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판 무림고수, 10대가 된 중장년… 올해 최고 연극 3편입니다
탑골공원 어딘가 장기판 앞에서 시간만 보내는 듯 했던 노인들, 실은 장기판 위에선 절정의 ‘무림 고수’들이었다. 극단 ‘작당모의’의 연극 ‘싸움의 기술-졸’(김풍년 작·연출) 이야기. 숨죽였던 그들이 장기판 위에 길을 펼칠 때 드러나는 것은 삶의 기술이자 용서의 기술이었다.
두산아트센터 연극 ‘댄스네이션’(클레어 배런 작, 함유선 번역, 이오진 윤색·연출)엔 한 무리의 사춘기 청소년들이 댄스 경연 출전 연습에 몰두하며 이리 튀고 저리 부대꼈다. 10대들을 연기하는 건 연령, 성별 다 제각각인 30~60대 장애·비장애인 배우들. 이들은 10대로서의 진심을 무대 위에 불러냈다. 천연덕스럽게, 각자의 방식대로.
서울 미아리고개예술극장 상주예술단체 극단 ‘청년단’의 연극 ‘생활의 비용’(마티나 마이옥 원작, 정지수 번역·연출)에선 돈을 내거나 내지 않거나, 혹은 부유하거나 가난한 상태로 돌봄 받거나 돌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고요히 흘러갔다. 한없이 사적이고 특수한 듯 했던 이야기들이 겹쳐질 때 무대에 함께 선 장애·비장애 배우들이 보여준 것은 어떻게 해도 엇갈리는 마음이나 되돌릴 수 없는 슬픔, 끈적하게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데도 웃어 넘기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질긴 외로움 같은 것들이었다.
한국연극평론가협회(회장 이은경)는 18일 ‘올해의 연극 베스트 3′를 발표했다. 협회는 매년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해 11월30일까지 무대에 오른 연극 작품 중 “한국 연극에 유의미한 방향성을 제시한 작품들”을 대상으로 협회원들의 추천과 심의를 거쳐 그 해의 연극 세 편을 선정해왔다. 시상식은 지난 15일 서울 혜화동 서울문화재단 대학로센터에서 열렸다.
협회는 ‘싸움의 기술-졸’에 대해 “살아남기 위해 싸워야하는 우리의 초상을 왕과 맞서는 졸의 싸움으로 흥겹게 은유한 액자 구조의 극 안에 줄자와 롤러스케이트, 볼레로와 진공청소기, 장기판과 고향의 추억을 엮어내는 상상력까지 더해져,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참신함으로 시종일관 객석을 압도했다”(연극평론가 정수진)고 했다.
‘댄스네이션’에 대해서는 “원작이 담고 있는 금기와 위반의 윤리적 폭발성을 그대로 살려내되, 청소년극인 원작을 여성, 아이, 장애인을 아우르는 보편적인 소수자성의 연극으로 확장하고 도약시켜 배리어 프리 연극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연극평론가 김효)고 했다.
‘생활의 비용’은 “장애인과 저소득계층, 이민자, 노동자 등 우리 주변의 소수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이들이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이나 외로움과 사랑 같은 정서적 문제, 그리고 돌봄과 관계 같은 사회적 문제 등을 깊은 농도로 보여주는 동시에 궁극적으로는 우리 삶의 보편적인 이야기로 확장시켰다”(연극평론가 우수진)는 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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