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노트] 10만원으로 10억짜리 미술품에 투자하는 방법

문수빈 기자 2023. 12. 19.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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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원으로 수십억원의 그림을 소유할 수 있는 미술품 조각 투자가 전날(18일)부터 시작됐다.

테스트로 투자계약증권의 구조를 확실히 안 사람만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투자자가 부담하는 발행 및 운영 수수료는 없지만, '호박'이 모집 금액(12억3200만원)보다 8% 이상의 가격에서 팔린다면 투자자는 차익의 20%를 열매컴퍼니에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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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컴퍼니, 오는 22일까지 청약 진행
청약 증거금 안 내도 돼 경쟁률 부풀려졌을 가능성 有

10만원으로 수십억원의 그림을 소유할 수 있는 미술품 조각 투자가 전날(18일)부터 시작됐다. 미술품을 기초자산으로 투자계약증권이 발행돼 여러 사람이 해당 미술품을 공동 소유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열매컴퍼니의 첫 투자계약증권/열매컴퍼니 화면 캡처

투자계약증권 1호 발행사는 미술품 조각 투자 플랫폼 ‘열매컴퍼니’다. 열매컴퍼니는 전날부터 이달 22일까지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2001년 작)’을 기초자산으로 청약을 진행한다. 열매컴퍼니는 ‘호박’을 서울옥션에서 11억2000만원을 주고 구매했는데, 이번 청약으로 모집할 금액은 12억3200만원이다. 모집 금액은 기초자산 선매입 비용과 발행제비용(기초자산 선매입 비용의 10%)의 합산이다.

청약 방법은 간단하다. 계좌 개설 필요 없이 열매컴퍼니의 홈페이지에 접속해 회원 가입만 하면 절반은 끝난다. 회원 가입을 한 후 청약을 하기 전 투자 적합성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청약 하기’를 누르면 테스트 팝업이 자동으로 뜬다.

열매컴퍼니의 투자 적합성 테스트 설문지/열매컴퍼니 화면 캡처

테스트 문항은 총 9개다. 열매컴퍼니는 ▲투자자의 권리 ▲발행인의 금융사 해당 여부 ▲기초자산의 가치 산정 방법 ▲원금 보장 여부 ▲투자자의 권리 행사 방법 ▲매각 완료 전 중도 매각 및 환불 가능 여부 ▲적절한 투자 방법 ▲적정한 투자 비중 ▲발행인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정보를 테스트를 통해 투자자에게 묻는다.

9문제 중 1문제라도 틀렸다면 청약을 할 수 없다. 오답자는 답지를 수정해 정답을 제출해야 한다. ‘위험한 자산에 과도하게 투자하면 안 된다’라는 뻔한 결론을 위한 쉬운 테스트는 아니다.

열매컴퍼니는 투자 적합성 테스트를 통해 기초자산 가치 산정 시 감정평가 등 판단이 개입될 수 있고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상품이라는 걸 명확히 했다. 또 다른 투자자의 동의 없이 투자자가 개별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없고 매각 완료 전 중도 매각과 환불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못 박았다. 테스트로 투자계약증권의 구조를 확실히 안 사람만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기자는 1문제를 틀렸다.

열매컴퍼니의 투자설명서/열매컴퍼니 화면 캡처

테스트에 통과하면 자동으로 284페이지 분량의 투자설명서 창이 뜬다. ‘투자설명서를 읽고 내용을 확인했습니다’라는 체크박스를 클릭해야 청약 신청서를 쓸 수 있다. 주소와 계좌번호를 기재하면 청약 신청은 확정된다.

최소 청약 금액은 10만원이다. ‘호박’의 소유권 한 조각의 가격이 10만원이라는 뜻이다. 최고 청약 금액은 3000만원이다. 19일 오전 7시 20분 기준 누적 청약 금액은 22억원이다. 총발행금액을 훌쩍 넘긴 것이다. 열매컴퍼니는 청약 금액이 모집하는 금액을 초과할 경우, 비례 배정 방식을 적용한다. 투자자의 청약 수량에 비례해 안분 배정된다는 뜻이다. 이때 일반 청약자는 원하는 수량보다 적은 수량을 배정받거나 아예 배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

열매컴퍼니의 청약 신청서/열매컴퍼니 화면 캡처

다만 이번 열매컴퍼니의 투자계약증권은 청약 증거금 제도를 도입하지 않았다. 증거금을 내지 않고 클릭만으로 3000만원을 청약할 수 있는 것이다. 이때 청약을 한다고 했지만 청약금을 내지 않은 투자자가 발생할 수 있다. 열매컴퍼니는 여기에 따른 실권주를 전부 인수한다. 이 과정을 모두 거쳐 투자자 명부가 확정되는 날은 이달 29일이다. 청약 기간이 종료된 이후엔 청약을 철회할 수 없다.

주의할 점은 ‘호박’이 팔릴 때까지 해당 소유권을 타인에게 넘길 수 없다는 점이다. 또 투자자가 부담하는 발행 및 운영 수수료는 없지만, ‘호박’이 모집 금액(12억3200만원)보다 8% 이상의 가격에서 팔린다면 투자자는 차익의 20%를 열매컴퍼니에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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