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한동훈 비대위원장’ 왜 빨리 결단못하나 [핫이슈]

김병호 기자(jerome@mk.co.kr) 2023. 12. 19.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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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자 의료처우 개선 설명하는 한동훈 장관 (성남=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3일 오후 경기 성남시청에서 열린 ‘교정시설 수용자 의료처우 개선 및 공공보건의료 서비스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 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12.13 sto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위원장을 누가 맡을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혁신위원회 활동도 별 성과없이 끝나고 김기현 당 대표마저 물러나 조속한 비대위 구성이 필요한 마당에 갑론을박 하며 시끄러울 상황이 아니다. 국민의힘은 지난 18일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 추대 여부를 놓고 토론을 벌였지만 성과 없이 끝났다. 한 장관 외에 분위기를 쇄신할 눈에 띄는 후보가 딱히 없는데도 시간 낭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회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한동훈 비대위원장에 대한 찬반 비율이 2대 1 정도였다고 하니 여전히 한 장관 낙점 가능성은 크다. 반대한 사람들도 “지금 쓰기엔 아깝다”거나 “다른 활용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어서 한 장관을 완전히 거부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여당 지도부는 뭘 더 망설이나. 질질 끌다가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 지명 수락을 거부할 가능성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한 장관이 총선을 앞둔 중대한 시점에 강력한 비대위원장 후보로 떠오른 것은 그동안 보여준 행정능력과 참신성, 법과 원칙을 지키려는 언행일치적 모습 때문이다. 차기 대통령 후보로도 거론되는 마당에 지지 세력을 규합하는데도 그 만한 인재가 없다.

반면 한 장관이 정치 경험이 없고 과거 비대위 체제를 겪어보지 못했다는 우려도 있다.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비대위원장은 지난 17일 “정치를 한 번도 안 해봤던 사람이 비대위원장으로 뭘 할 수 있겠나”라며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또다른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 측근인 만큼 균형있는 당정 관계를 위해 윤 대통령에게 직언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 오랜 검사 생활을 통해 누구보다 친밀도가 높은 점은 얘기를 나누는데 오히려 수월한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윤 대통령에게 쓴소리 할 만한 사람이 여당에 보이지 않는 마당에 이 점을 한 장관의 약점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19일 라디오 방송에서 “격의 없이 대통령한테 얘기도 하고 그러면서 실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 지금 시국에는 역설적으로 한동훈 장관이라는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한 장관 역시 지금의 어려운 당정 관계를 알고 있는 만큼 대통령실과의 소통 문제를 개선할 의지가 없다면 위원장을 맡지 않을 것이다. 한 장관은 18일 “용산 뜻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면 (위원장을) 맡지 않겠다”고 했다. 비대위원장이 되면 용산에 추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시사한 것이다.

무엇보다 정치권에 신물 난 유권자들은 능력있는 정치 신예를 갈망하고 있다. 한 장관 인기를 감안하면 그가 비대위원장을 맡을 시 국민의힘 지지율도 함께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또한 비대위원장직이 엄청난 학습과 대단한 정치 경험을 요구하는 어려운 자리도 아니다. 산적한 과제들을 헤쳐갈 전략을 세우는데 있어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지도부와 협조해 최적의 방안을 도출하면 된다. 그가 법무부 장관에 지명됐을 때도 지검장도 해보지 않은 나이 어린 자를 야당과의 정치 공학 때문에 잘못 임명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수완박’을 혁파할 윤 대통령 복심이라며 부정적 평가를 냈다. 하지만 이번에도 한 장관의 비대위원장 등장을 가장 두려워할 곳은 민주당이다. 야당이 부족한 참신함과 능력, 대중적 인기 등 모든 것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는 논리있는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른 의견들을 조율해가는 과정이다. 상대방 실수나 불법행위에 대해 아량을 갖고 설득해가는 유연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한 장관이 논리적이지만 상대방 발언에 과한 토를 달며 면박을 주는 듯한 품새는 그가 정치에 입문하는 순간 달라져야 할 일이다.

비대위원장 자리는 한 장관의 미래 정치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변곡점이다. 훗날 “그 때, 그렇게 해서 지금에 이르렀다”고 얘기할 수 있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일 수 있다. 한 장관은 비대위원장에 오른다면 과거와 다른 정치 패러다임을 만든다는 각오로 변화를 일으켜보기 바란다. 잘 하면 대권 도전을 위한 황금 발판이자 시험대가 될 수 있다.

김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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