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1 인터뷰] 심플하고 분명하게 제시한 '대전 방패' 조유민의 목표는?
(베스트 일레븐=대전)
유민! 유민! 카타르에서 그를 애타게 부르던 목소리가 들렸던 순간도 어언 1년이 흘렀다.
조유민은 2023시즌 아쉬움이 짙었다.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이후 속도를 붙이는 듯했으나 부상으로 적잖은 시간을 소모했다. 세상에 자신만의 플레이를 보여주는 순간을 만끽하지 못했다. 다행인 건 어떻게든 회복해내 K리그1 21경기(2골 1도움)를 소화하며 대전 하나 시티즌의 잔류에 힘을 보탰다는 점이다. 최소한의 목표는 이뤘다.
대전의 방패 조유민을 클럽하우스 덕암축구센터에서 만났다.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조유민은 솔직하고 담백하게 2023년의 소회를 전했다. 미래와 관한 속내도 엿들었다. 그는 심플하고 분명하게 2024년의 목표와 앞으로의 비전을 나열했다. 조유민 인터뷰는 유튜브 채널 '해방촌축구회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b11: (인터뷰 당일은 아직 시즌 종료 직전) 이제 대전의 시즌이 끝나갑니다. 2023년, 어땠나요?
"중간에 장기 부상을 당해서 올 시즌은 엄청 빨리 지나간 거 같아요. 시작과 끝만 함께 하는 기분인 거 같습니다. 아쉬워요. 그래도 또 저에겐 좋은 경험으로 남을 거라고 믿어요."
b11: 2023시즌을 만족했던 이유와 그렇지 못했던 이유를 꼽는다면?
"일단 대전이라는 팀으로 봤을 때 어쨌든 잔류를 해냈습니다. 여러 일들이 많았지만 첫 번째 목표였던 잔류를 이뤄냈습니다.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아쉬운 점을 꼽자면 파이널 라운드 A까지도 진출할 수 있었는데 그걸 못 살렸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시즌 초반에 컨디션이 굉장히 좋았는데 다쳐서 시즌을 제대로 치르지 못했던 것도 아쉽습니다."
b11: 대전이 정말 파이널 라운드 A 직전까지 갔었어요.
"그런데 그게 냉정하게 우리의 위치라고 생각해요. 승격을 해서 좋다면 좋다고 말할 시즌을 보냈는데, 한편으로는 매 순간 오는 기회를 잡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8위의 위치. 그게 냉정하게 딱 우리의 위치였습니다. 내년엔 더 올라갈 생각을 해야겠죠?"
b11: 2023시즌 중 아쉬웠던 경기들도 많았을 거 같습니다.
"너무 많죠. 중위권 싸움을 할 때 순간적으로 3~4위까지도 올라갈 수 있었는데 그때를 못 넘기고, 비기지도 못하고 져버려서 순위가 밑으로 붙어버렸어요. 그즈음에 이겨서 위로 붙었으면 됐는데요. 딱 한 끗 차이였습니다. (반대로 경기력이나 분위기를 따졌을 때 최고였던 경기는?) 그건 울산 현대 잡은 거죠. 울산이랑 1차전! 진짜 그런 게 있나 봐요. 팀별로 어떤 팀엔 안 되고, 울산 같은 강팀이랑 했을 때는 지지 않는 경기도 하고. 이런 게 좀 신기한 거 같아요. 2023시즌 최고의 한 경기를 꼽자면 홈에서 울산을 2-1로 이겼던 그 경기예요."
b11: 2023년을 마감하며 이민성 대전 감독님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감독님 1년 차엔 엄청 무서웠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정말 편하게 해주십니다. 훈련장에서나, 생활에서나, 굉장히 편안해요. 선수들이 자율적으로 경기장에서 소통을 하게끔 도와주세요. 선수들끼리 어떤 이야기를 하든 잘 받아들여주십니다. 예를 들어 '감독님 이건 어떨까요'라고 하면 감독님이 '그렇게 가보자' 이런 부분도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런 것들이 경기장에서 긍정적으로 나타나기도 했어요. 어쨌든 감독님이 대전에 오신 덕에 승격도 하고, 잔류도 이뤄냈습니다. 고생하셨고 축하드린다는 이야기 꼭 전하고 싶습니다."
* 이민성 감독은 인터뷰 이후 대전과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
b11: 그러면 2024시즌. 대전의 현실적 목표는 무엇으로 잡으면 좋을까요?
"개인적으로 생각하면, 저는 냉정하게 말해 내년에도 잔류가 목표라고 생각해요. 군 복무를 해야 하는 선수들도 많습니다. 또한 우리가 더 높은 목표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선수 보강도 이뤄져야 할 거예요. 그 과정에서 우리가 지닌 팀 색깔이 바뀔 수도 있어요. 그때 시행착오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내년엔 파이널 라운드 A 진출과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 티켓 획득 등을 꼭 목표로 해야겠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이제야 K리그1 2년 차이기도 합니다. 3~5년까지는 버텨내야 K리그1에 익숙한 클럽이 되겠죠. 그러니 2024년에 강등을 안 당해야 장기적으로 또 다른 목표들이 이뤄질 거라고 생각해요. 너무 욕심을 내다보면 탈이 날 수 있습니다. 급하지 않게, 하나금융그룹에서 많은 투자도 해주시니, 지금처럼 탄탄하게 쌓아서 올라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b11: 가벼운 질문! 하나금융그룹의 투자가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는 언제인가요!?
