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엄마들 모임에 안나가는 이유

서울문화사 2023. 12. 1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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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힘이 되고, 때로는 스트레스를 유발하기도 하는 엄마들의 모임. 지금도 그 관계에 허덕이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강빈맘이 단호하고도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넨다.

“나가면 불편하고 안 나가면 불안하다.” 엄마들의 모임을 이보다 더 정확하게 꿰뚫는 표현이 있을까? <내가 엄마들 모임에 안 나가는 이유>라는 제목만으로도 이미 수많은 엄마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 책의 저자는 경기도에서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주부, 강빈맘이다. 엄마들 세계의 독특한 인간관계에 대해 치밀하게 관찰하고 고민하며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책으로 엮었다. 아이 때문에 시작한 모임이지만 나중에는 그 관계 자체에 침전돼 스트레스받는 주부들을 위한 명쾌하고도 단호한 조언들은 비단 엄마들 관계에만 국한되는 얘기가 아니다. 살면서 마주하는 수많은 인간관계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고 자신이 원하는 사람에 더 가까워지기 위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더 단단해지고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기꺼이 알려준다.

Q 엄마들 모임에 대한 책을 냈다.

강남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다가 결혼하면서 경기도로 이사 왔다. 임신 때부터 엄마들 모임을 통해 많은 정보와 도움을 얻었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다 보니 그보다 더 중요한 일들이 많아졌다. 한참 재테크 공부에 집중하고 있는데, 아는 분이 계속 엄마들 모임에 나오라고 재촉하는 게 아닌가. 그때 SNS에 읽고 있던 재테크 책 사진과 함께 ‘내가 엄마들 모임에 안 나가는 이유’를 올렸다. 이후 이틀 만에 팔로어가 1,000명 늘었고, 관련 에피소드를 올릴 때마다 쑥쑥 늘더니 2주 후에 1만 명이 됐다. 경력을 살려 유아 영어 교육 정보를 올렸을 때는 5개월간 팔로어가 1,000명도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웃음) 그때 새삼 깨달았다. 엄마들 모임에 스트레스받는 엄마가 정말 많다는 사실을.

Q 처음에 어떤 글을 올렸나?

엄마들 모임도 좋지만 정보는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 얻는 게 더 편하고, 엄마들끼리 친해야 아이에게 친구가 생기는 게 아니라 결국 친구도 아이가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거라고 썼다. 아이를 위해 숙제하듯 엄마들과 관계를 맺으며 스트레스받고, 상처받은 이들이 많이 공감해줬다.

Q SNS 게시물 하나가 책 출간으로 이어졌다.

DM으로 상담 요청이 쏟아졌다. 그중에는 따돌림이나 뒷담화 때문에 크게 상처받은 이도 있었고, 가슴 아픈 사연도 많았다. 그 원인과 해결책을 계속 SNS에 올리다 보니 이걸 책으로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다. 처음에는 이런 수다 같은 글들을 누가 책으로 출판해줄까 싶어 편집, 출간까지 하나하나 직접 해서 전자책을 출판했다. 이게 생각보다 큰 반응을 얻었고 이후 종이책으로 공식 출판하게 됐다.

Q 엄마들 모임에 안 나가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다면?

엄마들 모임을 통해 유용한 정보도 얻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도 많이 만났지만, 모임에 다녀오면 녹초가 돼 정작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에는 제대로 에너지를 쓸 수 없었다. 아이 때문에 시작한 모임인데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또 아이를 매개로 맺어진 친분이라 주 대화가 가정에 대한 것이다 보니 다른 집과 사사건건 비교하게 되는 것도 문제. 그 스트레스가 고스란히 아이나 남편에게 가는 것 같았다. 이런 것들을 감수하면서까지 엄마들 모임에 나가야 하나 싶었다.

Q 상담해온 분 중에 인상 깊은 사례가 있다면?

타인을 도구로 이용하는 하이에나 유형의 사람들에게 당하는 엄마가 있었다. 낯선 곳으로 이사를 가서 만난 엄마들이었고 처음에는 굉장히 잘해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개인사까지 털어놓았는데 나중에는 그것을 약점 삼아 상처를 주곤 했다고. 그럼에도 그 관계가 절박하게 느껴져 당하고만 있었다고 한다. 그 시점부터 가스라이팅을 당한 거다. 하지만 그 무리에서 나올 자신이 없어 계속 끌려다니는 그 엄마에게 일을 해보라고 권했다. 바쁘게 살고 스스로를 더 챙겨보라고. 그 후 그 엄마는 실제로 일자리를 구하면서 새로운 친구들도 만나게 되고 점점 홀로서기를 할 수 있게 됐다.

Q 그렇지만 엄마들 모임에 빠지기가 쉽지 않다.

