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 · 보노보도 수십 년 전 헤어진 가족 · 친구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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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침팬지·보노보 같은 유인원도 사람처럼 수십 년 전에 헤어진 가족이나 친구의 얼굴을 기억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연구팀은 이는 확인된 동물의 사회적 기억으로는 가장 오래 지속된 사례로 인간과 침팬지, 보노보의 장기 기억이 900만~600만 년 전 살던 공통 조상으로부터 유래했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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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침팬지·보노보 같은 유인원도 사람처럼 수십 년 전에 헤어진 가족이나 친구의 얼굴을 기억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연구팀은 이는 확인된 동물의 사회적 기억으로는 가장 오래 지속된 사례로 인간과 침팬지, 보노보의 장기 기억이 900만~600만 년 전 살던 공통 조상으로부터 유래했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 하버드대 로라 루이스 교수와 존스홉킨스대 크리스토퍼 크루페니 교수팀은 19일 과학 저널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서 침팬지와 보노보에게 오래 전 헤어진 가족·친구 사진을 보여주는 실험에서 최장 26년 전 헤어진 가족을 기억하는 사례를 확인했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인간은 가족이나 친구 등과의 사회적 상호작용으로 획득한 사회적 기억을 통해 이름과 얼굴을 오래 기억할 수 있고 이런 기억은 40년 이상 지속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간이 아닌 유인원의 장기적인 사회적 기억은 알려진 게 거의 없습니다.
연구팀은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동물원과 벨기에 플랑켄다엘 동물원, 일본 구마모토 보호구역의 침팬지(Pan troglodytes)와 보노보(Pan paniscus) 26마리를 대상으로 가족과 친구 사진을 이용해 장기 기억 실험을 했습니다.
침팬지와 보노보에게 주스를 마시게 한 다음 과거 1년 이상 함께 지냈고 헤어진 지 9개월~26년 된 가족·친구와 완전히 낯선 침팬지의 사진을 모니터에 나란히 보여주고, 시선 추적 장치로 이들이 어디를 오래 바라보는지 측정했습니다.
연구팀은 유인원들이 제시된 사진 중 가족·친구를 기억할 경우 그 사진을 더 오래 바라볼 것으로 가정했습니다.
또 실험에 참여한 유인원과 사진 속 유인원의 과거 관계가 긍정적이었는지 부정적이었는지 정보도 수집해 연관성을 살펴봤습니다.
그 결과 침팬지와 보노보들은 얼마나 오래 떨어져 있었는지에 상관없이 가족·친구 사진을 낯선 침팬지보다 훨씬 더 오래 바라보았고, 과거 긍정적인 관계였던 개체를 더 오래 바라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루이즈'라는 암컷 보노보는 8차례 실험에서 26년 전 헤어진 후 한 번도 못 만난 동생 로레타와 조카 에린을 명확히 기억하는 행동을 보였습니다.
크루페니 교수는 "침팬지와 보노보는 수십 년 동안 보지 못한 가족·친구를 기억했고 과거 긍정적 관계였던 유인원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며 "이는 이들이 친숙함을 넘어 사회적 관계의 질적 측면까지 기억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습니다.
연구팀은 이는 유인원의 사회적 기억이 26년 이상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26년은 유인원 평균 수명 40~60년의 절반으로, 헤어지고 길게는 48년간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진 인간의 사회적 기억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인간과 침팬지, 보노보에서 모두 사회적 기억이 이렇게 오래 지속된다는 것은 이런 종류의 기억이 900만~600만 년 전 살던 공통 진화 조상에게 존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런 기억은 인류 문화 진화의 토대가 됐을 가능성이 크며, 오랜 기간 떨어져 있어도 관계가 유지되는 집단 간 거래 같은 인간 고유의 상호작용 형태의 출현이 가능하게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루이스 교수는 "다른 사람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것은 매우 강력한 인지 메커니즘이고 인간만이 가진 특징으로 간주해왔다"며 "이 연구로 침팬지와 보노보도 그렇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그럴 가능성을 제기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존스홉킨스대 제공, PNAS/Laura S. Lewis et al. 제공,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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