"여름 이적 시장에서도 선수를 데려올 수 있는 능력(웃음)! 또한 생활에서 필요한 부분을 이야기 드리면 대부분 다 해주시는 거 같아요. 그리고 회장님이 종종 기프트도 주세요. 에어팟 맥스나 아이패드, 공진단 같은. (받으면 근로 의욕 고취가 확실한가요?) 저는 완전 그런 스타일입니다. 여기가 내 집 같아요."
b11: 대전 선수만이 누리는 다른 복지도 있을까요?
"오, 대출을 싸게 해주는 건 없어요(웃음). 다만 은행 업무를 보러 가면 무척 빨리 해주십니다. 예전에 갔을 때는 '오, 조유민 선수 아니세요'라고 알아봐주시더니 2층에서 한 분이 내려오셔서 빠르게 일을 도와주셨어요. 그래서 우리팀 선수들은 은행 업무 볼 때 다들 대전 하나 시티즌 엠블럼 있는 거 입고 갑니다."
b11: 1년 전의 이야기도 한 번 해볼게요.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포르투갈전 때 파울루 벤투 감독님이 유민! 유민! 하며 조유민 선수를 부르는 게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
"영상 봤죠! 조금만 더 빨리 불러주셨으면…(웃음). 그때 (황)희찬이가 골을 넣고 셀레브레이션을 하고 왔는데 이제 벤치에서 '유민! 유민!' 그렇게 소리치기에 입고 있던 조끼만 벗고 들어갔어요. 그때 '내가 진짜 뛰는구나, 내가 월드컵이라는 무대를, 이 운동장을 밟을 기회가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벤투 감독님의 플랜에 내가 있었구나.' 기분이 좋았어요. 기뻤어요. 국가대표가 돼서 월드컵이라는 무대까지 갔는데 뛰기까지 했으니. 경기장에서 보고 있던 가족들은 초긴장 상태였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벤치 가까이 가면 유민이 들어간다고 난리 치고, 안 들어가면 안 들어간다고 난리 치고(웃음). 하는 사람은 하다가 보면 긴장이 풀리는데, 보는 사람이 오히려 더 긴장이 되나 봐요."
b11: 직접 경험한 월드컵 엄청 떨리지 않던가요?
"우루과이전과 가나전을 볼 때는 엄청 긴장했어요. 밖에서 몸을 푸는 데도 긴장되고, 보는 데도 긴장되고. 그런데 포르투갈전 할 때는 전반전부터 (김)영권이 형이 안 좋다고 해서 일찍 몸을 풀었어요. 그런데 그땐 긴장이 안 되더라고요. 그리고 컨디션도 더 좋게 느껴졌어요. 속으로 '오늘 들어가면 긴장하지 말자, 하고 싶은 대로 하자, 후회 없이 하자' 이런 생각만 했어요. 후반에 들어가려고 서 있을 때는 문득 선수들 얼굴이 보였어요. 다들 힘들어하더라고요. (황)인범이는 탈수가 돼서 입이 다 말라서 터져 있고, (정)우영이 형은 걷는 것도 힘들어하고. 그땐 그냥 '내가 소리를 지르든, 뭘 하든, 들어가서 어떻게든 도움을 줘야겠다' 그렇게 의지를 다졌어요."
b11: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에도 꾸준하게 뽑히고 싶은 열망이 클 거 같아요.
"한국에 막 오셨을 때는 소집되어 뵀어요. 사람 좋으신 분 같더라고요. 감독님 원하는 축구를 맞춰서 해낼 자신이 있어요. 물론 국가대표팀은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실력뿐만 아니라 감독님의 성향과도 맞아야 갈 수 있어요. 그래서 영광스러운 자리겠죠. 급하게 생각한다고 가는 곳이 아닙니다. 지금껏 그래왔듯 묵묵하게 노력하고, 그런 마음을 간직하면 또 기회가 올 수 있다고 믿어요. 노력하고 있으니 조만간 불러주세요!"
b11: '96즈' 동갑내기 친구들이 다들 잘합니다. 조유민 선수도 친구들을 보며 목표를 다시 새길 법도 한데 어떤가요?
"제 목표는 국가대표팀 선수로 '꾸준하게' 경기를 뛰는 거예요. 국가대표팀에서 경기를 뛴다는 건 굳이 많은 것을 설명하지 않아도 의미하는 게 크잖아요. 최고의 선수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명예, 그 자부심을 지니고 싶습니다."
글=조남기 기자(jonamu@soccerbest1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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