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학연 “‘무인도의 디바’, 인생작이자 터닝 포인트 될 거 같아요” [M+인터뷰①]
인생작으로 남은 작품 ‘무인도의 디바’
훈훈하다. 외모는 물론 마음씨까지 다 갖춘 이 남자. 이런 남자가 있었다면 누구도 반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이는 배우 차학연을 두고 하는 말이다. 차학연은 최근 인기리에 막을 내린 tvN ‘무인도의 디바’에서 때로는 오빠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서목하(박은빈 분)의 디바 도전기 속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줬던 강우학 역으로 출연해 열연했다.
그는 유쾌함은 물론, 감정의 완급을 잘 살린 매력적인 열연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어떤 캐릭터와 있어도 위화감이 들지 않는 찰떡같은 호흡을 자랑했다.
특히 서목하와 절친한 친구로 환상의 티키타카를 보여주면서도, 때론 애틋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선을 넘는 다정함을 보이는가 하면, 과거의 기억을 잃은 자신을 보살펴준 가족들에게는 세상 살가운 아들의 모습, 동생을 향한 무한한 애정으로 댕댕미의 끝판왕을 방불케 하는 모습으로 인물의 매력을 십분 드러냈다. 이에 대중들은 ‘섭남병’까지 앓으며 그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작품을 끝낸 소감은?
이번에는 끝나는 게 서운하고 아쉽다. 보내주기도 힘들고. 우학이가 정말 안쓰러워서 더 이런 감정이 드는 거 같다. 현장이 정말 좋았다. 학창 시절 느낌도 났고 작품이 끝나는 날 왠지 모르게 졸업하는 기분도 들었다.
결말은 해피엔딩이었다. 하지만 극 중 좋아했던 박은빈과 안 이뤄졌는데.
우학이 입장에서는 서운할 수 있겠지만, 그래서 더 완성된 캐릭터로 남았다고 생각한다.
초반에는 저조한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호평받았고 마지막에는 좋은 성적을 내며 마무리됐는데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는지.
촬영하면서 느꼈는데 장면 하나하나가 예뻤고 아기자기했다. 이러한 것이 드라마를 보게 하는 힘이었던 거 같다. 또 감독님의 영향이 컸다고 생각한다. 늘 촬영하면서 ‘잘 될 드라마’라 생각했다. 여기에 함께하는 배우들과 첫 촬영을 한 후부터 ‘잘 되겠다’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장면이 예뻤던 이유 중 하나가 제주도에서 촬영했던 것도 한몫했을 거 같다. 제주도에서만 촬영했는지 궁금하다.
섬 촬영할 때만 제주도고 그 외에는 서울에 촬영을 진행했다. 가장 무더운 여름에 제주도를 가서 정말 힘들었다. 너무 더웠고 많이 뛰었다. 사실 배멀미도 정말 심한데 말도 못 할 정도로 탔던 거 같다. 하하.
힘든 것도 있지만 좋았던 기억도 있을 거 같은데.
제주도에서 촬영하는 동안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었다. 포스터 촬영을 끝내고 종협이와 함께 물놀이했던 기억이 난다. 정말 시원하고 좋았던 기억이 있다.
보도국 기자 역할을 했다. 기자 역할 해보니 어떤가.
많은 사람들이 기자들 실제로 한가하지 않다고 하더라. 내 모습을 보고 의문을 품었다고. 하하. 직장인의 삶을 살아본 적이 없기에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물어봤다. 친형과 누나 역시 직장생활을 했기에 조언을 많이 구했다. 이들이 이야기해준 공통적인 부분을 토대로 캐릭터를 만들어 갔고, 이름표를 주머니에 넣고 타이를 셔츠에 넣는 등 소소한 것들부터 큰 것까지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이를 캐릭터에 대입시켜 봤다. 대사 역시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워 보일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 했던 거 같다. 노래 한 곡을 연습한다고 생각해서 말들에 음표를 붙여가고 음악 기호를 넣어가며 입에 붙도록 했다.
직장생활을 간접적으로 해보니 느낀 것이 있다면?
굉장히 존경한다. 출퇴근이 정말...우리는 프리랜서의 개념이다 보니 바쁘게 일할 때 일하고 쉴 때 푹 쉬는데 직장인들은 매일 같은 일상을 반복해야 하니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번에 촬영하면서 구내식당을 이용해 밥을 먹었는데 정말 좋았다. 학창 시절이 그리웠어서...촬영하면서 학창 시절도 생각나고 여러모로 좋았다.
기자 역할을 연기해서 그런지 딕션이 좋다는 평이 많았다. 특별히 발음을 신경 쓰고 연습했을까?
이런 반응을 듣게 돼서 기분 좋았다. 억양과 딕션을 바꾸려고 녹음하고 듣고 정말 많이 연습했다. 예전에는 톤이 높았는데 이제는 톤이 많이 낮아졌다. 팬들 사이에서 ‘유리 성대’라고 불렸다. 목이 잘 쉬어서...그런데 이번에 많은 분이 내 노력을 알아봐 줘서 고마웠다.
