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오전에 中, 오후에 日, 새벽에 베트남… 화물 2호기 도입한 제주항공
지난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화물청사에는 미국 건강식품 쇼핑몰 아이허브(Iherb) 물량이 목재 스키드(skid·짐받이)에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미국에서 수입되는 아이허브는 CJ대한통운이 인천 글로벌권역 물류센터(GDC·Global Distribution Center)로 들여온다. 이후 일본 고객 주문량은 제주항공이 전량 나리타로 나른다.
이날 아이허브뿐 아니라 베트남 하노이와 중국 옌타이로 운송될 의류, 휴대전화 배터리 등 각종 화물은 차례로 로더(loader)에 올라 제주항공 화물2호기에 실렸다. 지난 4일 들어온 화물2호기는 당일 새벽 하노이행 첫 비행을 마치고 인천화물청사에 도착했다.
제주항공은 국내 LCC(저비용항공사) 중 유일하게 화물전용기를 운용한다. 지난해 6월 화물1호기를 도입했고, 1년 6개월 만인 이번 달 초 화물2호기를 도입했다. 현재 인천~도쿄(나리타), 옌타이, 하노이 노선에 각각 주 3회·주 6회·주 6회 운항한다. 오전에는 중국 옌타이, 오후에는 일본 나리타, 심야에는 베트남 하노이에 화물기를 띄운다.
제주항공의 화물기는 보유 여객기와 같은 모델인 B737-800 시리즈다. 여객기와 같은 모델을 운용하면 기단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예컨대 급한 정비가 필요할 때 모든 항공기가 같은 부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재고를 쉽게 구할 수 있다. 제주항공은 현재 여객기와 화물기를 총 42대를 보유하고 있다.
화물기는 여객기에서 메인 덱(main deck)의 좌석과 오버헤드빈(선반) 등을 뗀 것이다. 높이는 총 211㎝, 폭은 317㎝인데, 안전을 위해 위쪽과 양옆을 5㎝ 이상 띄어서 화물을 탑재하고 있다. 밸리카고(belly cargo·여객기 화물칸) 4곳을 포함하면 총 2만3900㎏을 나를 수 있다. 다만 기상 상황에 따라 화물 무게를 조정하고 있어 보통 20톤(t) 정도를 싣는다. 바닥에는 화물을 쉽게 밀 수 있도록 롤러(roller·바퀴)가 달렸고, 비행 시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하는 락(lock·잠금장치)이 설치됐다.
화물기가 비행을 마치고 들어오기 전까지 화물을 ULD(Unit Load Device) 위에 쌓는 작업이 진행된다. ULD는 항공 화물 탑재 용기인데, 컨테이너형과 팔레트형이 있다. 컨테이너형은 여객기 사이즈에 맞춰 철재로 제작돼 화물을 쉽게 실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지게차로 운반할 때 컨테이너에 구멍이 뚫리는 등 손상이 가면 사용할 수 없어 관리가 힘들다.
제주항공은 팔레트형을 쓴다. 팔레트형은 관리가 쉬운 반면 작업자의 숙련도가 중요하다. 작업자들은 팔레트 위에 항공기 각 구간 형태에 맞춰 화물을 쌓고 무너지지 않도록 그물로 단단히 고정한다. 5㎝의 공간이 남지 않을 경우 팔레트를 내려 처음부터 다시 쌓는다.
화물기마다 정해진 배열에 맞춰 화물을 탑재하는 것이 원칙이다. 지게차가 ULD에 실린 화물을 로더에 옮기고, 메인덱으로 올린다. 로더는 총 35t까지 들 수 있다. 이후 메인덱에서 대기하는 작업자들이 손수 화물을 밀어 배치한다. 화물기가 넘어지지 않도록 무게 중심에 맞춰 가운데에 가장 크고 무거운 화물을 싣는다. 밸리카고 가장 앞부분에 먼저 싣고, 메인 덱으로 넘어간다. 밸리카고 뒷부분에 마지막으로 남은 화물을 실으면 마무리된다. 내릴 때는 반대 순서로 작업한다.
지난 11월 6일 기준 올해 제주항공의 화물 운송량은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 에어인천을 제외하고 LCC 중 1위를 기록했다. 총 2만478t을 날랐는데, 이는 20t을 실었다고 가정했을 때 항공기 한 대가 약 1024번 비행한 숫자다. 티웨이항공, 에어프레미아 등 다른 LCC들은 밸리카고를 이용해 화물을 나른다.
제주항공은 화물기 도입 이후 화물 수송량을 늘리고 있다. 화물 전용기를 도입한 작년 3분기에는 2925t을 수송했지만, 올해 3분기에는 4690t을 수송해 지난해보다 60%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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