엄마들 모임에 빠지라는 얘기가 아니다. 엄마들 모임이 나쁘다는 얘기도 아니다. 다만 그 관계에 침전되지 않도록 스스로 선을 지켜야 한다. 육아란 외롭고 힘든 일이다. 그래서 공감하고 위로해줄 친구가 절실한 거고. 그런데 모두 육아로 여유가 없다 보니 서로 날카로워지기 쉽고, 또 각자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이해관계가 번번이 부딪히기도 한다. 한마디로 사돈 같은 관계다. 그래서 아이들 사이가 틀어지면 엄마들 관계도 잘 유지되기 어렵다. 그런데 아이들의 우정은 계속 바뀌기 마련이다. 성장하면서 친구의 기준이 바뀌기 때문이다. 결국 ‘아이’를 위해 엄마들과의 관계 자체에 목을 맬 이유는 없다는 거다.

Q 엄마들 모임에 현명하게 대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자랑하지 않는 것, 질투심을 절제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리고 선 지키기. 친해지면서 오히려 원수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게 다 선을 지키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다. 여자가 남자보다 관계에 더 많이 신경 쓰는 편인데, 그것이 가끔 삶을 비효율적으로 만드는 것 같다. 관계 자체에 집착해 괴로움이나 불편함을 참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를 방치하고 있는 건 아닌지 냉정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사람에게는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어느 정도의 공격성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결국 자존감을 단단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당신이 거절해도 타인은 그리 큰 상처를 받지 않을 것이며,
당신의 친절에도 그리 고마워하지 않을 수 있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그 다름을 존중해야 한다.
인간관계에서 나와 나 아닌 것의 경계를 구분 짓는 것이
타인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시작점이다.”
-<내가 엄마들 모임에 안 가는 이유> 중

Q 자존감을 높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전업주부에겐 더 어렵다.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함께 있으면 위축되는 사람이 있다면 잠시 거리를 두자. ‘내가 왜 그럴까’ 하며 스스로를 비난하거나 괴롭히지 말고, 나 자신을 더 아끼고 챙기려 애쓰면 된다. 또 좋은 사람이 되려고 너무 애쓰지 않았으면 한다. 인간은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만 타인을 사랑할 수 있으니 좋은 사람이 돼야 한다는 강박에 스스로를 괴롭히지 말자. 바쁘게 사는 것도 중요하다. 시간이 많으면 쓸데없는 걱정과 불안, 질투가 많아진다. 의미 있는 일들로 매일을 채우다 보면 타인과의 관계에도 지나치게 몰입하지 않게 될 것이다.

Q 타인에게 조언하려면 전문적인 지식도 필요할 것 같다.

대학원에서 유아 영어 교육인 테솔을 전공했다. 연령별 특징과 교육에 대해 공부했고, 심리학 관련 서적도 많이 읽는다. 말 한마디를 적을 때도 대학 논문까지 뒤져가며 꼼꼼히 확인하고 체크한다. 그런데 이런 엄마들의 상담에서는 전문 지식 못지않게 중요한 게 있다. 그저 같은 엄마로서 이해받고 싶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조언을 듣고 싶은 마음을 알아주는 것이다.

Q 남에게 조언할 때 스스로 지키는 원칙이나 선이 있다면?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이 있으니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조금의 도움을 줄 뿐이다. 옳고 그름에 대한 결론도 내리지 않으려 한다. 최대한 객관적 시각으로 상황을 봐주려고 노력한다. 어떤 갈등이든 사실 외부 상황이나 타인의 잘못으로 힘든 것보다 그 상황 앞에 속수무책인 자기 자신 때문에 화가 나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의 문제가 더 크다는 거다. 그래서 책에 부정적인 외부 상황이나 무례한 타인 앞에서도 휘둘리지 않는 마음가짐에 대해 집중적으로 썼다.

Q 어떤 엄마가 되고 싶나?

행복한 엄마가 되고 싶다. 아이는 엄마의 감정을 그대로 먹고 자란다. 결국 엄마의 행복이 아이의 행복이라 믿는다. 아이가 다 큰 엄마들이 가장 후회하는 것 중 하나가 엄마들 모임에 너무 많은 신경을 쓴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알려주고 싶었다. 우리가 숙제처럼 생각하는 이 관계가 지나고 보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결국 가장 소중한 것은 나와 아이니까.

Q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현재 아이들의 인간관계에 대한 책을 준비하고 있다. 아이가 커갈수록 친구 관계에 갈등을 많이 겪고 그 갈등이 바로 엄마의 고민이 되는데, 이때 엄마와 아이에게 지침을 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이렇게 소소하게나마 엄마들이 보다 행복한 육아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에디터 : 이미현(프리랜서) | 사진 : 김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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