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새 술을 담긴했는데'…롯데온·SSG닷컴의 고민

한전진 2023. 12. 19.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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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변화에 따른 수장 교체
쿠팡 독주에 대응…해결 과제 '산적'

롯데온과 SSG닷컴이 다시 격변의 시기를 맞았다. 그동안 회사를 이끌던 나영호, 강희석 대표 모두 자리를 떠나게 되면서다. 이번 인사에는 네이버와 쿠팡의 양강 구도가 뚜렷해지면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겠다'는 롯데·신세계의 의지가 반영됐다. 

박익진 롯데온 신임 대표, 이인영 SSG닷컴 단독 대표의 어깨는 무겁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롯데온은 롯데의 덩치에 맞는 점유율과 수익성이 필요하다. SSG닷컴도 지마켓과의 시너지, 향후 기업공개(IPO)를 이뤄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롯데온·쓱닷컴 모두 '신(新) 체제'

롯데그룹은 지난 6일 단행한 2024년 정기임원인사를 통해 박익진 어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 글로벌 오퍼레이션그룹 총괄헤드를 롯데온 대표로 내정했다. 2021년 4월부터 롯데온을 이끌던 나영호 대표는 용퇴했다. 박 신임 대표는 롯데온의 세 번째 수장으로 나영호 전 대표에 이은 두 번째 외부영입 인사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박 부사장은 커머스플랫폼 기업 관리와 신사업 등 여러 컨설팅 경험을 보유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좌) 박익진 롯데온 신임대표 (우) 이인영 SSG닷컴 단독 대표 /사진=각사 제공

SSG닷컴도 큰 변화가 있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9월 그룹 내 대표의 약 40%를 교체하는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 이때 강희석 이마트·SSG닷컴 공동대표 역시 임기를 약 2년 반 남겨둔 시점에 자리를 떠나게 됐다. 이제 SSG닷컴은 이인영 대표 단독 체제다. 이 대표는 지난 3월 신세계그룹 인사를 통해 SSG닷컴의 공동 대표이사에 올랐던 인물이다. 당시 예정에 없던 임원인사였다. 

이로써 두 유통 공룡의 이커머스가 모두 새로운 체제를 맞이했다. 사실 그동안 세간에선 나영호·강희석 전 대표의 연임을 점치는 관측이 많았다. '과'도 있었지만 '공'도 많았기 때문이다. 나 전 대표는 롯데온의 거버넌스 통합을 이루고 명품과 뷰티 등 버티컬 서비스를 강화했다. 최근에는 가수 이효리 등을 통한 광고 마케팅도 펼쳤다. 강희석 대표 역시 신세계유니버스 멤버십을 설계하며 온·오프라인 시너지에 집중해왔다. 

새 술은 새 부대에 

업계에서는 교체 배경으로 '문책'보다 두 이커머스 업체의 '전략 변화'로 보고 있다. 이마트는 당초 SSG닷컴·이마트 공동대표 체제로 양사 시너지를 꾀해왔다. 하지만 이마트의 본업 경쟁력 약화 등 부작용도 컸다. 실적이 크게 악화했다. 결국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각자의 영역에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한채양 이마트 신임 대표는 SSG닷컴이 아닌 이마트에브리데이(슈퍼), 이마트24를 대표를 겸임하고 있다. 

롯데온 상반기 실적 /그래픽=비즈워치

나 전 대표도 이젠 소임을 다 마쳤다는 평가다. 나 전 대표의 핵심 과제는 전통적인 유통 기업 롯데에 '디지털 DNA'를 심는 것이었다. 직급제도를 폐지하는 등 온라인 혁신에 걸 맞는 유연한 조직을 구축하는 시도가 이어졌다. 임기 대부분을 '디지털 기초 체력 다지기'에 주력해 왔다. 롯데온이 사업 확장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던 것은 지난해였다. 이젠 본격적인 실적 관리가 필요한 만큼 이 분야의 전문가를 기용했다는 이야기다.

쿠팡의 약진도 이들 변화의 촉매제였다. 현재 롯데·신세계의 긴장감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쿠팡은 이제 적자 기업 딱지를 떼고 연간 흑자를 노리는 중이다. 쿠팡은 지난해 3분기 첫 흑자 1037억원을 달성한 이후 5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로켓배송 등 핵심 사업이 가파르게 성장한 덕분이다. 이제 '쿠·이마·롯'이란 단어가 어색하지 않다. 

어깨가 무겁다 

실제로 롯데온·SSG닷컴의 앞날은 녹록지 않다. 쿠팡, 네이버의 양강 구도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쿠팡이 24.5%로 1위, 네이버가 23.3%로 2위다. SSG닷컴(지마켓·옥션 포함)은 10.1%, 롯데온은 4.9% 수준에 불과하다. 여기에 알리익스프레스 등 경쟁자는 늘어나고 있다. 

롯데온은 존재감을 키우는 일이 시급하다. 경쟁사에 비해 여전히 배송·멤버십 등 소비자를 '록인’할 한 방이 없다. 특히 박 신임 대표는 마케팅·전략 기획 전문가다. 이커머스 경력이 전무하다. 나 전 대표가 닦은 기반을 잘 확장해 나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향후 야심작인 오카도(Ocado)와 어떤 협업 모델을 내놓을지도 관심이다. 롯데쇼핑이 2030년까지 1조원 투자를 예고한 핵심 프로젝트인 만큼 꼭 성공시켜야 한다. 

쿠팡 실적 / 그래픽=비즈워치

이 대표도 어깨가 무거운 것은 마찬가지다. 단독 대표 체제로 힘을 실어 준 만큼 확실한 성과를 내야 한다. 단독 대표 체제의 강점은 신속한 의사결정이다. 이를 기반으로 기업공개 재추진 등이 중점 과제로 꼽힌다. 지마켓과의 시너지 창출도 관건이다. 이 대표는 신세계에 인수되기 전부터 지마켓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현재 물류와 배송 등 제휴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파급력이 크지는 않다는 분석이다.

롯데온·SSG닷컴은 오는 4분기 실적 발표 이후 본격적인 새해 청사진을 내놓을 계획이다. SSG닷컴 관계자는 "성장과 수익성을 강화하는 균형성장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온 관계자도 "롯데온은 5분기 연속 적자폭을 축소해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이 기조를 유지해 적자폭 축소 및 수익 개선에 집중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전진 (noretreat@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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