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T-5, 질병과 싸우는 모기, 중성자 질량 규명… 2024년 기대되는 과학성과

유병훈 기자 2023. 12. 19.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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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 내년에 주목해야 할 9가지 과학 이벤트 선정
칠레 루빈 천문대에 설치된 'LSST(Large Survey of Space and Time)' 카메라. /루빈 천문대 제공

올해 챗GPT(ChatGPT)의 등장은 과학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챗GPT는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연구소인 오픈AI가 지난해 11월 30일 무료 공개한 대화형 AI 서비스이다. 챗GPT를 만든 오픈AI(OpenAI)는 내년에 챗GPT의 다음 세대인 GPT-5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GPT-5는 이전 모델인 GPT-4보다 더 진보된 기능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자들은 또 GPT-4 경쟁 모델인 구글의 제미나이(Gemini)도 주목하고 있다. 제미니는 텍스트·컴퓨터 코드·이미지·오디오·비디오와 같은 여러 유형까지 처리할 수 있다.

칠레의 베라 C. 루빈 천문대가 내년 말에 일부 기기를 가동하기로 예정돼 있으며, 향후 10년 동안 남반구의 전체 하늘을 조사한다. 베라 C. 루빈 천문대는 8.4m 망원경과 거대한 3200만 화소의 카메라를 갖추고 있어, 많은 천문 현상과 지구와 가까운 소행성 등을 발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영국의 세계적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가 18일(현지 시각) 오는 2024년 주목할 과학적 사건을 9가지로 정리했다.

올 한해를 뜨겁게 달군 인공지능(AI)과 초고속 슈퍼컴퓨터는 계속 질주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과 기후 변화같이 최근 인류가 직면한 위협에 대한 도전도 계속되리라 봤다. 또 지구에서 벗어나려는 달 탐사와 우주 관측도 획기적으로 발전하리라 기대됐다. 암흑물질과 신경처럼 여전히 미지수로 남겨져 있는 분야도 점차 규명될 예정이다.

◇ AI의 발전

연구자들이 높은 정밀도로 단백질의 3D 모양을 예측하는 데 사용했던 구글 딥마인드의 AI 도구 ‘알파폴드’(AlphaFold)의 새 버전도 내년에 공개될 예정이다. 알파폴드는 원자 수준의 정밀도로 단백질·핵산과 기타 분자 간의 상호 작용을 모델링할 수 있으며, 이는 제약 설계나 발견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다.

AI 규제 분야에서는 유엔(UN) 고위급 자문기구가 내년 중순에 대형 언어 모델과 AI에 대한 국제 규제 지침을 마련할 최종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 우주 관측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에 위치한 과학 천문대도 내년 중순에 완공될 예정이다. 아티카마의 과학 천문대는 ‘차세대 우주론 실험’으로 불리며, 우주의 마이크로파 배경에서 빅뱅의 잔상인 원시 중력파의 흔적을 찾을 것이다. 이 천체 망원경은 현재 진행 중인 유사한 프로젝트보다 10배 많은 5만개의 광원(光原) 감지기를 장착한다.

다만 더 밝은 인공위성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새로운 지상 천체 망원경 데이터를 사용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 질병 예방 모기

세계 모기 프로그램(The World Mosquito Program·WMP)은 내년에 브라질의 공장에서 ‘질병과 싸우는 모기’를 생산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 모기들은 병원성 바이러스를 전파하지 못하도록 하는 세균 균주로 감염됐으며, 뎅기 바이러스나 지카 바이러스 같은 질병으로부터 최대 7000만 명을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WMP는 향후 10년 동안 매년 50억 마리의 세균 감염 모기를 생산할 계획이다.

◇ 팬데믹 극복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 정부는 세 가지의 차세대 백신 시험을 지원하고 있다. 그중 두 가지는 비말 분사를 방지하고 기도(氣道) 조직에서 면역을 불러일으켜 감염을 예방하는 비말 내 경구 백신이다. 다른 한 가지는 항체와 T-세포의 반응을 증가시켜 다양한 코로나19 변종에 대해 장기적인 면역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오는 5월 제77차 세계보건총회에서 유사한 합의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 협정은 전 세계 정부가 미래의 전염병을 예방·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백신, 데이터, 전문 지식 등에 공정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 달 탐사 임무

지난 1970년대 이후로 처음으로 미 항공우주국(NASA)이 아르테미스 2호를 발사한다. 아르테미스 2호는 내년 11월에 발사될 수 있으며, 오라이언 우주선에 3명의 남성과 1명의 여성으로 구성된 우주 비행사들을 태우고 달 주위를 10일 동안 비행할 것이다. 아르테미스 2호는 달에 처음 착륙할 첫 여성 등을 태울 아르테미스 3호를 위한 기초를 마련할 것이다. 중국 역시 창이 6호의 달 표본 채집 미션을 내년에 시작하려고 한다. 창이 6호는 달의 지구 반대 방향에서 표본을 수집하는 최초의 미션이다.

