키나와로 날아가 보름 동안 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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