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 10마리서 재계 13위로” 김홍국 하림 회장의 승부수
국내 최대이자 유일한 원양 컨테이선사 HMM을 인수하기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136480)그룹이 18일 낙점됐다. 하림은 인수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식품을 넘어서 종합 물류 기업으로 도약하게 된다. 재계 순위는 27위에서 13위로 14계단 껑충 뛰어오르게 된다. 하지만 본계약이 끝날 때까지 자금 조달 문제와 ‘승자의 저주’ 우려 등 풀어나가야 할 숙제도 많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승자의 저주는 없을 것”이라며 펜오션에 이어 HMM를 성공적으로 키워낼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 회장은 1957년 전라북도 익산에서 태어나 열한 살 때 외할머니가 사준 병아리 10마리를 키워 판 돈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병아리를 키워 시장에 내다 팔아 2500원을 소에 쥐었고 그 돈을 종잣돈 삼아 본격 축산업에 뛰어들었다. 고등학교 때는 공무원이 되라는 부모님 반대를 무릎쓰고 농고로 진학했다. 고교 3학년 때 익산에서 자본금 4000만 원으로 농장을 설립했다. 당시 닭 5000마리, 돼지 700마리가 농장을 가득채웠다. 이후 1986년 하림식품과 1990년 하림을 설립해 계열화의 토대를 마련했다. 하림은 현재 육가공업계 1위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김 회장은 이후 2015년 벌크선 해운사인 팬오션을 품에 안으며 곡물 유통업에 본격 진출했다. STX그룹에 속했던 팬오션은 법정관리까지 받았지만 하림이 인수하고 나서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팬오션의 연매출은 2015년 1조 8000억 원에서 지난해 6조 4200억 원으로 뛰었다. 지난해에는 매출 6조 4200억 원, 영업이익 7900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40% 가까이 성장했다.
해운업계에서는 팬오션의 강점으로 해운업황에 관계 없이 꾸준한 실적을 내는 점을 꼽는다. 팬오션은 하림에 편입되자 전담 조직을 만들고 곡물 유통사업에 뛰어든 점이 위기 관리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하림은 축산업에 필요한 사료 원료 대부분을 수입해왔는데 팬오션 인수로 원료 운송비 절감은 물론 안정적인 유통망까지 확보할 수 있었다. 김 회장은 2015년 팬오션을 인수하기로 결정됐을 당시 “하림은 해외 곡물유통사를 통해 사료용 곡물을 사들이는데 그들이 요구하는 유통 비용을 전부 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곡물 운송능력을 갖춘 팬오션이 매물로 나왔으니 인수를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팬오션 인수는 HMM 인수의 원동력이 됐다. 국내 최대 벌크선 운영사인 팬오션과 컨테이너선을 주력으로 하는 HMM의 시너지가 예상돼서다. 사업영역은 겹치지 않으면서 그룹내 물류 분야의 비중은 대폭 늘어나는 효과다. 김 회장은 “HMM 인수를 통한 밸류체인 강화는 국가 경쟁력을 올리는 데 기여하는 일”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림은 2015년 벌크선사인 팬오션을 공동 인수하며 사모펀드 운용사인 JKL파트너스와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하림은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꾸려 본입찹에 참여했다. 약 3조 원의 자기자본에 인수 금융 3조 5000억 원 등 최대 6조 5000억 원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18일 하림그룹·JKL컨소시엄을 HMM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하림그룹·JKL컨소시엄은 추가 협상을 거쳐 연내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하림이 본입찰에 적어낸 가격은 최대 6조 4000억원대로 동원그룹보다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림그룹은 올해 공정거래위원회 집계 기준 자산 17조원으로 재계 27위다. 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이HMM을 인수할 경우 하림과 HMM의 자산을 합치면 42조 8000억 원으로 불어난다. CJ그룹(40조 7000억 원)을 제치고 KT(45조 9000억 원)에 이은 13위에 해당한다.
하림그룹이 팬오션을 인수 주체로 내세워 HMM을 사들이면 벌크선과 컨테이너선을 모두 갖춘 선사로 도약할 수 있게 된다. 하림그룹은 글로벌 8위 컨테이너 선사인 HMM을 인수하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하림은 사이클이 있는 해운업의 경영 노하우가 있다”면서 “앞으로 물류 사업 영역이 더욱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6조 원이 넘는 HMM 인수가와 관련해 “승자의 저주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김 회장은 “2015년 팬오션을 인수할 때 ‘닭고기 회사가 무슨 해운사 인수냐’라며 비아냥 거리는 목소리가 많았다”면서 “당시 승자의 저주에 걸릴 것이라 말하던 사람들이 1년이 지나자 팬오션 인수는 신의 한수였다고 평가를 180도 바꿨다”고 말했다.
강동헌 기자 kaaangs10@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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