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앞에서도 의좋은 형제"…아우 이끄는 LG전자 VS 형님 돕는 삼성디스플레이

장유미 2023. 12. 19.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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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LGD 유상증자에 5000억 규모로 참여…삼성D, 삼성전자에 현금 20兆 대여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LG전자가 아우인 LG디스플레이를 돕기 위해 팔을 걷어부쳤다. LG디스플레이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 경쟁력과 성장 기반 강화를 위해 유상증자에 나서자 약 5000억원 규모로 참여키로 한 것이다.

LG전자는 18일 이사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19일 공시했다. LG전자는 LG디스플레이 지분 37.9%를 보유한 대주주로,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된다.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 [사진=LG디스플레이 ]

LG전자는 신규 발행주 가운데 배정 물량의 120%에 해당하는 5173만7236주에 대해 청약할 계획이다. 예정발행가액(9550원)으로 환산하면 약 5000억원 규모다. LG전자는 이번 유상증자 참여에 대해 "사업의 미래 경쟁력 확보에 필요한 차세대 디스플레이 패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LG전자의 현금 보유액은 8조1000억원 수준이다. LG디스플레이는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비롯해 자동차부품, 정보기술(IT), 사이니지 등 다양한 핵심 사업의 전략 부품을 공급하는 주요 거래선 중 하나다. 중장기 관점에서 LG디스플레이의 재무구조 안정화와 사업 경쟁력 확보가 대주주인 LG전자에 지분법 손익 개선 등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LG디스플레이는 전날 이사회에서 1조36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LG전자(지분율 37.9%) 등 주주들에게 우선 청약할 권리를 주고, 미달 물량은 일반 투자자에게 공모로 넘기는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발행 가격은 현재 주가(1만2310원)에 약 20% 할인율을 적용해 주당 9550원으로 잠정 결정됐다.

LG디스플레이는 유상증자 결정 배경에 대해 "중소형 OLED 투자 재원 확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사업구조 전환을 통해 TV용 대형 패널 매출 비중을 낮추고 중소형 패널 비중을 76.6%(3분기 기준)까지 높였다.

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 라인.[사진=LG디스플레이]

내년부터 주요 고객사인 애플이 태블릿 제품인 아이패드에도 OLED 패널을 적용하기로 하면서 중소형 OLED 투자 필요성도 높아졌다. LG디스플레이는 당초 아이패드용 물량의 약 60%(약 500만대)를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납품량이 더 늘 것으로 관측됐다.

차량용 OLED 사업에도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화면이 밝고 내구성이 높은 '탠덤 OLED' 등을 앞세워 고객사를 늘리고 있는데, 현재 차량용 패널 수주잔액은 20조원 이상이다. 내년엔 차량용 사업의 흑자전환이 유력하다.

LG디스플레이는 유상증자로 확보한 재원의 30%를 중소형 OLED 시설 투자에 투입한다. 40%는 OLED 제품 출하와 고객 기반 확대, 신제품 대응을 위한 원재료 구매 등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일각에선 차입금 증가, 부채 비율 상승에 따른 자금 조달이란 분석도 있다.

시장에선 6분기 연속 영업적자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LG디스플레이가 올 4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기준 증권사 전망치 평균(컨센서스) 영업이익은 890억원이다. 내년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도 1022억원으로 3년만의 흑자가 유력하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자에 따른 주가 하락은 당연하겠지만, 자금 확보로 추가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유효하다"며 "2024년 업황이 개선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주가는 매력적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서울 본사에 걸린 삼성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반면 삼성에선 아우인 삼성디스플레이가 형님인 삼성전자를 돕고 나섰다. 최근 삼성디스플레이는 추가 배당을 위해 약 10조원의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변경하는 안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년도말 연결기준 삼성디스플레이의 자본잉여금은 약 24조2784억원, 이익잉여금은 31조8419억원이었다.

자본준비금을 줄이고, 이익잉여금을 늘리는 것은 배당 규모를 늘리기 위해 기업이 진행하는 절차 중 하나다. 세법상 자본준비금을 감액해 마련한 배당가능이익은 비과세 배당금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의 지분은 삼성전자가 84.8%, 삼성SDI가 15.2%를 소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의 배당 확대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주주인 삼성전자의 현금 확보로 이어지게 된다. 이번 결정을 통해 삼성전자는 내년 초에 5조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시설 투자를 위한 현금 확보 방안을 고심하던 중 삼성디스플레이의 배당가능이익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3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연결기준 현금성 자산은 93조원, 차입금을 제외하면 83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8.8% 줄었다. 이에 삼성전자는 올 들어 해외 법인 등으로부터 배당금 수익을 늘려 왔다. 올 초에는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이미 20조원의 현금을 대여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마련한 현금은 고대역폭메모리(HBM)을 비롯한 시설 및 연구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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