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자존심 지킨 ‘고려 거란 전쟁’ 최수종 4번째 연기대상 도전 [KBS결산②]
[뉴스엔 장예솔 기자]
KBS 드라마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부진으로 허덕이는 가운데 '고려 거란 전쟁'이 마지막 자존심을 지켰다.
오는 12월 31일 장성규, 로운, 설인아의 진행으로 '2023 KBS 연기대상'이 개최된다. 지난해 '진검승부' 이후 수목극을 잠정 중단한 KBS는 월화드라마, 일일드라마, 주말드라마에 집중해 왔다. 다양한 소재와 스타급 배우들의 출연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소위 말하는 '대박'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10년 만에 대하사극으로 귀환한 최수종의 '고려 거란 전쟁'이 흥행 돌풍을 일으키면서 최수종이 4번째 연기대상을 수상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역시 최수종, 270억 쏟은 '고려 거란 전쟁' 흥행→연기대상 강력 후보
고종, 순종 다음으로 최수종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만큼 다양한 사극에 출연하며 대하사극의 아이콘으로 등극한 최수종은 '고려 거란 전쟁'으로 귀환했다. '고려 거란 전쟁'은 관용의 리더십으로 고려를 하나로 모아 거란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고려의 황제 현종과 그의 정치 스승이자 고려군 총사령관이었던 강감찬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KBS가 '태종 이방원' 이후 1년 6개월 만에 선보인 대하사극이다.
최수종은 학식은 물론, 지략이 뛰어난 문관이자 고려의 운명이 걸린 전투 귀주대첩을 승리로 이끈 강감찬 장군 역을 맡았다. 최수종은 "대하사극을 통해서 젊은 친구들에게 작지만 얼마나 위대한 민족이었는가를 알려주고 싶었다"며 "'대왕의 꿈' 이후 사극은 10년 만에 처음인데 대본을 보고 '강감찬을 내가 아니면 또 누가 하랴'라는 생각에 욕심이 들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제작비만 270억 원이 투입돼 화제를 모은 '고려 거란 전쟁'은 최수종을 포함한 배우들의 열연과 짜임새 있는 극본, 스펙터클한 전개를 고스란히 담아낸 연출이 더해지며 방송 10회 만에 10%(닐슨코리아 제공, 전국 기준)를 돌파했다. 더욱이 대하사극 최초로 넷플릭스 동시 공개를 선택, K-콘텐츠 경쟁력 분석 전문 기관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 공식 플랫폼 펀덱스(FUNdex)에서 발표한 12월 3주 차 TV-OTT 종합 화제성 3위에 오르며 중장년층뿐 아니라 MZ세대의 마음까지 사로 잡았다.
올 한해 '고려 거란 전쟁'을 능가했던 드라마는 없었다. 이로써 최수종은 1998년 '야망의 전설', 2001년 '태조 왕건', 2007년 '대조영'에 이어 개인 4번째 연기대상에 도전한다.
▲지상파 유일한 월화드라마, 장동윤-김동욱-로운 분전에도 글쎄
KBS는 지상파 중 유일하게 월화드라마 라인을 유지하고 있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등장과 제작비 상승을 이유로 방송사마다 드라마 편성을 축소하고 있는 요즘 KBS는 올 한해 한차례의 공백도 없이 월화드라마를 편성했다.
첫 포문을 연 작품은 정용화, 차태현 주연의 '두뇌공조'로 서로 못 죽여 안달 난 두 남자가 희귀 뇌질환에 얽힌 범죄사건을 해결하는 본격 뇌과학 코믹 수사극을 그렸다. 두 주인공의 브로맨스와 '뇌 과학'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범죄 수사극에 접목하면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1회 시청률 5.2%로 시작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린 '두뇌공조'는 시청률 하락을 반복하며 아쉬운 뒷심을 보였다.
'오아시스'는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이어지는 격변의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자신만의 꿈과 우정 그리고 인생의 단 한 번뿐인 첫사랑을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몸을 내던진 세 청춘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장동윤, 설인아, 추영우가 출연한 '오아시스'는 말 그대로 흥행에 목말랐던 KBS의 오아시스로 자리매김했다. 마지막 회에서 기록한 9.7%는 올해 방영된 월화드라마 중 가장 높은 시청률. 다만 화려한 라인업에 비해 미미했던 화제성이 발목을 잡았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는 1987년에 갇혀버린 두 남녀의 이상하고 아름다운 시간 여행기를 그린 작품으로 김동욱과 진기주가 호흡을 맞췄다. 당초 수목극으로 편성된 '어쩌다 마주친, 그대'는 KBS의 수목극 잠정 중단 결정으로 급히 월화드라마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김동욱은 본의 아니게 자신이 출연한 tvN '이로운 사기'와 겹치기 출연하며 우려를 자아냈다. 그럼에도 김동욱은 두 작품 모두 동시간대 시청률 1위로 이끌면서 한숨을 돌렸다.
