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병으로 모견 잃은 강아지…브이클램프로 희망 찾았죠"[펫피플]
(서울=뉴스1)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 국내에는 소형견을 키우는 가구가 많다. 소형견들은 귀엽지만 건강관리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관절질환에 심장질환도 발병할 수 있어서다. 다행히 최근 심장병을 앓고 있는 강아지들을 위한 희소식이 들려왔다. 신체 절개를 최소화해 안전하게 심장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 사람의 마이트라클립 시술과 유사한 브이 클램프(V-clamp) 수술이 그것이다.
국내에서 강아지 심장병 하이브리드 수술로 주목받고 있는 동물병원이 있다. 바로 청주 고려동물메디컬센터의 중재적시술&최소침습수술센터(인터벤션&MIS센터)다. 이곳은 홍유의료기술회사(Hongyu Medical Technology Co.)로부터 전 세계에서 13번째, 국내에서는 최초로 브이클램프센터로 공식 인증을 받았다. 미국 7개 대학병원과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중국에 이어 한국에서 유일하다.
이곳에 있는 엽경아 센터장은 브이 클램프 수술을 통해 작은 생명들의 심장에 희망을 찾아주고 있다. 아파도 표현을 잘하지 못하는 반려동물의 심장질환에 대해 궁금한 모든 것을 엽 센터장에게 물었다.
아래는 엽경아 고려동물메디컬센터 인터벤션&MIS센터장과의 일문일답.
-심장병은 '소리 없이 찾아오는 위험한 질병'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물론이고 동물들도 마찬가지일 텐데 반려견이 잘 걸리는 심장병은 어떤 것이 있나. ▶국내 소형견들이 잘 걸리는 심장병으로는 이첨판 폐쇄부전(폐쇄부전증)이 있다. 개에서 발생하는 심혈관계 이첨판의 퇴행성 변화로 인해 좌심실에서 좌심방으로 혈액이 역류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 병은 개에서 발생하는 심혈관계 질병의 70% 이상, 소형견 기준 90% 이상을 차지한다. 이첨판 폐쇄부전 환자(환견)의 관리는 약물에 의한 내과적 방법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적극적인 치료 방법으로는 심장을 멈추고 체외순환을 연결해 개심술로 판막을 수복하는 수술이 있다.
-기존 수술방법의 장단점이 있는지. ▶지금까지 심장질환을 앓게 되면 계속 약을 투약해 폐에 물이 차 호흡곤란으로 사망하는 폐부종을 막아야만 생명이 유지될 수 있었다. 이러한 약물들은 여러 부작용이 있다. 특히 평생 증량해야 하는 내복약 급여와 신장에 대한 독성 등 약물의 부작용, 잦은 배뇨로 인한 삶의 질 하락 등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러한 환자의 개심술을 통한 치료 방법은 가슴 중앙 부위의 큰 개흉술인 정중흉골절개술을 통해 심장에 접근해 심장을 멈추고 체외순환을 하면서 개심술을 통해 판막을 수복하는 것이다. 이 수술은 수술의 침습도가 매우 높고 수술 후 회복에 긴 시간이 필요하다.
-기존 치료방법을 보완해 최근 브이 클램프 수술을 시도하고 있다고 들었다. 어떤 수술인가. ▶늑골 사이를 작게 절개한 후 심장에 작은 관을 통해 기구를 넣어 이첨판 사이에 브이 클램프라는 고정장치를 장착하는 수술이다. 개심술보다 상대적으로 짧은 수술 및 회복시간, 높은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사람에서의 마이트라클립 시술은 이미 고위험군에서 97~99%의 높은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개에서는 사람처럼 혈관을 통해 접근할 수는 없지만 개심술보다는 브이 클램프가 훨씬 덜 침습적인 방법으로 해결이 가능하기에 앞으로 더욱 기대되는 수술이다.
- 심장병에 걸린 반려견이 수술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먼저 심장상태 면밀한 평가가 필요하다. 브이 클램프는 기존의 심장병 분류단계(MMVD stage) B2~C에서 추천된다. 심장과 판막의 형태를 기존의 심장초음파에서는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동물병원에 내원해 경식도 초음파를 통해 판막의 길이와 두께, 판막 사이의 거리, 심장의 형태 등을 측정한 후 결정할 수 있다. 심각한 수준의 폐고혈압이나 대동맥판막역류 같은 다른 심장병이나 선천적 심장병이 있는 경우는 안타깝지만 수술이 어렵다. 신체를 최소한만 절개해서 진행하는 수술이지만 마취를 해야 하기 때문에 폐에 물이 차 있는 경우 약을 통해 개선한 후 수술이 가능하다. D단계에서는 위험성이 높지만 다른 희망이 없거나 수술이 가능한 경우들이 있으므로 추가 초음파 검사를 통한 확인이 필요하다. 체중은 일반적으로 4㎏ 이상을 추천한다. 본원은 초소형 식도초음파를 보유하고 있어서 2㎏ 이상이면 수술이 가능하다. 이 역시 특별한 심장초음파 검사를 통해 결정할 수 있다.
