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오송 참사 ‘임시 제방’ 최종 결재자, 조완석 금호건설 사장으로 드러나
시민사회 “중대시민재해 처벌 1호 돼야”
금호건설 “검찰 수사 중...조 사장 책임 확정 안 돼”
(시사저널=공성윤·조해수 기자)
지난 7월15일 25명의 사상자를 낸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참사(오송 참사)의 원인으로 부실 건설된 '임시 제방'이 지목된 가운데, 임시 제방 공사를 승인한 최종 결재자가 조완석 금호건설 신임 사장인 것으로 드러났다. 시사저널이 단독 입수한 금호건설 품의서 등 결재 문건에 따르면, 조 사장은 2018년 검토 단계부터 2022년 임시 제방 건설-2023년 수해 복구까지 공사 전 과정에 관여했다. 그럼에도 금호건설은 참사 이후 조 사장을 부사장에서 대표이사로 승진시켰다.
유족과 시민사회에서는 오송 참사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르면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 경영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 모두를 처벌할 수 있다. 오송 참사와 관련해 제방 축조를 포함한 도로 확장공사의 발주처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고, 수주처·시공사는 금호건설이다. 이와 관련해 금호건설 측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언급하기 곤란하다"며 확답을 피했다.
조완석 사장, "침수 가능" 경고 담긴 임시 제방 공사안 승인
정부 당국은 오송 참사의 원인을 임시 제방으로 사실상 결론 내렸다. 국무조정실은 감찰 결과 '부실한 임시 제방 설치'를 참사의 선행 요인이라고 밝혔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 결과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 제방은 '오송∼청주(2구간) 도로 확장공사' 과정에서 미호천교 아래에 있던 기존 제방을 무단 철거하고 임시로 쌓은 것이다. 이 공사를 맡은 곳이 금호건설이다.
시사저널은 도로 확장공사가 시작된 2018년 2월부터 사고 이후인 올 7월 말까지 금호건설의 공사 관련 품의서와 결재 라인이 나와 있는 문건 수십 장을 단독 입수했다. 문제의 임시 제방 축조안이 품의서에 처음 등장한 것은 2022년 10월24일이다. 이날 금호건설 결재망에 올라온 '오송청주 2공구 토공구조물공사 직영공사 집행예산 변경(4차) 품의서'에는 공사 예산 증액에 대한 요청이 담겨 있다. 그 이유로 언급된 작업 중 하나가 '미호천교 임시 제방 설치'다. 해당 품의서의 최종 결재자는 조완석 사장으로 확인됐다. 품의서의 결재 라인을 살펴보면, 당시 경영관리본부 부사장이었던 조 사장의 이름이 승인란에 적혀 있다.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이 품의서에 '침수'를 예상한 실정보고서가 첨부돼 있다는 것이다. 금호건설 현장사무소가 작성한 이 보고서를 시사저널이 단독 확인한 결과, "홍수 시 하천 수위 상승으로 공사구간 침수 가능"이란 문구가 적시돼 있었다. 공사 현장의 홍수위(홍수 때의 수위)와 함께 "2017~2020년 사례를 보아 우기 시 현재 원지반보다 수위가 높아져 공사구간 내로 하천수가 유입돼 공사구간 침수가 불가피한 실정"이란 내용도 나온다. 즉, 오송 참사 9개월여 전에 금호건설 내부에서 위험 경고가 나왔지만 결국 대형 사고를 막지 못한 것이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금호건설 현장사무소 소장 전아무개 씨는 12월12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됐다. 시사저널은 후속 기사를 통해 '임시 제방 부실 건설' 문제 역시 자세히 보도할 예정이다.
조완석 사장은 임시 제방 외에도 오송∼청주 도로 확장공사 전반의 품의서에 수차례 이름을 올렸다. 2018년 7월27일 경영관리본부장(전무) 시절에는 공사 신규 계약안의 검토를 맡았고, 2021년 8월30일에는 계약 변경안에 승인을 했다. 2021년 8월18일 후속 공사 수행안에는 참조자로 나와 있다. 사고 발생 약 2주 뒤인 올 7월28일에는 수습을 위한 '수해복구비 집행예산 품의서'가 올라왔는데, 여기에 승인을 한 사람도 조 사장이다.
그러나 조완석 사장은 사고가 일어난 지 4개월여 뒤인 11월30일 대표이사로 영전했다. 같은 날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금호가(家) 3세인 박세창 사장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반면 사고 당시 최고 경영자였던 서재환 사장은 조용히 물러났다. 조 사장과 서 전 사장은 한국외대 동문으로 각각 박삼구 전 회장, 박세창 부회장의 복심으로 알려져 있다.
조완석 사장, 참사 후 대표이사로 승진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인 권영국 변호사(법무법인 두율)는 "오송 참사는 중대시민재해로 처벌 돼야 하며, 발주처·원청(행복청)뿐만 아니라 도급처·하청(금호건설)도 책임을 져야한다"면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란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람을 뜻한다. 즉, 직책과 무관하게 금호건설에서 '의사결정권'을 누가 가지고 있었냐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오송 참사가 금호건설의 '오너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권영국 변호사는 "지난해 1월 삼표산업 양주사무소에서 토사가 무너져 근로자 3명이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검찰은 중대재해처벌법(중대산업재해) 위반 혐의 '1호'로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을 기소했다"면서 "정 회장은 삼표산업 대표가 아니지만, 검찰은 '정 회장이 삼표산업에서 실질적이고 최종적인 결정권을 행사했다'고 본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오송 참사에서도 금호건설의 실질적 지배자가 기소될 수 있는 것이다.
본지가 입수한 문건을 확인한 금호건설 측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 자세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는 취지로 답했다. 금호건설 관계자는 12월18일 기자와 만나 "문건에 따르면 조완석 사장이 결재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면서도 "조 사장에게 문제가 있었다면 검찰이 일찌감치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책임을 물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회사 절차상 경영관리본부장이었던 조 사장이 공사 예산안에 결재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인데, 사고가 날 때마다 결재자의 책임을 묻는다면 그 어떤 건설사 사장도 구속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조 사장이 오송 참사 이후 승진한 것과 관해서는 "조 사장의 책임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인사와 사고의 관계를 따질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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