이후 방영된 옥택연, 원지안 주연의 '가슴이 뛴다'와 김소혜, 이상엽 주연의 '순정복서'는 참담한 시청률과 화제성으로 소리소문없이 쓸쓸한 종영을 맞이했다. 특히 학교폭력 논란에 휩싸였던 김소혜의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은 '순정복서'는 10회, 11회가 연이어 0.9%를 기록하는 굴욕을 맛봤다.
지난 10월 30일 첫 방송한 '혼례대첩'은 2023년 KBS 월화드라마의 대미를 장식한다. '혼례대첩'은 감각적인 연출과 의상, 세트, 소품 등 사소한 부분까지 고증에 신경 쓰며 '눈이 즐거운 드라마'로 호평받고 있다. 시청률 또한 3~4%를 유지하며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대세라 불리는 로운과 조이현의 만남으로 미루어봤을 때 아쉬운 성적임은 부정할 수 없다. 종영까지 5회 남겨 놓은 '혼례대첩'이 마지막 반전을 선사할 수 있을까.
▲KBS 위상 살린 주말극-일일극 어디 갔나, 시청률 부진에 출연진 교체까지
KBS 주말드라마는 '시청률 보증수표'라고 불릴 정도로 매 작품마다 시청률 30%를 돌파하며 높은 화제성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 2021년 지현우를 연기대상으로 이끌었던 '신사와 아가씨' 이후 '현재는 아름다워', '삼남매가 용감하게', '진짜가 나타났다!'까지 세 작품 연속으로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현재 방영 중인 '효심이네 각자도생'은 10% 중후반에 머무르는 저조한 시청률뿐 아니라 여주인공을 향한 선 넘은 대사로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지난 10일 방송분에서는 아들 강태민(고주원 분)이 정략결혼을 거부하는 이유가 이효심(유이 분)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장숙향(이휘향)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 과정에서 장숙향은 이효심을 향해 "싸구려 여자", "우리 아들한테 아가씨 사주려고"라며 무시, 자극적이고 구시대적인 대사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일일드라마 역시 시청률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30년 전 원수로 헤어진 부부가 자식들의 사랑으로 인해 사돈 관계로 다시 만나면서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나는 명랑 코믹 가족극을 표방한 '우당탕탕 패밀리'와 거대한 힘에 의해 짓밟힌 정의와 감춰진 진실, 잃어버린 인생을 되찾기 위한 두 남녀의 처절하고도 우아한 복수의 여정을 그린 '우아한 제국'은 공감할 수 없는 스토리 전개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올해 KBS 주말극과 일일극은 배우들의 하차로 몸살을 앓기도. 허정민은 '효심이네 각자도생' 방영을 앞두고 제작진으로부터 일방적인 하차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제작진은 "김형일 감독과 허정민이 한 차례 미팅을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극 중 캐릭터와 배우의 이미지가 맞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작가는 캐스팅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홍요섭은 '진짜가 나타났다!'를 통해 4년 만에 복귀했으나 일산상의 이유로 하차했다. 공찬석 역을 맡은 홍요섭은 50부작 중 15회까지 출연, 이후 선우재덕이 새롭게 합류했다. 김진우 역시 일신상의 이유로 '우아한 제국' 주인공 자리에서 하차했다. 제작발표회 당시 작품을 위해 17kg까지 감량했다고 밝혔던 김진우. 그를 대신해 이시강이 장기윤 역에 투입됐다.
지난 9월 18일 심장마비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故 노영국은 사망 직전까지 '효심이네 각자도생'에서 강진범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갑작스럽게 전해진 사망 소식에 모두가 놀란 가운데 김규철이 8회 방송분부터 강진범 역으로 합류해 노영국의 빈자리를 채웠다. 노영국의 사망 이후 '효심이네 각자도생' 측은 "드라마를 향한 당신의 열정과 헌신을 기억하겠습니다"며 추모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뉴스엔 장예솔 imyes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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