-반려동물 보호자들이 가장 많이 우려하는 부분이 마취다. 마취가 안전한지, 수술 후 경과가 어떤지 궁금하다. ▶경식도 초음파 검사에 필요한 시간은 15분 정도다. 이 검사는 아프지 않기 때문에 깊은 마취를 하지 않는다. 심장병 환자는 더욱 주의해서 모니터링 하면서 검사를 진행한다. B,C 단계의 환자들은 수술 후 아주 잘 지낸다. 아예 이첨판 역류량이 사라지면서 모든 약을 끊은 환자도 있고 강심제만 먹고 잘 지내는 경우도 있다. 이뇨제는 모든 환자들에서 중단했다. D단계의 환자들은 이미 심장의 리모델링이 많이 진행된 상태라 수술 후 심장의 크기 변화는 크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뇨제를 중단한 채로 잘 지내는 환자들도 있다. 물론 D단계의 환자는 수술 가능 여부에 대해 면밀한 검사와 의료진과 보호자의 깊은 고민, 수술 중 정확한 판단 등이 필요해 쉽지는 않다.
-보호자들이 어렵게 수술을 결정한 만큼 회복된 후 기쁨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특별히 기억나는 사례가 있는지. ▶보호자 분들이 반려동물들의 수술을 결정할 때까지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한 보호자는 수술 후 반려동물이 1살 때로 돌아간 것 같다고, 약을 먹이지 않아도 되거나 일반 사료도 너무 잘 먹는다고 좋아했다. 반려견 '장미'도 기억에 남는다. 장미는 모견이 심장병이 있었다. B단계에서 9개월만에 D단계로 진행이 돼 하늘로 갔다고 한다. 장미도 유전적 영향을 받은 것이 우려돼 수술을 결정했다. 장미는 수술 후 혈액 역류량이 거의 측정되지 않을 정도로 회복됐다. 장미의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의료진 모두 기뻐했고, 보호자도 장미가 5살은 어려졌다며 좋아해주셨다.
-브이 클램프 수술 하면서 겪은 고충이 있었다면. ▶수술 상담을 오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이미 심장병이 많이 진행된 상태여서 안타까웠다. D단계의 환자들의 반 정도는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말해야 했다. 환자들의 이전 검사 기록을 보면 '두세달 전에만 오셨어도 수술이 가능했을 수 있는데…'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다. 하이브리드 수술, 인터벤션 시술 등은 모식도만 봐서는 아주 간단해 보이지만 높은 숙련도와 팀워크가 필수다. 수술하는 사람의 눈이 돼주는 영상의학과, 몸은 둘이지만 하나처럼 움직여야 하는 두 명의 술자, 환자의 마취 중 혈압과 심박 및 호흡을 꽉 잡고 있는 마취자, 그리고 수술 후 회복과정을 세심하게 신경쓰는 중환자실의 팀워크가 톱니바퀴처럼 맞아야 가능한 수술이기 때문이다. 특히 클램프를 적절히 위치시켜서 한 번에 클램핑하는 것이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데, 이는 술자의 숙련도가 올라갈수록 성공률이 높아진다.
-최근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보호자들이 많다보니 수술할 때 부담이 더 클 텐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달라. ▶수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수술을 하기 전 수술 적합성에 대한 판단이다. 이것 역시 많은 환자를 만나고 검사를 많이 해본 사람이 더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 환자들의 생명을 제 어깨에 짊어지고 수술을 하게 되니 수술 전 큰 부담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멋진 팀의 일원이라는 것이 굉장히 자랑스럽고 또 제 역할을 완벽히 해내서 이 환자를 살려내겠다는 생각으로 나아가고 있다. 반려동물 보호자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평소 건강검진을 받기를 바란다. 어떤 병이든 조금이라도 일찍 발견해야 수술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반려동물과 보호자가 오래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앞으로도 적극 돕겠다.[해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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