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민정수석이 이래도 되느냐"…정경심 "1% 정체성은 아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2019년 첫 기소 후 4년여 만에 재판정에서 피고인 신문에 응했습니다.
그는 아들 조원 씨의 수료증이나 상장은 실제 활동에 기반을 두고 있어 위조한 것이 아니라면서도 이 같은 행위가 '셀프 수여'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점을 당시에는 몰랐다며 반성한다고 말했습니다.
정 전 교수는 18일 서울고법 형사13부(김우수 김진하 이인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휠체어를 탄 채 증인석에 앉아 이같이 증언했습니다.
정 전 교수가 재판에서 직접 피고인 신문에 응한 것은 2019년 9월 자녀 입시 비리 등 혐의로 처음 기소된 이후 4년여 만에 처음입니다.
정 전 교수는 "뭔가를 회복시키려고 한다기보다는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겠다는 생각으로 정직하고 진실하게 이야기해보려 피고인 신문을 자청했다"며 "우리 가족은 다 잃었고 다 내려놨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정 전 교수는 이 재판 주요 공소사실과 관련된 아들 조원 씨에 대해 자신의 유학 등으로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며 "늘 마음속에 아픈 손가락으로 남아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아들이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을 타인으로부터 뒤늦게 듣고 뒤통수를 세게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며 "아들이 극단 선택을 하면 어떡하나, 살리는 데 주력하며 24시간 관리해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는 이런 취지에서 동양대 방학 프로그램에 실제로 참여시키고 격려 차원에서 수료증과 상장, 봉사활동 확인서 등을 발급했던 것일 뿐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지금 생각하면 내가 이런 일을 왜 해서 재판받고 가족 모두 고생시키나 반성을 많이 한다"며 "수형 생활 중 깨달은 게 '셀프 상장으로 보일 수 있구나, 나는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오만하고 세상 물정을 모르며 남에 대한 배려가 없었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호소했습니다.
검찰이 일부 혐의가 아들의 검찰 진술과 모순된다고 지적하자 "아들이 검사들 앞에 끌려가서 제정신으로 답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들은 대인기피증이 오래됐는데도 주변 사람을 보호하려고 황당한 답변을 한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남편인 조 전 장관의 연루 가능성에는 "한국 남자 중에서도 가장 아이들 교육에 관심 없는 아빠 중 하나로 부산 남자라 대화를 많이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라며 "원칙주의자로, 제가 거의 협박을 해야지 도와달라는 것을 도와주는 정도"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검찰이 2017년 조원 씨가 서울대 대학원에 떨어지자 조 전 장관이 서울대 교수와 만나 '뭘 준비하면 좋겠느냐'라고 물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일국의 민정수석이 이런 일을 해도 되느냐"고 압박하자 "아버지가 돼서 (아들이) 2번이나 떨어져서 이것도 하지 않는 건 말도 안 되지 않냐"며 "(남편의) 1%는 아이덴티티(정체성)가 아빠로, 청탁이 아니다"라고 공방을 펼쳤습니다.
2016년 아들이 다니던 미국 조지워싱턴대의 온라인 시험을 대신 풀어준 혐의에 대해선 부정 행위라는 인식이 당시에는 없었으며 스스로 풀게 하지 않은 점을 반성한다고 수긍했습니다.
그러나 고려대·연세대 대학원 부정 지원 등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혐의에는 "남편이 관여한 적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고려대 대학원·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에 지원할 때 조지워싱턴대에서 전액 장학금 받았다고 허위로 기재한 점을 두고는 "원서 글자 제한이 있어 축약할 필요가 있었고 많이 반성하는 마음"이라고 혐의를 일부 인정했습니다.
2017년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으로부터 허위 인턴 확인서를 받은 혐의에 대해서는 "남편은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제가 요청해 직접 사무실에서 받아왔다"고 소명했습니다.
검찰이 조 전 장관의 허위 재산 신고·소명으로 인한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를 계속 추궁하자 "사실 와이프가 30억 원 정도 현금 가진 줄 몰랐던 사람"이라며 "남편은 지금도 제가 얼마를 가졌는지 모를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검찰은 이날 정 교수의 피고인 신문에 대해 "진실의 소리를 전하는 것이 아닌 공범을 은폐하기 위해 또 다른 실체적 진실을 은폐하려는 시도가 아닌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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