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표는 패럴림픽입니다" '불굴의 제주 골키퍼'유연수의 꿈
"제 새 목표는 패럴림픽입니다."
지난 16일 경기도 수원 아주대체육관에서 열린 제2회 한국프로축구협회(선수협) 자선축구 현장서 만난 전 제주 유나이티드 골키퍼 유연수(25)가 낮지만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연수는 지난해 10월 18일 서귀포 시내에서 동료, 트레이너와 이동중 음주운전 차량과 충돌하는 불의의 사고를 맞닥뜨렸다. 가해자인 30대 운전자 A씨는 혈중 알콜농도는 면허취소 수치(0.08% 이상). 5000여명이 가해자 엄벌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냈고, 온라인 서명에도 1만여명이 동참했다. 지난달 11일 꿈 많던 98년생 축구청춘이 선수 은퇴를 선언하던 날, 가족도 팬들도 눈물을 쏟았다.
그날 이후 유연수의 인생 2막을 응원하는 이들의 연락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이 지난 12일 유연수를 이천장애인국가대표선수촌에 초청했다. 2000년 시드니패럴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 출신 정 회장은 기사로 유연수의 사연을 접한 후 직접 연락처를 수소문했다. 사고 후 재활중 국립재활원에서 열린 작은 탁구대회에서 우승하고, 향후 패럴림픽에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씩씩한 인터뷰에 눈이 번쩍 뜨였다. 선수촌 시설을 소개하며 장애인 스포츠의 길을 조언했다. 정 회장은 "나도 스물두 살 때 교통사고로 척수장애인이 됐다. 죽고 싶었다. 하지만 스포츠를 통해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했다. 정 회장은 "굉장히 성실한 선수라고 들었다. 키가 1m94라 체격이 좋고 프로 골키퍼답게 순발력도 뛰어날 것으로 본다. 나보다 중증장애인데도 불구하고 상체가 단단하더라. 하반신 마비지만 다리 근육도, 운동 습관도 아직 남아 있다. 근육이 빠지기 전에 운동을 시작하면 좋겠다"고 바랐다.
장애인 스포츠는 처음인 유연수가 다시 전문선수가 되기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은 장애유형에 가장 적합한 종목을 선택하는 일. 정 회장은 "좋아하는 종목과 잘하는 종목은 다르다. 패럴림픽 메달이 유망한 종목도 잘 선택해야 한다. 유 선수는 팔이 길고 프로 선수의 근성도 있으니 동계종목으로 노르딕스키도 추천하고 싶다. 입문 단계에서 체험하는 휠체어농구도 해보면 좋을 것같다. 순발력이 뛰어나니 탁구도 잘 맞을 것같고…. 내년 초 진행하는 신인선수 캠프에서 다양한 종목을 접해보고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종목을 찾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자선축구 현장에서 '선수협 회장님' 이근호, 교통사고 후 변호사를 지원해준 든든한 '제주 선배' 구자철, '블루드래곤' 이청용 등과 함께 선 유연수는 K리그 팬들과 함께 환한 미소를 되찾았다. 초등학생 팬들이 유연수를 향해 긴 줄을 늘어섰다. 사인을 받고 사진을 찍었다. 어머니 팬들은 아들 같은 유연수의 손을 꼭 잡으며 응원의 마음을 전했다. 유연수는 "많은 팬들이 찾아와주셔서 감사하다. 먼저 알아봐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기분이 좋다"고 했다. 이날 자선축구 경기 수익금은 2011년 심정지 사고 이후 꾸준히 재활중인 '불굴의 아이콘' 신영록과 유연수를 위해 전달됐다. 휠체어 피트니스 장비 제조 스타트업 '캥스터스'의 김강 대표도 유연수에게 휠체어 트레드밀(휠리엑스) 후원을 약속했다. 사고 후 1년 만에 일상으로 돌아온 놀라운 '회복탄력성'에 대해 그는 "모든 건 마음 먹기에 달렸다"면서 "(구)자철이형도 있고, 주변에 좋은 분들이 많이 도와주시고 챙겨주신 덕분에 빨리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며 감사를 표했다.
유연수는 "프로선수 때와 마찬가지로 더 좋은 곳, 더 높은 곳을 향해 도전할 마음을 늘 갖고 있다"고 했다. 정 회장과의 이천선수촌 만남 후 장애인 스포츠 도전 결심이 확고해졌다. 프로답게 재활도 훈련처럼 최선을 다해 임하고 있다. 유연수는 "아직은 재활중이기 때문에 재활치료를 마친 후 내년 초쯤 정진완 회장님의 조언대로 여러 프로그램을 체험해보고 맞는 종목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0~20대 프로 축구선수 시절 그는 '패럴림픽'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매일 사느라 바빠서 내 운동 외엔 잘 몰랐다. 다치고 나서 병원에서 유튜브로 패럴림픽과 항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을 챙겨보며 알게 됐다"고 했다.
월드컵을 꿈꿨던 축구선수 유연수가 이제 패럴림픽을 꿈꾸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265만명의 등록 장애인 중 약 200만명이 중도 장애인이다. '다른 몸들을 위한 디자인'의 저자 사라 헨드렌은 "장애는 일부에게만 영원히 속하는 고정된 딱지가 아니다. 누구나 그 자리에 설 수 있다"고 했다. 유연수에게 '올림픽에선 영웅이 탄생하고 패럴림픽엔 영웅이 출전한다'는 명언을 귀띔하자 환한 미소와 함께 든든한 대답이 돌아왔다. "저도 누군가에게 용기와 희망이 되고 싶어요. 패럴림픽에 나가서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제 목표는 패럴림픽입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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