NASA의 클리퍼 우주선은 외행성(목성~해왕성)의 위성을 탐험하는 임무를 가지고 내년 10월에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로 출발할 것이다. 클리퍼 우주선은 유로파의 지하 바다 층이 생명을 품고 있는지를 확인하게 된다. 일본의 화성 위성 탐사 임무인 MMX도 내년에 발사가 계획돼, 화성의 두 위성인 포보스와 데이모스로 향한다. MMX는 포보스에 착륙한 후 오는 2029년에 지구로 돌아오면서 위성의 표면에서 표본을 수집할 것이다.

◇ 암흑물질 규명

내년에는 액시온이라고 불리는 암흑 물질 입자를 탐지하기 위한 실험 결과가 나온다. 액시온은 태양에서 방출돼 빛으로 변환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감도 높은 감지 도구와 극도로 강한 자기장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험적으로는 아직 관측되지 않았다. 독일 함부르크의 전자 입자가속기에서 진행 중인 ‘BabyIAXO’ 실험은 10m 길이의 자석과 초감도의 X-선 검출기를 사용해, 태양의 중심을 하루에 12시간 동안 추적하면서 액시온이 광자로 변환하는 것을 포착할 것이다.

내년에는 또 중성자의 질량을 정확히 측정할 연구 결과도 나온다. 지난 2022년 독일 카를스루에 공대의 연구는 입자 물리학의 표준 모델에서 가장 신비로운 입자로 꼽히는 중성자의 최대 질량이 0.8 전자볼트(eV·전자 하나가 1볼트의 전기장에서 얻는 에너지)라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내년에 데이터 수집을 마치고 중성자를 더 정확하게 측정할 예정이다.

◇ 의식 연구

내년에는 의식(意識)의 신경계통 기반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의식에 관한 두 가지 이론을 대립적 실험을 통해 검증하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내년 말에 두 번째 실험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두 가지 이론이란, 통합된 정보 이론(IIT)과 글로벌 네트워크 워크스페이스 이론(GNWT)를 뜻한다.

IIT는 의식을 특정 유형의 뉴런 연결성에 의해 형성되는 뇌의 ‘구조’로 상정하며, 특정 경험이 발생하는 동안 활성화된다고 본다. 또 의식이 뇌 뒷부분에 해당하는 후방 피질에서 발견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GNWT는 의식이 뇌의 연결된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가 전송될 때 ‘발생’한다고 추정했다. GNWT에 따르면, 이 같은 전송은 경험의 시작과 끝에서 발생하며 뇌의 전면 부분에 해당하는 전두 피질에서 관여한다.

지난 6월 발표된 첫 번째 연구 결과에서는 두 이론 모두 관측된 뇌 이미징 데이터와 완전히 일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 라운드에서는 신경과학이 주관적 경험의 수수께끼를 해독하는 데 한 걸음 더 가까이 갈 것으로 예상된다.

◇ 환경 보호

내년 하반기에 국제사법재판소(ICJ)가 기후 변화에 대한 국가의 법적 의무나 기후를 훼손한 사람들에 대한 판결문을 발표할 수 있다. 판결은 법적으로 구속력이 없겠지만, 국가들에 기후 보호 목표를 강화하도록 장려하고 각국의 국내 소송에서도 준용될 수 있다.

유엔의 플라스틱 협약을 위한 협상도 내년에 마무리될 것이다. 지난 1950년대 이후 세계는 100억t 이상의 플라스틱을 생산했으며 이 중 70억t 이상이 현재는 폐기물인데, 그중 많은 양이 바다를 오염시키고 야생동물을 해치고 있다. 다만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작년에 시작된 UN 협상이 너무 느리게 진행되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 초고속 슈퍼컴퓨터

내년 초에 유럽 최초의 엑사스케일(exascale) 초고속 슈퍼컴퓨터인 ‘주피터’가 가동된다. 주피터는 초당 1조 번의 연산을 수행할 수 있다. 연구자들은 주피터를 사용해 인간 심장과 뇌의 ‘디지털 트윈’ 모델을 생성하고, 지구 기후의 고해상도 시뮬레이션을 실행할 것이다.

미국도 2024년 두 대의 엑사스케일 슈퍼컴퓨터를 설치할 예정이다. 일리노이주의 아르곤 국립연구소에 설치될 ‘오로라’와 캘리포니아주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 연구소에 설치될 ‘엘 카피탄’이다. 연구자들은 오로라를 사용해 뇌의 신경 회로도를 만들고, 엘 카피탄을 사용해 핵무기 폭발의 효과를 시뮬레이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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