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불가' 2023 극장가, 쌍천만 탄생→텅 빈 잔칫집 [ST연말결산]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극장가에 '단짠단짠' 바람이 불었다. 천만 영화의 탄생과 더불어 성수기 찬바람이 2023 극장가에 몰아치며 예측할 수 없는 한 해였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외화 강세에 한국 영화는 한차례 주춤했다. 그러나 천만 영화 탄생과 더불어 예상외 작품들이 연이어 흥행하며 올 한 해 극장가는 그야말로 '예측불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팬데믹부터 시작된 '극장가 위기' 꼬리표는 2023년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코로나19가 극심하던 2020년 극장 총매출액 5103억7471만8191(영화진흥위원회 기준)에서 2023년엔 11월까지 매출액이 1조1096억6634만4620원까지 상승하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올 한 해 극장가에는 어떤 '단짠단짠'이 있었을까.
◆ 외화 총공격, 역주행까지
2023년 첫 천만 영화의 주인공은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이었다. 지난 2009년 개봉한 영화 '아바타'의 후속편으로, 지난해 12월 14일 개봉해 42일 만인 올해 1월 24일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는 팬데믹 이후 첫 천만 외화 영화로, 극장가 성행에 이바지했다.
또한 1월 개봉한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역주행을 기록하며 설 연휴 극장가에 예상치 못한 다크호스가 됐다. 이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 역시 역주행과 함께 장기 흥행을 이어가며 국내 개봉 일본 영화 최초로 역대 국내 개봉작 중 흥행 TOP100에 이름을 올렸다.
디즈니·픽사가 선보인 '엘리멘탈'은 개봉 초반 부진한 기록을 보였으나 입소문의 힘으로 역주행에 성공, 누적 7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겨울왕국2' 이후 4년 만에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또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10년 만에 선보인 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역시 장기 흥행을 이어가며 역대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 중 '하울의 움직이는 성'(261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16만)에 이은 세 번째 흥행작이 됐다.
그 외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볼륨3'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1' 등이 이름값을 하며 올해 국내 흥행 영화 TOP10에 이름을 올렸다.
◆ 극장가 구하러 온 마동석, 쌍천만 '범죄도시3'
외화들이 선방하며 동시기 개봉한 한국 영화들이 줄줄이 손익분기점 돌파에 실패하며 연이은 외화 강세와 한국 영화 부진의 굴레가 이어졌다.
그런 극장가에 구세주처럼 등장한 작품은 마동석 주연의 '범죄도시3'다. 앞서 지난해 개봉한 '범죄도시2'가 천만 관객을 돌파한데 이어, 1년 만에 돌아온 후속편은 개봉 전부터 또 다른 흥행 신화를 쓸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됐다.
관객들의 기대에 보답하듯 '범죄도시3'는 정식 개봉 전 유료 시사회를 개최, 누적 46만 관객을 확보한 채 출발했다. 이어 개봉 첫날 이미 누적 관객수 100만을 돌파한 '범죄도시3'는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마침내 '범죄도시3'는 개봉 32일째에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유의미한 기록을 남겼다. 이는 '기생충' 이후 3년 만에 탄생한 한국 천만 영화로, 코로나19 사태 이후로는 첫 기록이다.
이로써 '범죄도시' 시리즈는 시즌2에 이어 시즌3까지 '쌍 천만'이라는 역대급 기록을 세우며 한국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어 내년 '범죄도시4'를 연달아 선보이며 과연 또 한 번 기록을 세울 수 있을지도 기대감이 더해진다.
◆ 명절→여름 텐트폴, 잔칫집 어쩌나
극장가는 명절과 여름 텐트폴 영화들을 대목으로 삼는다. 다만 올해는 설날부터 여름 극장가, 추석까지 일부 작품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영화들이 아쉬운 성적을 기록하며 잔칫집이 초상집이 돼 버렸다.
올해 1월 설날엔 황정민, 현빈 주연의 영화 '교섭'과 설경구, 이하늬, 박소담, 박해수, 서현우, 김동희 등이 출연한 영화 '유령'이 개봉했다.
특히 '교섭'은 지난해 추석 극장가를 휩쓴 현빈과 국민 배우 황정민, '리틀 포레스트' 임순례 감독의 신작으로 주목받았으나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는데 실패, 누적 관객수는 172만 명에서 멈췄다.
'독전' 이해영 감독의 신작 '유령'은 설경구, 이하늬를 비롯해 스타 배우들을 대거 내세웠으나 누적 66만 명에 그쳤다.
여름 텐트폴 영화로 개봉한 '비공식작전' '밀수' '더 문' '콘크리트 유토피아' 중에선 유일하게 '밀수'만이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누적 514만 관객을 동원했다. 이 중에서도 '더 문'은 손익분기점 600만 명 중 약 10분의 1인 누적 66만 명을 기록하며 뼈아픈 기록을 남겼다.
추석 역시 마찬가지였다.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1947 보스톤' '거미집' 등이 기대를 안고 개봉했으나 세 작품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는데 실패했다. 배우 강동원부터 하정우, 임시완, 송강호 등 굵직한 배우들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실패했다.
◆ 대작들 속 피어난 장미
기대작이 흥행하지 못했다면, 반대로 조용히 출발한 영화가 뜻밖의 힘을 발휘하며 극장가 다크호스로 손꼽혔다.
여름 대작들이 줄줄이 아쉬운 성적을 기록하던 당시, 배우 유해진의 생애 첫 로맨틱 코미디 영화 '달짝지근해: 7510'이 뜻밖의 흥행을 기록했다.
'달짝지근해: 7510'은 6일 연속 한국 영화 좌석 판매율 1위를 수성하며 누적 관객수 139만 명을 기록했다. 손익분기점 165만 명엔 못 미치는 수치이나, 여름 대작들 사이에서 비교적 작은 규모로 출발한 작품으로선 이례적인 성과다.
추석 연휴 끝자락을 노리고 개봉한 코미디 영화 '30일'도 마찬가지다.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1947 보스톤' '거미집' 등 사이에서 출발한 '30일'은 손익분기점 돌파와 동시에 올해 4번째 순서로 국내 영화 중 누적 관객수 200만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극장가 비수기인 11월 출격한 '서울의 봄'은 개봉 전 진행된 언론배급시사회와 사전 시사회에서 연이어 호평을 기록하며 입소문과 함께 출발, 현재 괄목할만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개봉 10일째에 300만 관객을 돌파한 '서울의 봄'은 이어 12일째에 400만 관객까지 돌파하며 '제2의 '범죄도시3'라는 수식어를 얻는데 성공했다.
더불어 이달 12일엔 누적 관객수 736만을 돌파하며 '엘리멘탈'(723만)을 제치고 '범죄도시3'와 함께 올해 흥행 영화 TOP2에 이름을 올렸다. 18일 기준 9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천만까지 단 한 걸음만을 앞두고 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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