극 중 채종협과 박은빈을 두고 삼각관계를 형성했다. 누가 연인이 될지 드라마 마지막까지 시청자들의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실제로 친형과 이런 삼각관계를 이룬다면 어떨 거 같나.
친형? 형과 14살 차이가 난다. 하하. 이미 결혼했는데...만약에 이런 작품과 같은 서사를 가지고 있다면 나 역시도 양보할 거 같다. 비집고 들어가서 전투할 생각은 안 든다. 혹 동일선상이라면 대결을 해볼 거 같다. 그런데 이런 것도 상대방의 결정이 가장 중요할 거 같고, 그의 선택을 존중할 거 같다.
친형은 어떤 사람인가.
친형은 나에게 아빠 같은 존재다. 연기를 하고 데뷔 과정을 준비할 때도 많이 뒷바라지 해줬다. 가끔 기저귀를 갈아줬다고 하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미소)
가족과 함께하는 촬영 때 어땠나.
가족들과 촬영할 때는 늘 행복했다. 워낙 부모님으로 나오는 극 중 선배님들이 잘 대해주셨다. 어떤 연기를 해도 다 받아주셨다. 어머니가 ‘너 목하 좋아하니?’라고 물어보는 장면이 있다. 대본에는 내가 당황하고 변명해야 하는 것으로 쓰여 있었는데, 순간 몰입해서 이렇게 하지 않고 화를 냈더라. 하하. 그랬는데 오히려 당황하지 않고 나의 애드리브를 받아주셨고, 이런 부분이 자연스럽게 작품에 나오게 된 거 같다.
이번 작품을 촬영하면서 가족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됐을 거 같은데?
어렸을 때부터 가족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형, 큰누나, 작은누나, 나까지 이렇게 가족이 구성돼 있는데 형과 누나들이 결혼해 조카들이 있다. 그러다 보니 다 모이면 대가족이다. 다 모일 때도 있고 몇몇 모일 때도 있는데 늘 만날 때마다 좋다. 이런 가정 환경에서 살다 보니 극 중 우학이가 겪어야 했던 어린 시절의 비극이 크게 아픔으로 다가온 거 같다.
‘섭남병’이라는 말이 있다.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이 아닌, 서브 남자 주인공에게 빠지는 현상을 시청자들이 부르는 말이다. 알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이런 반응들이 좋았다. ‘팀우학’이라고 해서 팬들이 결성됐더라. 이들에게 마지막에는 실망감을 안겨줬지만, 시청자의 입장에서 나도 팀우학이였다고 알려주고 싶다. 우학이를 처음 봤을 때 틱틱되기도 했지만, 모두가 가족을 위해서였다고 생각한다. 우학이는 따뜻한 인물이었던 거 같다. 개인적으로 내가 본 캐릭터를 그대로 시청자들과 똑같은 시선으로 바라봐줘서 좋았다.
박은빈과 촬영하면서 어땠나.
박은빈과 연기하면서 많이 웃었다. 내가 필살기를 준비하면 더 큰 필살기를 준비해 오더라. 하하. 한 작품을 이끌어가면서 책임감도 있었던 거 같고, 목하라는 캐릭터 모습을 많이 봤고 그때마다 ‘멋있다’라고 느꼈다. 박은빈이 목하를 연기했기에 무학이가 더 목하를 사랑할 수 밖에 없었던거 같다.
극에서 박은빈이 노래를 많이 불렀다. 가수로서 본 박은빈의 노래 실력은?
촬영장에서 노래를 처음 들어봤다. 만약 혹여라도 무언가를 물어보면 ‘내가 조언해줘야지’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었다. 완벽하더라. 내가 생각했던 기대를 뛰어넘었다. 점수로 따지면 100점이다.
채종협과는 진짜 친형제 같았는데.
둘 다 낯을 많이 가렸다. 수줍어하는 성격이라서. 첫 리딩 후 회식 때 옆에 앉았는데 어색하면서 있었던 기억이 난다. 헌데 그때 한번 옆에 앉았다고 다른 배우들보다 덜 어색했고, 촬영하면서 많이 의지했다. 그러다 보니 촬영장에서 많이 붙어있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친해졌다. 정말 급속도로 친해진 거 같다.
나에게 ‘무인도의 디바’란?
드론 같은 작품이다. 앞으로 나에게 있어 지금까지 연기를 잘 해왔다 이야기 해주는 작품 갔다. 또 극 중 작품 내에서 드론이 목하를 구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번 작품 역시 날 구해주는 작품 같았다.
늘 작품을 끝내고 매 작품마다 ‘내 인생작’이라고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이번 ‘무인도의 디바 역시’ 나에게 있어 인생작이다. 나아가 큰 터닝 포인트가 될 거 같다.
[안하나 MBN스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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