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면서 트렌디한 요소와 실험적인 시도까지 놓치지 않은 일석삼조 하우스를 찾았다. 뻔한 아파트 레이아웃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다면 김근성·송영경 부부의 집 곳곳에 숨어 있는 인테리어 아이디어에 주목해보자.
김근성·송영경 부부와 아들 형제가 단란하게 살고 있는 108m²(32평) 아파트는 이들 가족의 첫 '내 집’이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주택청약으로 내 집 마련에 성공한 부부는 당첨 소식과 동시에 리모델링 계획에 돌입했다. "결혼 15년 만에 처음 갖게 되는 내 집이다 보니 마음에 꼭 들게 고쳐서 입주하고 싶었어요. 당첨 소식을 들은 그날부터 내부 인테리어 디자인을 고민했고, 입주 1년 6개월 전에 미리 시공업체까지 선정해놨죠(웃음)." 리모델링을 결심한 많은 사람이 그렇듯 이들 부부에게도 인테리어 디자인을 결정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쉬이 질리지 않도록 장식을 최소화한 화이트 베이스의 집, 여기에 살림살이가 최대한 보이지 않도록 가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만났다.
"세 번째 미팅까지 확실한 디자인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어요. 인테리어란 게 보이는 곳은 물론이고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까지 고려되어야 하는데, 몇 번의 인터뷰만으로 그 모든 것을 확실하게 파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죠. 그때 실마리를 풀어준 게 바로 송영경 씨가 보내준 사진이었어요.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이라며 가구 이미지를 몇 장 보내셨는데, 취향이 어떤지 파악이 되면서 전체적인 공간 이미지가 그려졌어요. 전문가와 리모델링을 진행할 때 구체적인 안이 떠오르지 않으면 자신이 좋아하는 가구나 소품 이미지를 보내주세요. 여러 말보다 확실한 취향 표현이 될 거예요." 시공을 진행한 로멘토디자인스튜디오 임지혜 팀장의 조언이다.
부부의 취향을 파악한 이후 리모델링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애초에 요구했던 화이트 베이스를 기본으로 몰딩 등 디테일을 최소화하고, 집에서 살림살이가 가장 많이 노출되는 주방은 대면형 레이아웃을 유지하되 가벽을 활용해 자질구레한 물품들을 완벽하게 감췄다. 유난히 넓게 설계된 안방의 베란다는 개인 서재로 재구성, 송영경 씨는 오랜 시간 꿈꾸던 자신만의 서재를 갖게 됐다.
가벽의 재발견
김근성·송영경 부부의 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공간은 주방이다. 예쁜 카페의 키친처럼 연출된 주방 디자인은 살림살이가 최대한 가려지길 원했던 아내 송영경 씨의 바람에서 시작됐다. "아이를 키우는 가정이다 보니 장난감에 살림살이까지 더해져 늘 집이 어수선했어요. 그래서인지 시야에 자잘한 짐들이 보이지 않는 깔끔한 집을 늘 꿈꿨던 것 같아요. 시공 전 담당 팀장님과 이 점을 상의했는데, 여러 날 고민 끝에 가벽 아이디어를 주시더라고요. 별도의 공간처럼 주방에 가벽을 세우고, 유리로 막지 않은 큰 창과 문을 둬 동선까지 고려한 구조였죠. 경험해보지 않은 주방 구조라 걱정이 된 것도 사실이지만, 결론적으론 매우 만족해요. 가족과 소통할 수 있는 대면형 주방의 장점을 그대로 가지면서, 자질구레한 살림살이를 철저히 숨길 수 있으니 말이죠. 흔하지 않은 주방 디자인이란 점도 마음에 들고요."
이 부부의 집을 볼 때 놓치지 말아야 할 또 다른 포인트는 인테리어 소품과 마감재 디테일이다. 스위치, 손잡이 등 인테리어 소품은 대부분 레트로 디자인을 선택했는데, 집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 우드와 화이트로 채워진 평범한 공간에 재미를 더한다. 무엇이든 디테일에서 완성도가 결정되는 법. 마감재 디테일도 이 집의 관전 포인트다. 가구 구성에서 알 수 있듯 부부는 각지지 않은 라운드형 디자인을 선호한다. 이에 선반, 몰딩, 문 프레임에 이르기까지 마감재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해 공간에 통일감을 준 것은 물론 취향까지 충족시켰다.
엄마의 로망 공간, 서재
부부가 이번 리모델링에서 주방 다음으로 공을 많이 들인 곳은 재미있게도 베란다다. "평소 책 읽는 걸 좋아해요. 늘 조용히 독서에 집중할 수 있는 제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이번 집도 방이 3개라 사실 포기하고 있었죠. 그러던 중 안방 베란다가 유독 크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빨래나 널기엔 너무 넓은 공간이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이곳을 제 서재로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안방 베란다는 부부의 서재, 더 정확히는 송영경 씨의 책 읽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베란다의 특성상 겨울 추위에 취약하다는 점을 감안해 단열에 특히 신경 썼다. 바닥 단열은 물론이고, 창 한 면에 삼중 유리를 대고 또 다른 면은 기존 창문 앞에 가벽을 세운 후 유리 블록을 더했다. 이로써 단열을 포함해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채광까지 모두 충족할 수 있었다. 부부 침실도 공간 효율을 더하기 위해 레이아웃에 변화를 줬다. 파우더 룸을 없애고 벽면을 옷장으로 재구성한 것. 그 덕에 침실은 좀 더 여유로워졌고, 옷 수납공간 역시 넉넉해졌다.
결혼 후 첫 '내 집’을, 그것도 부부의 마음에 꼭 들게 단장한 집을 갖게 된 김근성·송영경 부부. 혹시 마음에 들지 않는 공간이 있냐는 질문에 단호하게 "없다"는 송영경 씨의 말에서 집에 대한 애정이 담뿍 묻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